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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30장 반전(反轉) [11]

오늘의 쉼터 2015. 5. 30. 13:19

<319> 30장 반전(反轉) [11]

 

(637) 30장 반전(反轉)-21

 

 


CIA 국장 존 브레넌은 정상회담에 오바마를 수행해서 신의주에 왔지만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오전 11시 5분경이다.

회의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면서 정리를 위해 15분간의 휴식시간이 되었을 때 브레넌이 나타났다.

회의실 오른쪽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의 휴게실 안이다.

브레넌이 오바마 옆으로 다가가 서자 앞쪽 소파에 앉아 있던 케리와 제임스 우드 등이 시선을 주었다.

“뭐요. 존?”

오바마가 브레넌을 신임하고 있는 건 세상 사람이 다 안다.

먼저 오바마가 물었더니 브레넌이 한 걸음쯤 옆에 서서 보고했다.

“각하, 방금 신의주에 온 KCIA 국장 미스터 박을 만났습니다.”

대통령 휴게실 안이 조용해졌을 때 오바마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

“아베가 대마도를 폭파한 증거를 또 찾았다고 합니까?”

“아닙니다. 각하.”

“혹시 대마도를 기습 점령한 것은 아니지요?”

케리가 피식 웃었고 제임스 우드는 외면했다.

웃을 군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여전히 정색한 브레넌이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전갈을 가져왔습니다.”

오바마가 꼬았던 다리 한 짝을 내려놓았고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브레넌이 말을 이었다.

“한국은 미 제7함대 본부를 제주도에 유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만 원하면 바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장소를 고를 것이며

모항(母港) 공사까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으음.”

오바마의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터졌다.

케리는 반쯤 입을 벌린 채 브레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제임스 우드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심호흡하고 난 오바마가 먼저 정적을 깨뜨렸다.

“제주도란 말이죠?”

“예, 각하.”

“내 기억으로는 그곳에 한국이 해군기지를 건설하다가

격렬한 반대 데모에 몇 년간 공사도 시작하지 못한 것 같던데.”

“지금은 한국이 달라졌습니다.”

그때야 제임스 우드가 입을 열었다.

“각하, 엄청난 제의입니다.”

“정말 남북한이 계속 놀라게 하는군.”

오바마가 혼잣소리처럼 말했을 때 케리가 나섰다.

“각하, 제주도라면 요코스카보다 훨씬 위치가 좋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위치지요.”

그것은 지도만 보면 알 수가 있다.

미 제7함대 모항이 제주도로 옮겨지면 중국 대륙은 물론이고 아시아가 바로 턱밑이다.

요코스카는 도쿄만 아래쪽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항구로 인구 40만,

태평양함대의 모항이기 때문인지 바로 눈앞이 태평양이다.

태평양으로 고기 잡으러 가기에는 적당하다.

그러나 제주도는 우로는 태평양이며 좌측이 중국 대륙이다.

태평양함대의 설립 목적에 딱 맞는 위치다.

그때 오바마가 혼잣소리로 말했지만 다 들었다.

“제주도만 한 위치가 없지. 이건 베벌리힐스이고 요코스카는 디트로이트 공장 단지야.”

그러고는 얼른 덧붙였다.

“여기 디트로이트 출신은 없지?”

아무도 웃지 않았고 케리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중국이 한국한테 배신당했다면서 펄펄 뛰겠는데.

하필 오늘 같은 날에 그런 제의를 해오다니. 참, 극적이군요.”

“그렇다면.”

심호흡을 하고 난 오바마가 상체를 세웠다.

“이번 일은 확실하게 해야겠습니다. 한국이 그런 메시지를 전해온 것 같네요.”

 

 


(638) 30장 반전(反轉)-22

 

 

 

그로부터 한 달 후,

오전 11시가 되었을 때 신의주 장관실에는 서동수와 비서실장 유병선,

안보특보 안종관과 비서 전영주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넷은 모두 TV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곧 일본 총리의 성명 발표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동수는 전영주가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광고가 나오는 TV 화면을 응시했다.

그러나 눈동자의 초점이 멀어져 있어서 딴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한 달 동안 일본은 물론 한반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일본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는데 오늘 성명을 발표할 일본 총리는 요시무라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은 아베 내각을 불신임하고 다시 총선을 거쳐 요시무라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것이 사흘 전이다.

그동안 아베는 대마도 폭발 사건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되어 지금 수감돼 있다.

폭파를 했던 특공대 상사 가쓰라와 그 상관인 핫토리, 그리고 통신사 직원 아오모리 등이

줄줄이 나서서 범행을 자백했고 신고하는 바람에 세계가 떠들썩했다.

결정적인 역할은 미국이 맡았다.

미국 정부에서 위성사진을 세계 각국에 보낸 것이다.

사진에는 특공대원 얼굴까지 선명하게 드러난 터라 자백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때 광고가 그치면서 화면에 요시무라의 얼굴이 나타났다.

요시무라의 성명을 전 세계 방송사가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있다.

요시무라가 굳어진 얼굴로 인사를 하더니 곧 본론을 꺼냈다.

“전후 70년, 일본은 미국의 극동방위선 역할을 이용하여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전범을 숭상하는 정신이상자를 지도자로 뽑는 잘못을 저질러 주변 국가에 심대한 모욕과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었습니다.”

요시무라의 성명은 밑에 한국어 자막으로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기된 얼굴로 요시무라가 말을 이었다.

“1세기 전, 일본의 대동아공영은 아시아 침략의 구실이었음을 시인합니다.

일본의 중국대륙 침략과 한반도 무력 진입, 식민지화는 수백만 인명을 살상케 하고

수천만 주민을 괴롭혔습니다.

실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악행이었음을 일본 총리로서 시인하고 사죄드립니다.”

방 안이 숙연해졌다.

조금 전까지 박수를 칠 기세였던 유병선도 화면에만 시선을 준 채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를 든 요시무라가 똑바로 이쪽을 보았다.

“저는 일본 총리로서 이번에야말로 일본인다운 모습을 전 세계 여러분께 보여드립니다.

역사를 위장하고 젊은이들에게 자부심을 키우게 한다는 아베는 진정한 일본인이 아닙니다.

싸구려, 가짜 사무라이입니다. 비겁자, 거짓말쟁이, 테러범입니다.”

그때 안종관이 머리를 쓸어 올렸지만 서동수는 다 보았다.

쓸어 올리는 시늉을 하면서 손끝으로 눈물을 닦았던 것이다.

유병선은 아예 머리를 저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벌써 울고 있는 것 같다.

요시무라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일본 총리로서 일본인을 대표하여 한국, 중국 그리고 아시아 각국,

 미국과 세계의 여러분께 지난 과오를 사죄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요시무라가 연단에서 비켜나더니

그 자리에서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짚고 이마를 붙였다.

뒤에 일렬로 서있던 일본 각료들이 일제히 그를 따라 엎드려 절을 했다.

회견장은 숙연했다.

수백 명이 모여 있었어도 조용하다.

마침내 서동수도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저러면 되는 것을, 저것이 진정한 남자이며 진정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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