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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표 23

오늘의 쉼터 2015. 6. 9. 16:14

그녀의 시간표 23 

 

 

 

 

 

 

환장하겠다.

스핀을 먹은 눈동자가 도무지 회전을 멈추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미인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다들 여기에 모여 있었다.

배신도 이런 엄청난 배신은 없다. 이제까지 끼리끼리만 놀고 있었더란 말인가.

이런 기막힌 세상이 어엿하게 존재하고 있을 줄은 솔직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문득 깨달음이 있었다.

 

이건… 사기야.

모르긴 몰라도 내가 알지 못한 어딘가에는 타임머신 장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순간이동이 가능한 텔레포메이션이나 트랜스포터 빔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감히 국민을 우롱하다니…

아직 타임머신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순간이동은 이론으로만 가능할 뿐 아직은 먼 미래에서나 가능하다고?

진상은 밝혀질 수밖에 없거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다니!

수락석출(水落石出)이요 이수차천(以手遮天)이었다.

그들의 우둔함에 그저 헛헛한 웃음만이 흘러나온다.

 

미네르바의 안과 밖은 차원이 다른 세계이다.

특별한 기계를 사용하여 시간여행이나 순간이동을 하지 않았다면

찰나 어찌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내가 진입할 수 있었겠는가?

타임머신, 텔레포메이션, 트랜스포터 빔…

자신하건대 이미 예전에 개발이 완료되어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쯤에서 못박아둬야 한다.

소설 ‘타임머신’, 영화 ‘더 플라이’와 텔레비전 시리즈물인 ‘스타트랙’을 깨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SF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그들 작품은 순전한 리얼리즘 작품이다.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SF작품이 아닌 리얼리즘 작품이라고? 이 모든 난센스는 그놈의 돈이 원인이다.

부자의 리얼리즘과 가난뱅이의 리얼리즘에는 결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부자에겐 평범한 현실이 가난한 자에게는 마치 공상세계와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작품은 SF라는 별칭을 달고 있어도 실제로는 부자들의 리얼리즘에 불과했던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인 그레고리 올슨은 무려 2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우주관광을 다녀왔다.

그러고 보면 러시아나 미국이라는 나라, 말로만 떠벌리지 실제의 과학기술은

우리에 비해 현저하게 뒤처진 모양이다.

그 돈이라면 수박겉핥기식 우주관광이 아닌 달나라여행이나 은하수관광도 미네르바 같은 곳에서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미네르바의 좁은 복도를 왔다 갔다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나비넥타이 차림의 사내가 다가와

가볍게 목례했다.

태도는 정중했으나 길게 찢어진 눈매가 꽤나 매서운 사내였다.

 

사내는 미네르바의 지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실례지만 몇 호실 예약을 하셨는지…?”

 

그럴 리 없었고, 그저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죄송합니다… 출입구는 저쪽입니다.”

 

매정하게 말하며 사내의 한 손이 출입구를 가리켰다.

 

“경찰입니다. 조금만 귀찮게 할 테니, 협조 부탁합니다.”

 

사내의 삐딱한 시선이 나를 아래위로 훑었다.

못 믿겠다는 듯 시선에는 의심이 진득하다.

지배인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기 전에 홍대리의 사진을 꺼내어 사내의 코앞으로 불쑥 들이밀었다.

하지만 지배인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경찰도 지갑은 갖고 다닐 텐데…”

 

거금 오만원을 지배인의 손에 쥐어주자 거래가 성사됐다.

지배인이 사진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한순간 느릿하게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지배인의 심상찮은 행동을 난 대화의 시작으로 이해했다.

 

“이 여자…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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