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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30장 반전(反轉) [8]

오늘의 쉼터 2015. 5. 23. 10:28

<316> 30장 반전(反轉) [8]

 

(631) 30장 반전(反轉)-15

 

 

 

 

 

 

“이 새끼들이 아무리 그래도 난 끄떡없다고.”

아베가 의자에 등을 붙이면서 말했다.

“국제문제가 감정만으로 되는 게 아냐. 이건 현실이라고, 과거?”

묻고 난 아베가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이나 조센진들은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

약육강식, 강자독식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고.”

총리 공관의 집무실 안이다.

 

오후 3시,

오늘도 비상상황 체크를 마친 아베가 점심을 마치고 잠깐 쉬는 중이다.

앞에는 총리실 직속 정보책임자 도쿠가와가 앉아 있다.

그때 도쿠가와가 말했다.

“이제 세계의 이목이 신의주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쏠려 있습니다, 각하.”

“뻔한 이야기야.”

이미 미국 고위층으로부터 중국 측의 예상 제의와 그에 대한 대비책까지를

문서로 받아본 아베가 말을 이었다.

“미국이 중립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한국을 의식한 제스처야.

전쟁이 일어날 수도 없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 깨닫게 된 것이지.”

모두 허둥대다가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미국이 지난번 CNN의 원산 앞바다 보도를 계기로

급격하게 전쟁방지 태도를 취함으로써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도쿠가와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일본 지도자인 아베까지도 당시에는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반신을 굽힌 도쿠가와가 말했다.

“쓰시마 폭발사건 이후로 치솟은 반한(反韓), 참전 분위기는 더 치솟고 있습니다, 각하.”

“그것이 우리 일본 국민의 위대성이지. 일사불란한 단결심. 세계 어떤 민족과도 비교할 수가 없어.”

이제는 경제도 안정되었고 세계 각국 분위기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당장에 남북한 군(軍)에게 점령당할 것 같은 대마도 분위기가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저런 어선으로 뭘 할 것이냐? 쇼다. 핵을 터뜨린다는 공갈에 누가 넘어가느냐?

그땐 미·일 방위조약에 의해 남북한이 몽땅 거덜 날 수가 있다.

이렇게 미·일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논평을 내는 상황이다.

그때 중국이 중·미 정상회담 제의를 해온 것이다.

서류를 덮던 도쿠가와가 머리를 들고 아베를 보았다.

“각하, 신의주 공관장 나오미 씨가 오늘 오전에 귀국했습니다.”

아베는 시선만 주었고 도쿠가와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시간 전에 요시무라 씨하고 사쿠라호텔 밀실에서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 연애하는 것 아냐?”

쓴웃음을 지은 아베가 다시 물었다.

“나오미가 요시무라 보좌관이었을 때도 그런 소문이 났었지. 안 그래?”

“예, 그런데.”

심호흡을 한 도쿠가와가 말을 이었다.

“나오미는 어젯밤 신의주에서 서동수하고 만났습니다.

서동수하고 신의주 서울식당에서 만난 후에 다시 12시쯤에 장관 관저 후문으로 들어가

서동수와 밀회를 하고 나서 오전 4시쯤 숙소로 돌아왔지요.”

“…….”

“그러고 나서 바로 귀국, 요시무라 씨를 만난 것입니다. 거기에다.”

도쿠가와의 입술 끝이 조금 치켜 올라갔다.

“나오미는 어설프게 미행을 떼려는 행동을 하면서 요시무라 씨를 만났는데

요시무라 씨도 호텔에서 회의를 하다가 은밀히 객실로 올라온 것입니다.”

“서동수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군.”

아베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난국에는 반역자가 나오기 마련이지.”

 

 

 

 

 

 

(632) 30장 반전(反轉)-16

 

 

 

 

나오미의 말이 끝났을 때 요시무라가 긴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경위가 어떻든 치욕적이군.”

요시무라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일본 총리의 거취를 타국에서 강요하다니,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방금 요시무라는 서동수의 제의를 들은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인 아베를 퇴진시키는 것만이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내용이다.

나오미는 시선만 주었고 요시무라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아베가 국민을 선동하고 호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애국심을 빙자하고 전혀 필요없는 에너지를 밖에다 쏟아붓는 상황이 되어 있어.”

“…….”

“전후 70년 동안 일본이 억압받았나? 일본이 무시당한 적이 있나?

일본이 독일처럼 제대로 배상한 적이 있나?”

놀란 나오미의 시선을 받은 요시무라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아베가 1997년에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을 국회에서 만들고

‘저지른 과거에 대한 후세교육은 부끄럽고 미래에 필요 없다’면서 자학사관이라고

비난했을 때부터 나는 오늘이 올 것을 예상했어.”

“…….”

“그런 아베를 총리로 만든 것이 일본 국민이야.

역사교과서를 모조리 개정해서 자학사관을 없앤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고.”

“의원님, 그러면…….”

입안의 침을 삼킨 나오미가 요시무라를 보았다.

“이것은 일본 지도층 일부가 아니라 일본인 대다수의 의식이란 말씀입니까?”

“강한 일본, 대일본.”

어깨를 편 요시무라가 위쪽을 보면서 말했는데 눈동자의 초점이 멀다.

“이렇게 외치면 뭉쳐지지. 아마 히틀러 시대의 독일인보다 일본인의 결속은 더 강할 거야.”

“…….”

“아베는 그것을 알고 있어.”

“…….”

“더구나 미국이라는 거인 등에 업힌 상태야.

평화의 사도를 자처하는 미국의 동맹국이란 말이지.

아베는 지금 아무것도 겁날 것이 없다고.”

“…….”

“미국하고 같이 공생공사(共生共死) 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한·중의 비난이나 도발쯤은 코웃음으로 넘길 수가 있게 된 것이지.”

“의원님, 미국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땐 미국 따라서 움직이면 되는 거지.”

다시 요시무라가 일그러진 웃음을 띠었다.

“아베는 미국을 적절하게 이용해 먹고 있어. 책임질 일은 안 한다고.”

“그렇다면 아베 총리가 물러나도 제2, 제3의 아베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나오미가 물었지만 요시무라는 시선만 준 채 대답하지 않았다.

호흡을 조절한 나오미가 말을 이었다.

“일본의 군비 확장, 자위대법 개조의 배후에 미국이 있을까요?”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지.”

다시 요시무라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인공위성으로 미국 사무실에서 베이징 거리의 자동차 번호판을 보고

모스크바 사무실의 이야기를 듣는 세상이 되었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네.

지금도 다 조작할 수가 있는 거야. 더 교묘하게.”

요시무라가 눈을 깜빡여 눈동자의 초점을 잡고는 나오미를 보았다.

“하지만 가만있을 수는 없지, 우리가 배터리로 움직이는 인간이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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