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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30장 반전(反轉) [3]

오늘의 쉼터 2015. 5. 16. 10:58

<311> 30장 반전(反轉) [3]

 

(621) 30장 반전(反轉)-5

 

 

 

 

 

 

오바마가 존 브레넌 CIA국장을 보았다.

 

백악관 집무실 안, 방이 좁아서 소파에 다섯 명이 둘러앉았는데도 꽉 찬 느낌이 든다.

 

“이봐요, 존. 대마도는 누가 터뜨린 것 같소?”

 

브레넌은 CIA국장으로 가기 전에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오바마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브레넌이 국방장관 척 헤이글, 안보특보 제임스 우드 등을 둘러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한국군, 북한군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방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오전 9시, 그들은 조금 전에 한국시간 오후 6시에 방영된 한대성의 성명 발표 장면을 본 것이다.

 

“그렇다면.”

 

소파에 등을 붙인 오바마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일본 자작극이란 말인가? 그게 발각되면 아베는 정치 생명뿐만 아니라…….”

 

“살인, 테러죄가 적용될 겁니다.”

 

척 헤이글이 말하고는 외면했다.

 

헤이글은 지금까지 한국보다 일본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노상 반미, 미군 철수 시위가 일어나는

 

한국 땅에 호감을 갖는 정치인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미국과 한국이 이 정도나마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럴수록 더 기를 쓰고 뛰었던 국민, 외교관, 일부 정치인과 교민들 덕분이다.

 

헤이글이 입맛을 다시고는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일본이 옛날에 한국 국민들한테 몹쓸 짓을 많이 했습니다.”

 

간토대지진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그때 대통령 집무실에만 오면 얌전해지는 바이든이 거들었다.

 

“적절하게 그 사건을 꺼내는군요. 북한 김동일한테서 들었다면서요.”

 

그러자 이번에는 브레넌이 나섰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중국도 난징대학살 사건을 부각시킬 것입니다.

 

난징에서는 30만 명을 학살했다니까요.”

 

“일본인들이 그렇게 잔인한가?”

 

이맛살을 찌푸린 오바마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것이 오바마의 장점이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버리면 주위 참모들이 신바람을 내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다 아는 체를 하는 인간치고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

 

그때 브레넌이 대답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식민지가 되어 2차 세계대전 때는

 

수백만 명이 징용, 위안부로 끌려갔으니까요.”

 

그런데 헤이글이 거들었다.

 

“하지만 아베는 위안부를 강제로 데려갔다는 증거가 없다는 둥,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아서 위안부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 같다는 둥,

 

침략에 대한 정의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둥 하면서

 

한국인들의 분통을 터뜨려 왔지요.”

 

“어허.”

 

오바마가 헤이글을 향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척, 공부 많이 하셨는데?”

 

“요즘 한·일 관계, 일본의 군국주의에 관한 책을 좀 읽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난 헤이글이 오바마를 보았다.

 

굳은 표정이다.

 

“일본 국민은 순수해서 지도자를 잘 따릅니다.

 

저는 아무래도 아베 때문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이 추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브레넌이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아베 같은 100년 전 사고(思考)의 지도자는 현재에는 맞지 않습니다.”

 

 

 

(622) 30장 반전(反轉)-6

 

 

 

 

 

 

그 시간에 중국 칭다오의 바닷가 저택 응접실에서 중국 총리 리커창이 주석실 비서실장 왕원,

 

외교부장 우린과 함께 지금 막 들어온 서동수 일행을 맞는다.

 

서동수는 신의주에서 날아온 것이다.

 

칭다오는 오후 10시가 조금 지났다.

 

이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3층 저택으로 파도소리가 들린다.

 

인사를 마치고 차를 한두 모금씩 마시는 동안 양측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서동수는 비서실장 유병선과 안보특보 안종관을 대동했다.

 

오늘은 리커창으로부터 비밀리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때 찻잔을 내려놓은 리커창이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 한 대통령의 성명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세계 인민이 일본인의 잔학성에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숙였다.

 

그때 리커창이 말을 이었다.

 

“대마도 폭발 사건은 일본의 자작극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증거는 철저히 은폐하겠지요.

 

드러난다고 해도 노출시킨다는 것은 반역 행위가 될 테니까요.”

 

한국 정부가 조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색한 리커창이 서동수를 보았다.

 

“이 기회에 중국 정부도 일본이 군국주의 시대에 저지른 엄청난 만행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 정부와 연합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서동수는 숨만 들이켰고 리커창의 말이 이어졌다.

 

“일본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겠지만 미국 정부와 접촉할 것입니다.

 

1945년으로 되돌아가 일본을 점령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해 달라고 제의할 예정입니다.”

“…….”

“아울러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이니 개뿔이니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도 이번 기회에 중·미 정부가

 

함께 토의할 것입니다.”

 

“…….”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현재 분쟁 당사자이니만큼 당분간 참여를 보류하고 토의하겠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니까요.”

 

리커창의 목소리에 열기가 묻어났고 얼굴도 상기되었다.

 

“일본을 태평양 방위선으로 삼으려고 온갖 악행을 덮고 응원하다니,

 

말이 됩니까? 아베 같은 100년 전의 허접한 사무라이가 다시 날뛰게 만들어 주다니요?

 

일본은 지금 남북한 연합군이 쳐들어가면 사흘 안에 항복합니다.”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을 때 리커창도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한국도 100년 전의 조선이 아니고 중국도 청나라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이나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누가 중국을, 미국을 침략합니까?”

 

갑자기 리커창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쳤으므로 모두 긴장했다.

 

“누가 세계를 정복합니까? 모두 50년, 100년 전의 망상에 사로잡혔고

 

그 사이에서 득을 보는 인간이 아베 같은 허접한 놈입니다.

 

분위기를 만들어 군비 확장, 제3의 세력으로 도약하려는 것이지요.”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크게 보는 지도자다.

 

아마 여럿의 중지를 모았겠지. 그때 리커창이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남북한이 중립국으로 남아 지렛대 역할을 해주면 됩니다.

 

일본을 더 이상 키워줄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1945년으로 돌아가 일본의 진솔한 사과부터 받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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