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30장 반전(反轉) [1]
(617) 30장 반전(反轉)-1
“상황이 변했습니다.”
오전 11시, 신의주장관실에서 특보 안종관이 서동수에게 보고했다.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반전(反戰)분위기가 압도적이었던 일본 여론이 급격히 돌아섰습니다.
반한(反韓)감정이 급등하면서 참전하겠다는 여론이 24%에서 76%로
50%포인트 이상 급상승했습니다.”
대마도 폭파사건 때문이다.
지금 장관실의 TV에도 대마도의 폭파된 건물과 사상자 관련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아마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을 것이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안종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베는 전군(全軍)에 전시 동원령을 내렸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때 TV 화면에 아베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이 떴다.
아베는 비장한 표정으로 희생당한 일본공무원, 국민의 명복을 빌면서 울었다.
그러고는 국난을 당한 일본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다.
감동적인 연설이다.
서동수가 세 번째 보는데도 다시 목이 멜 정도였다.
지금 세계인들이 모두 아베의 연설을 되풀이해서 보고 있을 것이다.
서동수가 머리를 돌렸을 때 안종관이 잇새로 말했다.
두 눈이 치켜떠져 있다.
“오늘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도쿄증시가 동요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틀어막고 있겠지만 국민이 단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상황이 반전된 것 같습니다.”
서동수는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아베라는 괴물 뒤에 웅크린 거대한 존재를 실감한 것이다.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그때 안종관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대마도 테러는 남북한 특공대의 기습으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벌써 폭파범 추적에 대한 관심은 뒤로 밀렸습니다.”
급격한 반전이다.
전시(戰時)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베의 군국주의적, 도발적 정치가
국민의 염증을 증폭시키던 중에 대마도 폭파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일본 국민을 순식간에 단결시켰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안종관의 혼잣소리를 받았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요.
한국이 그렇게 당했다면, 한국인도 뭉쳤을 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단 말입니까?”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직후 남북한 양국은 거의 동시에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럴 필요도 없고 인력도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일부는 우리가 기습 공격을 한 것이라고 믿었다.
일본의 기세를 제압하기 위한 선제공격이라고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전영주가 들어섰다.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다.
“장관님, 위원장이십니다.”
다가선 전영주가 핸드폰을 내밀면서 말했다.
전영주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다.
서동수는 잠자코 핸드폰을 받아 귀에 붙였다.
김동일 국방위원장이다.
“예, 위원장님.”
“장관님, 참모회의를 했는데 사건을 우리가 파악했습니다.”
숨만 들이켠 서동수의 귀에 김동일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사건은 그때와 똑같다는 우리 참모들의 결론입니다.”
“무, 무엇이 말씀입니까?”
“1923년 9월 1일의 간토대지진 당시 하고 상황이 같단 말입니다.”
김동일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렸다.
아니, 무슨 상황이 같단 말인가?
(618) 30장 반전(反轉)-2
“아니, 상황이 같다니요?”
서동수가 묻자 김동일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렸다.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은 서민 생활이 극도로 피폐했고,
무능한 군국주의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서동수는 숨을 죽였다.
아직 얼떨떨한 상태여서 입을 열지 못하겠다.
김동일의 목소리에 열기가 묻어났다.
“바로 그때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것이지요.
규모 7.9에서 8.4의 강진이 오전 11시 58분부터 5분 간격으로 세 차례 발생했습니다.
세 차례 모두 5분 이상 계속되었기 때문에 도쿄 등 간토 지역은 궤멸적 타격을 받았지요.”
“…….”
“도쿄는 도시의 75% 이상이 파괴, 소실되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대부분의 가구가 불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
“지옥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던 터라 폭동 일보 직전 상태가 되었지요.”
서동수는 호흡을 조절했다.
지금 김동일의 옆에는 각 군 지휘관과 역사학자들까지 모여 있을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위원장님.”
“그때 일본 총리는 야마모토 곤노효에, 그러나 새 총리로 선출되어서
아직 취임도 못 했고 내각도 구성하지 못했지요.
권력 공백 상태였던 것입니다.”
“…….”
“그래서 실권을 쥐고 있던 자가 내무대신 미즈노였습니다.
사고에 대한 실무 최고 책임자는 경시총감 아카이케,
이놈들 둘은 조선총독부에서 각각 정무총감과 경무국장을 맡아 손발을 맞춰 온 사이였습니다.”
호흡을 고른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바로 이 두 놈이 조선의 3·1운동을 제압한 당사자이지요.
그러고는 간토대지진 때 또 실무자가 되었습니다.”
“…….”
“대지진 직후에 간토 전 지역에서 폭동 기미가 보이자
아카이케가 지진 발생 1시간 42분 후에 간토 지역 전(全) 경찰서에 전문을 보냅니다.”
‘사회주의자, 선인(鮮人)의 방화가 만연하고 있다. 적극 대처하도록 하라.’
“…….”
“선인은 조선인입니다.
그리고 신문사에 지시해 호외를 뿌리도록 합니다.
불량 선인을 조심하라고 말입니다.”
“…….”
“다시 지진 발생 22시간 후에 전 경찰서에 공문을 보냅니다.”
‘곧 조선인들의 내습이 있을 것이다.
9월 1일 화재는 다수의 조선인이 방화를 하거나 폭발물을 던져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 결과 판명되었다.’
그러고는 김동일이 길게 숨을 뱉었다.
“그 결과 일본인들의 폭동은 조선인들을 잡아 죽이는 것으로 변했지요.
조선인 임신부는 배를 갈라 죽이고 태아는 죽창에 꿰어 다녔습니다.
이후 말할 수 없는 참극이 벌어졌지요.
일본 민간인 자경단이 군·경의 협조를 받아 조선인들을 죽이고 다닌 것입니다.
간토 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인 3만여 명이 지진 후에는 7000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때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간토대지진 당시와 상황이 같다는 김동일의 말은 이미 알아듣고 있었다.
아베는 당시 일본 정부처럼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한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급속히 단결하는 현재의 일본인들은 당시의 자경단 같다.
그렇다면 이 폭발은 과연 누구 소행인가?
그때 김동일이 말했다.
“폭발범 배후를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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