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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29장 새 세상 [10]

오늘의 쉼터 2015. 4. 30. 17:50

<308> 29장 새 세상 [10]

 

(614) 29장 새 세상 <19>

 

 

 

 

 

 

 

 

 

아베와 헤어진 아소가 승용차에 올랐을 때는 밤 11시 반이다.

 

76세의 노장인 터라 아소의 어깨는 피로 때문에 늘어져 있다.

 

차가 총리 관저를 빠져나갔을 때 앞좌석에 앉은 비서 혼다가 몸을 돌려 아소를 보았다.

 

굳어진 표정이다.

 

“부총리 각하, 노무라 증권의 마쓰모토 회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는데 받으시겠습니까?”

 

“연결해.”

 

정색한 아소가 말하자 혼다는 서둘러 전화를 연결시켰다.

 

곧 아소는 혼다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노무라 증권의 마쓰모토는 경제계의 거물이며 아소의 최측근이다.

 

또한 아베 정권의 경제교사이기도 한 것이다.

 

“아, 마쓰모토 씨, 납니다.”

 

아소의 목소리를 들은 마쓰모토가 굳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부총리 각하, 큰일 났습니다.”

 

“뭐가 말씀이오?”

 

이맛살을 찌푸린 아소가 핸드폰을 고쳐 쥐었다.

 

짜증이 난 얼굴이다. 그때 마쓰모토가 대답했다.

 

“내일 주식시장이 공황상태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증권가의 소문과 동향을 보면 내일 터집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오늘 오후까지는 주식시장이 별일 없었지만 저녁에 포항 바닷가에 모인 배가

 

전 세계로 방영된 후부터 뉴욕, 상하이, 유럽 증시에서 일본 관련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그 영향이 내일 도쿄 증시로 밀려옵니다.”

 

“아니, 도대체. 그따위 화물선 따위를…….”

 

“한국 관련 주식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

 

“곧 전쟁이 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이 일·한 간의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

 

“뉴욕, 파리, 베를린의 정보원 보고를 받으면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은 패한다고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에 몇 조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하게 될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개 같은.”

 

“부총리 각하, 이제 도쿄 증권가도 이 쓰나미를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증시가 폭락하면 우리는…….”

 

“막을 수 없어요?”

 

“이대로 가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경제가 파탄 납니다.

 

닷새를 견디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소가 눈을 치켜뜨고 앞쪽을 보았다.

 

1940년생이니 아소는 5세 때 패전을 맞았다.

 

그러나 아소탄광 소유주의 자식이어서 굶주림을 겪지는 않았다.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아소에게 뼈가 저릴 만큼 혹독한 어린 시절을 겪은

 

80대의 마쓰모토가 말을 이었다.

 

“부총리 각하, 그렇게 되면 당장 내일부터 사재기 폭동이 일어나고 물가가 몇 배로 뛸 것입니다.”

 

“…….”

 

“주식시장이 공황에 빠지면 경제가 마비되는 것과 같습니다.

 

더구나 전쟁에 패배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덮칠 테니 수습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여보세요, 마쓰모토 씨. 당신은 과장이 심해요.”

 

“한국은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

 

그 순간 숨을 들이켠 아소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더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혼다에게 말했다.

 

“차를 돌려, 총리께 간다. 그리고 총리께 내가 간다고 말씀드려.”

 

아소의 눈동자는 초점이 멀다.

 

 

 

 

 

(615) 29장 새 세상 <20>

 

 

 

 

 

 

 

 

 

오전 5시 30분 대마도 최북단의 히다카쓰(比田勝)항, 여객터미널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안쪽이 하카타행이고 바깥쪽이 부산행 국제터미널이다.

 

국제터미널 안쪽 항에는 어제저녁에 들어온 고속선 한 척이 떠 있을 뿐 앞쪽은 비었다.

 

요즘에는 대마도 관광이 금지된 터라 고속선은 후쿠오카에서 온 전세선이다.

 

마키가 대합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재빠르게 앞을 가로질러 갔다.

 

“저런, 빌어먹을. 재수 없게.”

 

투덜거린 마키가 허리를 펴고 앞쪽 항을 보았다.

 

올해 68세인 마키는 히다카쓰항 터미널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35년이 된다.

 

전에는 이즈하라항에서 근무했으니 항구 관리사무실에서 한평생을 보낸 셈이다.

 

“젠장, 전쟁이 일어나려나?”

 

아직 어둠이 덮여있는 항구와 건너편 해상보안서 건물을 바라보면서 다시 마키가 혼잣말을 했다.

 

혼자 사는 마키는 어젯밤도 관리실 숙소에서 잤다.

 

동료 소노다 대신으로 숙직 근무를 해준 것이다.

 

새벽잠이 없는 터라 5시에 일어나 터미널을 돌면서 아침 운동을 하는 중이다.

 

“하긴 한국령이 되면 대마도가 시끄럽긴 하겠다.”

 

한국 관광객을 떠올리면서 마키가 두 팔을 벌리고 숨쉬기 운동을 했다.

 

해상보안서의 불빛이 환했다.

 

예전에는 건물 한두 곳만 불이 켜져 있었는데 요즘 일·한 간 대마도 소동이 일어난 후부터

 

해상보안서는 불을 환하게 켜놓았다.

 

“에이그, 누가 대마도 주인이 되건 상관없다.”

 

이제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하면서 마키가 시모노세키에서 살고 있는 외아들 사이토를 떠올렸다.

 

나이 40세가 된 사이토는 3년 전 이혼하고 여덟 살 난 딸 나오미와 둘이서 산다.

 

마키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이토가 대마도로 돌아와 손녀하고

 

셋이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이토가 일할 곳이 있어야 한다.

 

대마도가 누구 차지가 되건 간에 사이토가 일할 직장만 있으면 된다.

 

대마도 태생인 마키는 한 번도 본토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목운동을 시작한 마키가 다시 혼잣말을 했다.

 

“대마도 국민 70%가 백제계라며? 나도 조선계인지도 몰라.”

 

그때였다. 건너편 해상보안서가 갑자기 환해지더니 불기둥을 뿜으며 어두운 하늘로 솟아올랐다.

 

폭발한 것이다.

 

건물이 산산조각이 되어서 하늘로 솟아오른다.

 

다음 순간 폭발음이 울렸다.

 

“꽈꽈꽝!”

 

엄청난 폭음이다. 혼비백산을 한 마키가 얼어붙었다가 몸을 돌려 대합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문 받침대에 발이 걸려 빈 대합실에 뒹굴었다.

 

“꽈꽈꽝!”

 

다시 폭음이 울리면서 해상보안서의 불빛이 항구를 비추었다.

 

“아이고, 전쟁이다.”

 

마키는 이제 해상보안서가 불길에 덮인 것을 보았다.

 

한국군이 쳐들어온 것이다.

 

그때 옆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경비원 아오모리가 달려왔다.

 

 아오모리는 모자도 쓰지 않았다.

 

“마키 씨! 전쟁이요!”

 

아오모리가 소리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빈 대합실에는 그들 둘뿐이다.

 

“포격을 한 것 같아.”

 

겨우 진정한 마키가 말했을 때다.

 

“꽈꽈꽝!”

 

다시 폭음이 울렸는데 이번에는 뒤쪽이다.

 

뒤쪽은 시내인 것이다.

 

 

 

 

 

(616) 29장 새 세상 <21>

 

 

 

 

 

 

 

 

 

“히다카쓰의 해상보안서, 파출소, 그리고 토요포대(豊砲台)가 폭파되었고

 

불이 번져 주변 민가 14채가 전소되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 총리실에 모인 긴급장관회의에서 총리실 정보책임자 도쿠가와가 보고했다.

 

눈에 핏발이 선 도쿠가와가 상황판에 비친 현장 사진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또한 이즈하라의 미나미 경찰서와 검찰청, 시내의 파출소가 폭파됐는데.”

 

말을 그친 도쿠가와가 감정이 솟구친 모양인지 질끈 어금니를 물고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두 눈이 번들거렸다.

 

“여기선 주민 피해가 큽니다.

 

이즈하라 파출소가 폭파되면서 주변 민가로 불길이 번져 민간인 45명이 살해되었습니다.”

 

도쿠가와는 살해라는 표현을 썼다.

 

둘러앉은 장관들의 시선이 상황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이즈하라 시내가 불타고 있다. 파출소는 흔적도 없어졌고

 

주변 민가 수십 채가 불길에 싸여있는 것이다.

 

앞쪽 경찰서와 검찰청 건물의 잔해는 더 처참하게 보였다.

 

모두 이를 악물고 눈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그때 아베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피해는?”

 

“사망 275명, 부상 422명입니다.

 

그중 민간인 피해자가 사망 124명, 부상 277명입니다.”

 

도쿠가와가 외면한 채 말했을 때 총무상 신도 요시타카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쳤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당장 개전해야 됩니다!”

 

신도 요시타카가 누구인가?

 

미국에 세워진 위안부 기념비를 역사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했고

 

독도가 일본령이라면서 독도를 방문하려고 방한했다가 공항에서 입국을 금지당한 인물이다.

 

신도 또한 아베처럼 위대한(?) 외조부가 있다.

 

신도의 외조부는 제2차세계대전 때 이오지마 수비대 사령관이었던 구리바야시 중장인 것이다.

 

신도에게 시선을 준 아베가 다시 묻는다.

 

“폭파범에 대한 단서는?”

 

“추적 중입니다만, 한국군 특공대일 가능성이 가장 많습니다.”

 

어깨를 편 도쿠가와가 말을 이었다.

 

“쓰시마 지역 정보에 정통한 데다 CCTV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폭발물이 한국군에게 익숙한 미군용 K2 폭약이고,

 

대마도 침공에 방해가 되는 기관과 군 시설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미리 선제공격을 한 것입니다.”

 

다시 신도가 소리치듯 말했을 때 아베의 시선이 방위상 나카무라에게 옮겨졌다.

 

“한국군 동향은?”

 

“포항에 이제 선박이 4000척 가깝게 모여있습니다.

 

그러나 군(軍) 이동은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본 나카무라가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북한군은 원산에 1개 특공사단, 1개 산악여단, 1개 병참연대를 집결시켰고

 

동부전선에서 군 이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아베는 어금니를 물었다.

 

주위에 둘러앉은 장관들도 잠깐 입을 다물었다.

 

침공에 대비한 준비는 완벽하게 해놓았다.

 

이지스함 6척 중 5척이, 구축함 20척과 공군까지 동해상에 집결한 상황이다.

 

화물선과 어선이 1만 척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전력만으로 비교하면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일본의 해·공군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이윽고 아베가 입을 열었다.

 

“한국 측의 도발이 분명한 이상 대국민 성명을 발표해야 되겠습니다.”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아베의 말이 이어졌다.

 

“전시 비상계엄을 당분간 실시합니다.”

 

아베의 시선을 받은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다.

 

국회에서도 만장일치로 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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