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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30장 반전(反轉) [10]

오늘의 쉼터 2015. 5. 27. 16:07

<318> 30장 반전(反轉) [10]

 

(635) 30장 반전(反轉)-19

 

 

 

 

 

“다 알고 계시겠군요.”

 

차분한 표정이 된 최정현이 서동수 앞에 놓인 식은 어묵 국그릇을 집어 들며 말했다.

손가락은 물기에 붉어져 있었지만 섬세하다.

최정현이 혼잣말을 이었다.

 

“하긴 장관이시니까요,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조사를 하시겠죠.”

“그건 아냐.”

“그럼 나중에 하셨어요?”

“시키지 않았어.”

 

한입에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지그시 최정현을 보았다.

 

“내가 어느 순간에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알아?”

 

반쯤 몸을 돌린 최정현이 어묵 냄비를 국자로 저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런 순간이야.”

“왜요? 내가 부자라는 현실이 느껴져서 그런가요?”

“비슷하지. 내가 조금만 베풀어도 상대가 행복해지겠다는 느낌.”

“어휴, 바쁘신 분이.”

 

뜨거운 어묵국을 서동수 앞에 놓으면서 최정현이 웃었다.

 

“TV를 보니까 대마도 때문에 정신없으시던데 여기까지 오셔서.”

 

서동수가 어묵국을 한 수저 떠먹고는 따라 웃었다.

편안해지는 건 사실이다.

장사가 신통치 않은데도 열심히 사는 최정현을 보면 자극이 일어난다.

비서실에서 조사해온 최정현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돈이 없다고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최정현의 전남편 양준기는 알코올 중독이 되자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선량한 인간이 짐승으로 변한 것이다.

 

“잘될 거야.”

 

잔에 술을 따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양준기는 신의주에 못 와. 내가 지시를 해놓았거든. 이게 바로 현실이지, 알아?”

 

숨을 죽인 최정현이 시선만 주었으므로 서동수가 술잔을 들고 빙그레 웃었다.

 

“내가 장관이라는 현실 말이야.”

 

최정현이 신의주에 온 것은 새 생활을 위한 것이 맞다.

양준기가 없는 곳에서의 새 생활이다.

이혼한 후에도 양준기는 끊임없이 최정현을 쫓아다녔다.

최정현은 계속해서 도망쳤고 나중에는 경찰에 신고해서 양준기가 세 번이나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나오면 바로 찾아오는 것이다.

한입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최정현을 보았다.

 

“내가 다섯 번째 왔다고 했지?”

“네.”

“두 번째 왔을 때 그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못 했어.”

“…….”

“해주고 나면 다시 올 핑계가 없을 것 같아서 미안.”

“…….”

“이제는 아까 조개탕 먹은 것으로 대신하고 다시 못 올 것 같다.”

“…….”

“다 그런 거야.”

 

서동수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10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포장마차에 손님이 모일 시간이다.

이곳은 지금부터 새벽 3시까지가 붐비는 것이다.

그때 최정현이 말했다.

 

“저기요, 장관님.”

 

최정현이 서동수를 똑바로 보았다.

눈 밑이 조금 붉어진 것 같다.

 

“장소만 알려주시면 갈게요.”

 

저절로 숨이 들이켜진 서동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최정현이 눈도 깜박이지 않고 말을 잇는다.

 

“신의주 어디든지요.”

 

그때 서동수가 폐 안에 담고 있던 숨을 길게 뱉어내고 말했다.

 

“됐다. 내가 그 말, 저금해 놓지.”

 

 

 

 

(636) 30장 반전(反轉)-20

 


 

 

신의주에서 중·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그로부터 나흘 후였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와 존 케리 국무장관, 제임스 우드 안보특보 등

행정부의 최고위층들이 대거 참석했고 중국 또한 시진핑과 리커창 등

서열 1위에서 2위의 거물을 중심으로 간부들이 모였다.

신의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당연히 정상회담의 원인이 된

한반도와 일본의 대결이 부각되었다.

오전 10시, 신의주의 ‘코리아 호텔’ 27층의 회의장에 둘러앉은 양측 대표단은

30여 명씩 60여 명이나 되었다.

옵서버 자격으로 원탁의 끝쪽에 앉은 신의주 측의 서동수 일행은 다섯 명,

서동수는 미리 ‘신의주 측은 심부름꾼 역할을 할 뿐’이라고 언론에 다 공표를 해놓았다.

양측이 예의와 격식을 갖추려는 듯 조금 긴 인사가 끝나고 나서 미국 측 대표 오바마가

현재 동북아의 긴장상태에 대한 우려를 간단하게 표현했다.

이어서 시진핑이 같은 맥락의 인사말을 한다.

소요 시간은 각각 2분 10초와 2분 30초, 약속이나 한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그렇다.

양측의 합의 하에 시간 제한을 둔 것이다.

바로 이어서 케리가 본론을 꺼내었다. 이것은 각본을 주고받지 않았다.

 

“대마도에 대한 긴장상태가 도를 넘었습니다.

미·중이 중립을 천명했지만 이대로 두면 전쟁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중이 적극적 중재에 나설 것을 제의합니다.”

 

동시통역이어서 리시버로 내용을 들은 중국 총리 리커창이 시진핑과

귓속말을 나누고 나서 바로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계기가 된 일본 총리 아베의 식민지탄압,

침략전쟁과 살상행위를 부정해온 행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책임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와 케리, 그리고 고위층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고, 소곤대고, 쪽지를 주고받더니

곧 케리가 대답했다.

 

“우리는 중재자 역할입니다.

주권을 가진 해당국의 내정에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충고를 할 뿐이지요, 그런데.”

 

호흡을 고른 케리가 앞에 앉은 중국 대표들을 둘러보았다.

 

“참고로 듣겠습니다. 어떤 성격의 사과와 책임입니까?”

 

비공개회의여서 사방 문은 꽉 닫혀 있다.

그때 시진핑과 눈을 맞춘 리커창이 종이를 손에 쥐었다.

미리 준비를 해온 것 같다.

 

“일본 총리 아베가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아시아 침략, 주민 학살,

식민지 정책,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사죄,

전쟁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재발 방지, 보상에 대한 약속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대표들이 다시 서로의 얼굴을 보았지만 수군대지는 않았다.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오바마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차분한 표정이다.

“제의를 참고하겠습니다.

우리가 일본 측 중재자로 그렇게 하도록 설득한다면 중국 측은 남북한에

지금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도록 설득할 수 있겠지요?”

 

그 대답은 시진핑이 했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대마도 반환 문제는 한·일 양국이 다시 협의하도록 시간 여유를 줘야 할 것입니다.”

 

대마도는 미결 상태로 놔두고 당장의 전쟁 분위기는 가라앉히자는 말이나 같다.

그러자 오바마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합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오바마의 말을 들은 리커창이 길게 숨을 뱉더니

리시버를 막 벗은 시진핑의 귀에 입을 붙이고 말했다.

 

“오바마도 아베가 대마도를 폭파시킨 것을 알고 정나미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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