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30장 반전(反轉) [9]
(633) 30장 반전(反轉)-17
“다나카가 처 미도리의 전화를 받고 해상보안서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대공국장 이영섭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도리는 다나카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사다코라는 여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정원장실 안에는 원장 박기출과 1차장 신현기, 그리고 이영섭까지 셋이 소파에 둘러앉았다.
이영섭의 보고를 고위층 둘만 듣는 셈이다.
구두보고였으므로 이영섭이 손에 쥔 메모지를 읽는다.
“사다코는 가쓰라라는 사내의 처입니다. 그리고…”
머리를 든 이영섭이 앞에 앉은 박기출을 보았다.
“가쓰라는 자위대 해군 특공대 상사로 36세, 미도리의 동생이 됩니다.”
박기출이 눈만 껌벅였는데 잘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가끔 간단한 족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신현기가 대신 해설했다.
“그럼 다나카의 처남이 특공대 상사 가쓰라로군, 맞지?”
“그렇습니다.”
박기출이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면 가쓰라가 폭파작전 직전에 제 처를 시켜 해상보안서에 근무하는
매형을 피신시켰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것도 의심받지 않도록 와이프끼리 연락하도록 했다.
박기출의 시선을 받은 이영섭이 말을 이었다.
“이것은 일본 경시청 특별수사대의 조사에도 드러났지만 몇 시간 만에 자료가 삭제되었습니다.
통화 기록도 지워졌을 뿐 아니라 다나카 부부는 철통 같은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 국장은 이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나?”
신현기가 박기출이 묻고 싶은 사항을 대신 물은 것 같다.
박기출이 머리만 끄덕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예, 경시청에서 빼내왔습니다.”
“경시청?”
놀란 듯 박기출이 묻자 이영섭이 먼저 심호흡부터 했다.
“예, 현지에서 다나카에게 접근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특별수사대 쪽으로 접근했지요.”
둘은 시선만 주었고 이영섭의 말이 이어졌다.
“그곳도 철저하게 보안장치가 되어 있었지만 폭파사건을 은폐한 것에
갈등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
“휴대전화 내용을 삭제한 담당 엔지니어는 삭제 전에 내용을 복사해 놓았다가
현재 구금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그때 신현기와 박기출이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박기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미국도 대충 파악하고 있겠군 그래. 그렇지 않나?”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국 CIA 지부장도 알고 있을까?”
박기출의 시선을 받은 이영섭이 머리를 끄덕였다.
머릿속을 읽은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물론.”
다시 호흡을 가눈 이영섭이 말을 이었다.
“중국과 북한 측에도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은근하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어.”
박기출이 그때야 칭찬하고 나서 생각이 났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
“내년에 명퇴하고 신의주에 간다던데. 소문이 다 났어.”
신현기가 희미하게 웃었지만 박기출은 정색했다.
“이 사람아, 내가 내년에 그만두면 자네는 진급할 길이 열려. 기다려 봐.”
(634) 30장 반전(反轉)-18
술잔을 든 서동수가 앞에 앉은 포장마차 주인을 보았다.
30대 후반쯤의 여자로 미인이다.
생머리는 뒤로 묶었고 스웨터에 바지 차림이었지만 날씬한 몸매가 드러났다.
신의주 유흥구에도 한국식 포장마차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곰장어 등 안줏감은 모두 중국에서 수입해온다.
한 모금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주인에게 물었다.
“최 사장, 포장마차 한 지 석 달 되었지?”
“석 달 반요. 정확히 석 달 17일요.”
바로 대답한 여자가 서동수 앞에 순대 안주를 놓았다.
포장마차 안에는 손님이 서동수 한 명뿐이다.
오후 9시 반, 유흥구 끝쪽, 호텔이 밀집된 바닷가 거리의 뒷골목에는 포장마차가 100개도 넘는다.
그러나 이곳은 외진 데다 옆까지 막혀서 손님이 적다.
포장마차도 장소를 배정받기 때문이다.
여자가 진열창 건너 편에 앉아 있는 서동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장관님이 술 팔아주시지 않아도 먹고는 살아요.”
“알고 있어.”
입맛을 다신 서동수에게 여자가 물었다.
“오늘까지 제 가게에 몇 번 오신 줄 아세요?”
“네 번인가?”
“다섯 번요.”
“많이 온 셈이야?”
“아뇨, 석 달 반 동안 스무 번 온 손님도 있는데요?”
“장사 잘 하는구나.”
“왜요?”
“스무 번 올 동안 안 줬다는 말로 들린다.”
“뭐를요?”
되물었던 여자가 눈을 흘겼다.
눈이 가늘어지면서 새침한 표정이 되었고 서동수의 식도가 좁혀졌다.
“주고 더 왔을 수도 있잖아요?”
“열여덟 번째 왔을 때 주고? 아니면 열아홉 번째야?”
“주고 나면 안 오나요?”
“내 생각이야. 사람은 다 제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장관님한테는 끝까지 안 줘야겠네.”
“가능하면 그래야 돼.”
“시원한 조개탕 드려요?”
“봐, 벌써부터 준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아, 참.”
다시 눈을 흘긴 여자가 몸을 돌리더니 조개탕을 그릇에 담는다.
여자 이름은 최정현, 37세. 9세, 7세된 두 남매의 어머니다.
남매는 신의주 국제초등학교 3학년, 1학년에 재학 중인데
지금쯤 동쪽 주택단지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있을 것이다.
최정현은 6년 전에 이혼한 후에 한국에서 피아노 레슨, 음악학원 교사 등을 하며 살다가
다 정리하고 신의주에 온 지 석 달 17일이다.
우연히 두 달쯤 전에 포장마차에 들렀던 서동수가 오늘까지 다섯 번째 온 셈이다.
앞에 놓인 조개탕을 한 수저 삼킨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과연 맛이 좋구나.”
“왜 저한테 자주 오세요?”
손님이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인지 오늘은 최정현이 말을 걸었다.
“그야 당연하지. 꽃에 벌이 꼬이는 이치나 같아.”
“속으신 거죠. 전 조화거든요.”
“그러면 안 돼. 우리 둘뿐만 아니라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그 순간 최정현이 숨을 들이켰다.
제 가족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정현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혼을 한 이유까지 알고 있다면 더 놀랄 것이다.
최정현의 남편이었던 양준기는 실업자 생활 5년 만에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
선량하고 성실한 남자였지만 무능력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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