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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31장 후계자 [1]

오늘의 쉼터 2015. 6. 7. 00:01

<320> 31장 후계자 [1]

 

(639) 31장 후계자-1

 

 


권불십년(權不十年) 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같은 말이다.

권력만큼 무상한 것이 없다. 그러나 기업을 일군 기업가는 다르다.

기업은 영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가 비록 천하를 호령하는 정치권력을 쥘 수는 없지만

성취감과 긍지는 권력자 이상으로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서동수는 칭다오 동성그룹 본사의 회장실에 들어와 있다.

오랜만에 온 터라 비서실 직원들이 긴장한 것 같다.

유병선도 이곳 비서실장이었다가 신의주로 따라간 바람에 손님처럼 쑥스러운 표정이다.

오전 10시 반, 비서가 가져온 차를 한 모금 마신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물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더군. 거기 영업은 괜찮나?”

“글쎄요, 저는.”

쓴웃음을 지은 유병선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인터폰을 눌렀다.

스피커로 대답이 들리자 유병선이 지시했다.

“비서실장 들어오라고 해요.”

비서실장이 비서실장을 부른 셈이다.

곧 문이 열리더니 비서실장 김영재가 들어섰다.

김영재는 서울 본사 비서실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칭다오 본사 비서실장으로 승진해온 것이다.

40대 중반의 김영재가 긴장한 듯 흰 얼굴을 굳힌 채 다가와 섰으므로 서동수가 물었다.

“우즈베키스탄 상황에 대해서 나한테 말해줄 사람 없나? 지금 말이야.”

“예, 있습니다.”

대답부터 해놓고 김영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동수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김영재는 적응력이 뛰어났다.

그때 김영재가 초점을 잡은 시선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영업부 전자팀의 우즈베키스탄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전자팀장을 불러 물어보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렇군.”

만족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김영재의 순발력도 마음에 든 것이다.

김영재가 곧 방을 나갔을 때 유병선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김영재도 제가 단련시켰습니다.”

“몇 년째인가?”

“이곳에 온 지 2년 되었습니다.”

“다음은 뭘 노릴 것 같나?”

“신의주 장관 비서실장쯤 되겠지만 그것은 힘들 것 같군요.”

“큰일 났군.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겠는데.”

다시 한 모금 차를 삼킨 서동수가 생각한 듯 물었다.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 아닌가?”

“얼마 전만 해도 그것을 걱정했는데 그와 비례해서 지쳐 떨어지는 숫자도 늘어났습니다.

지구력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배부른 현상인가?”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피하는 현상과 겹치고 있지요.”

“정예를 추리기가 힘들어지는군.”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김영재가 사내 하나와 들어섰다.

사내는 잔뜩 긴장한 듯 몸도 눈동자도 굳어 있다.

김영재가 사내를 소개했다.

“영업 1부 3팀장입니다.”

그때 사내가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이태영입니다.”

“잘 왔어, 앉아.”

서동수가 소파 앞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이야기를 듣자고. 현 상황, 미래 전망까지 아는 대로 말해줘.”

“예, 장관님.”

자리에 앉은 이태영은 장신에 우람한 체격이었고 호남형 용모다.

30대 초반쯤 되었을까? 팀장이면 경력 7, 8년 차로 과장 다음의 직급이다.

똑바로 앉은 이태영이 서동수를 보았다.

손에 서류를 들고 있었지만 펴지도 않고 말한다.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기회가 온 것이나 같습니다.”

 

 

 

 

(640) 31장 후계자-2

 

 

 


“그 이유는?”

바로 서동수가 물었더니 이태영이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대답했다.

“파괴 뒤에는 건설이 있는 법입니다.

건설에서부터 생필품, 가전제품 등 전 제품의 구매활동이 증가할 것입니다.”

“쿠데타군과 정부군이 교전 중인데 전망은 어떤가?”

“제 바이어하고 수시로 연락을 하는데 며칠 전부터 정부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정부군이 곧 쿠데타군을 격멸시킬 것이라고 하던데?”

그것은 모든 외국 방송사가 한결같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이태영이 대답했다.

“제 바이어는 정부 고위층인 경찰청 부청장입니다.

그가 저한테 어제 수입 대금 결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500만 불을 송금했습니다.

재산을 빼돌리는 것이지요.”

“그렇군.”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정부 측이 불리한 것 같군.”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돈을 빼돌릴 수도 있습니다만,

각 지역의 바이어들에게 확인을 한 결과 국민 여론이 쿠데타군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이태영을 보았다.

20년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에 열중하면 타산을 잊는다. 목표는 성취감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 따위는 책상물림의 웃기는 꿈이다.

맡은 일에 전력투구해서 얻는 성취감, 그 성취가 쌓여서 미래가 된다.

한걸음씩 딛고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소리 없이 숨을 뱉은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예, 제가 내일 현지로 떠날 예정입니다. 가서 직접 확인하고 부딪치겠습니다.”

“누구하고 부딪칠 건가?”

“가능하면 쿠데타군 측도 접촉해볼 계획입니다.”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하고 물으면 모욕이 될 것이다.

이태영쯤 되는 수준이면 적지에서 순발력과 기지를 발휘할 수 있다.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것도 입에 발린 소리다.

이윽고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직접 비서실장한테 연락하도록.

내가 자네한테서 상황을 듣고 싶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서동수는 이태영의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회사원에게 이런 경우도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독대 통로를 만들어준 청와대 행정관의 분위기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이태영이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김영채에게 말했다.

“이태영의 신상 자료를 가져오게.”

“예, 회장님.”

적절하게 회장 칭호를 쓴 김영채도 서둘러 방을 나갔다.

그때 유병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 실무 팀장의 업무를 체크해 보시려는 것입니까?”

“유 실장의 예상이 맞을 거야.”

“그럼 회사로 복귀하시려는군요.”

“맞아. 그리고 내 후계자들을 양성하려는 것이지.”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유병선을 보았다.

“실무 팀장하고 직접 현장에서 뛰면서 후계자를 고르겠어.”

“그러시면…….”

“장관직은 곧 사임할 거야.”

“언제 말씀입니까?”

“남북한 지도자들의 합의를 얻어야겠지.”

유병선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 남북한은 곧 연방제가 된다.

따라서 양국 지도자의 합의가 있어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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