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30장 반전(反轉) [5]
(625) 30장 반전(反轉)-9
오후 3시, 신의주로 돌아온 서동수가 장관실에서 김동일과 통화를 한다.
옆쪽에는 비서실장 유병선과 안보특보 안종관이 서 있다.
서동수는 신의주에서 중·미 간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중국의 연락을 받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통보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그러라고 시킬 수는 없다.
이쪽에서 전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신의주는 이것이 장점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절차가 간단하다.
이야기를 듣고 난 김동일이 말했다.
“이번 대마도 반환 사건으로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이 수정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장관.”
“예, 위원장 동지.”
서동수는 그동안 김동일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그런지 이해와 순발력이 빠르다.
이번 대마도 사건에 개입하면서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 관계이며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해서 여러 제약을 받는 데 비해
북한은 그 영향이 적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때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일본이 100년 전의 군국주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태평양 방어선 정책은 1905년의 가쓰라·테프트 시대에서 한 걸음도 진보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한반도는 미·일 양국의 제물이 되어 있습니다.”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맞다.
가쓰라·테프트가 각각 한반도와 필리핀을 나눠 먹고 서로 눈감아주기로 약속하고 나서
1950년에는 애치슨이 미국의 극동방어선을 한반도를 빼놓고 오키나와, 필리핀, 일본으로 그었다.
한반도가 쏙 빠진 바람에 김동일의 조부가 마음 놓고 남침하지 않았던가.
그때 김동일의 목소리에 열기가 더해졌다.
“지금부터는 북남한의 한반도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계속해서 일본을 싸고돈다면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고립될 것입니다.”
호흡을 고른 김동일이 다시 말을 잇는다.
“제가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할 예정입니다.
조선 말기에 러시아, 중국, 일본이 우리를 괴롭혔지만 일본이 러일,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나서
한반도의 지배권을 획득했지요?”
그러고는 김동일이 짧게 웃었다. 밝은 웃음이다.
“한반도가 옛날의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미·일 양국에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놈들한테 말입니다.”
“저기.”
갑자기 목이 멘 서동수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물었다.
“위원장님,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군사동맹을 맺을 수도 있지요.
원산이나 청진을 러시아 극동함대에 임차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동해에 러시아 군함이 꽉 차겠지요.”
“…….”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일이 나면 러시아 대사관으로 도망간 고종 신세가 되겠습니까? 핵이 있는데요.”
그러고는 김동일이 다시 웃었다.
“그럼 미국한테는 일본이 매물단지가 되는 거죠.
아베는 제 외조부 대신 전범 재판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
“도대체 미국이 기를 쓰고 일본을 키워주는 이유가 뭡니까?
아직도 세계를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서 전쟁 연습을 하자는 겁니까?”
서동수는 길게 숨을 뱉었다.
과연 왜 그러는가?
그래야 군수물자가 많이 팔리기 때문인가?
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싸고도는가? 가미카제가 무서워서? 웃기네.
(626) 30장 반전(反轉)-10
“우리 들으라고 한 겁니다만…….”
민주당 의원 로버트 존스가 쓴웃음을 짓고 말을 이었다.
“이 말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힐러리가 잠자코 탁자 위에 놓인 녹음기를 보았다.
방금 힐러리는 북한의 지도자 김동일이 신의주 장관 서동수와 나눈 대화를 들은 것이다.
물론 대화 끝마다 목청 좋은 성우가 통역을 했으므로 실감나게 들었다.
존스가 힐러리를 보았다.
“솔직히 한국이 좌우로 갈라져서 매일 데모를 하고 반미가 애국인 것처럼
좌파가 설칠 때는 한국에 배신감을 느끼는 미국인이 많았지요.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당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
“미군 훈련 중에 실수로 여중생 둘이 탱크에 치여 죽고 나서 얼마나 반미 데모가 일어났습니까?
한국을 지키러 파병된 미군인데 말입니다.
그것을 본 미국민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한국에 정이 떨어졌지요. 하지만…….”
그다음 말은 힐러리도 안다.
신의주가 만들어지고 남북한이 급속하게 가까워지면서 각각 정체성을 찾았다.
남북한 내부의 반체제 조직과 인물들이 철저하게 숙청당한 것이다.
남한에서는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던 친북, 종북 세력이 소탕되었고
북한에서는 반(反)김동일 세력이 추방되었다.
그 작업을 서로 돕고 나서 남북한은 지금 연방으로 되어가는 중이다.
이제는 과거의 남북한이 아닌 것이다. 미국에 한국은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 될 수가 있다.
한국전쟁에서 5만 명 가까운 사상자를 내면서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었다.
한국인은 그것을 안다.
그때 힐러리가 입을 열었다.
“아시아에 새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존스 씨.”
“새 시대에는 새 정책이 필요합니다.”
“동의해요.”
힐러리가 앞에 앉은 존스를 바라보았지만 초점이 멀다.
“김동일의 말에 동의한다고요.”
그러더니 쓴웃음을 짓고 덧붙였다.
“물론 역사학자, 정책 입안자가 계획을 세웠겠지만 젊은 사람이라 순발력과 적응력이 강하군요.”
“북한 같은 국가는 결정이 빠르지요.”
“김동일이 푸틴을 만나면 일이 복잡하게 돼요. 오바마도 이 테이프를 들었겠지요?”
“물론이죠. 이 테이프 출처가 CIA인지 국토부인지 밝혀지지도 않은 채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정부 내에서도 김동일의 의견에 공감하는 인사가 많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공화당이나 군수업자들은 반대하겠지요? 특히 친일파 의원들은.”
“그놈들은 한 방에 날릴 수가 있습니다.”
존스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75년 전 일본군의 진주만 침공을 잊고 있는 놈들이지요.
일본에 매수된 반역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힐러리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시아에 새 정책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적과 아군으로만 구분하는 대립의 정책을 써서 비난을 받았어요.
이제는 공존의 정책이 필요해요.”
“일본은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무임승차해온 것입니다.”
얼굴을 굳힌 존스가 말을 이었다.
“일본은 전범국이면서 전쟁 배상은 물론이고 사과도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고는 미국의 극동방어선 정책에 무임승차하더니
이제는 다시 전쟁 전의 군국주의 시대로 올라가 있습니다.”
힐러리가 길게 숨을 뱉었다.
“그래요. 한반도가 예전의 남북한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가 간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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