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9장 색정기 6

오늘의 쉼터 2015. 5. 9. 19:43

제9장 색정기 6 

 

 

1.

 

봉수는 주해원과 함께 상해 시내로 나왔다.

 

그녀에게 필요한 물품을 장만하기 위한 외출이었다.

 

진국은 팀원들과 회의를 하겠다며 봉수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1월 한 달이 다 지났는데도 그렇다할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죠?”

 

봉수와 주해원은 상해의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그녀가 상해를 둘러보고 싶다고 해서 잡은 길이었다.

 

“뭔가를 창작해 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머잖아 썩 괜찮은 작품이 하나 나올 것도 같습니다.”

 

“박 팀장님!”

 

주해원이 거리 한복판에서 봉수의 팔을 잡고 세웠다.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두 사람을 피해 지나갔다.

 

“팀원들이 자유롭게 일하려면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죠?”

 

‘너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돼.’

 

봉수는 목구멍까지 기어오르는 소리를 참느라 침을 삼켰다.

 

“뭐, 지금도 그다지 일하는 덴 나쁘지 않습니다.”

 

주해원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그녀는 불쑥 한 전자제품 매장으로 들어갔다.

 

노트북을 장만하려는 모양이었다.

 

봉수의 생각대로 그녀는 노트북을 둘러보았다.

 

매장의 안내 직원이 그녀를 따라 붙었다.

 

봉수가 그녀 가까이 쫓아다녔다.

 

통역이 필요할 터였다.

 

6개월쯤 중국어 회화를 배워서 아직은 완전하게 의사 소통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간단한 대화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봉수의 그런 생각에 쐐기를 박기라도 하려는 듯

 

주해원은 중국 사람보다도 더 중국말을 잘했다.

 

“원래 그렇게 중국어를 잘 하셨습니까?”

 

봉수는 매장 직원과 대화를 끝낸 주해원에게 물었다.

 

밥맛 없는 여자 같으면서도 그녀에게서 조금씩 매력이 느껴졌다.

 

그저 돈이나 밝히는 수전노쯤으로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그게 궁금한 게 아니시죠?”

 

주해원이 팔짱을 끼고 선 채로 어디론가 사라진 담당 매장 직원을 찾았다.

 

봉수는 주해원 뒤에 서서 살짝 입을 가렸다.

 

‘혹시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온 거 아냐?’

 

봉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 매장 직원들은 한번 사라지면 함흥차삽니까?”

 

“안 그런데도 있는데 사실 이런 데가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물건 살 사람이 알아서 사가는 걸 아직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아직도 그렇다는 말이죠?”

 

주해원이 봉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편입니다.”

 

봉수는 주해원의 눈길을 피했다.

 

“본격적으로 란제리 숍을 운영할 때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를 할 건지 기획은 되어 있나요?”

 

‘허, 이거 참. 김칫국부터 마시겠다?’

 

봉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김칫국부터 마시겠다는 건 아닙니다.”

 

봉수는 진실로 놀라 손바닥 전체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반면 주해원은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2.


봉수는 주해원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말이야 참지만 생각까지 참는 다는 건 무리였다.


주해원은 마치 자신이 상해 주재원인 듯 어디든 거침없이 다녔다.

 

주해원과 봉수의 손에 물건을 담은 봉투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봉수는 그저 주해원의 뒤를 따라 다니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그녀의 뒷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릎 위로 한참 올라간 치마와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

 

걸을 때마다 씰룩거리는 엉덩이의 근육이 봉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봉수는 얼른 눈을 돌렸다.

 

하지만 생각은 이미 이루어지고 말았다.

 

‘엉덩이 하나는 죽이네.’

 

봉수가 생각을 끝냈을 때 주해원이 불현듯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조만간에 호천수 회장 좀 만날 수 있게 주선해 줄 수 있나요?”

 

봉수는 적잖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독심술 같은 걸 할 리가 없을 거야.’

 

봉수는 헛기침을 두어번 한 후 입을 열었다.

 

“그건 진국이랑 얘기를 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양반이야 우리가 연락을 하기 보다는

 

그 쪽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이가성 씨나 왕조선 씨하고도 연락이 안 닿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 분 만나기 힘들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만나야 합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상사가 아니라니까 자꾸 말투가 상사를 대하듯이 그러세요.”

 

봉수는 주해원을 따라 걷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성질은 좀 급하신 모양이네요.

 

그런 감정이 사라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봉수는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그럼에도 썩 훌륭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해원은 봉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차를 주차 시켜놓은 곳으로 돌아와 사들인 물건을 차의 뒷좌석에 실었다.

 

“저랑 맥주나 한잔 해요.”

 

“맥주요? 그럼 운전은?”

 

“얘기나 나누자는 겁니다.”

 

주해원은 두리번거리더니 ‘호스’라는 상호의 맥주전문점으로 쑥 들어갔다.

 

“정말 제 멋대로군. 앞으로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까.”

 

주해원이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봉수는 마음 놓고 입을 열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호스’는 서울에서도 흔한 그런 맥주집이었다.

 

아직 훤한 대낮이라 그런지 손님은 주해원과 봉수 둘 뿐이었다.

 

“박 팀장님, 저 빙빙 돌려서 말 못해요.”

 

주해원은 맥주 두 병을 주문해 놓고는 맥주가 나오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봉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불편하죠?”

 

“아, 아무래도 그렇죠. 쉽게 말해서 부도 난 회사에 법정관리인 같은 느낌의 사람입니다.

 

또 말만 다르지 사실이 그런 셈 아닙니까?”

 

주해원은 맥주가 나오기 무섭게 술병을 잡고 들이켰다.

 

반쯤 병을 비운 후 병을 탁자 위에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3.


주해원이 목까지 채웠던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턱밑에 길다란 상처를 본 봉수는 얼른 눈길을 돌렸다.

 

상처가 제법 깊고 길었다.

 

블라우스 단추를 목까지 채웠을 땐 보이지 않던 상처였다.


봉수는 서둘러 술병을 잡고 목을 축였다.

 

주해원과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신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뭘 말씀입니까?”

 

“다른 분들이 저를 직원처럼 대하게 만들려면 말이에요.”

 

“친해져야겠죠. 그래도 입장 때문에 힘들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입장이라뇨?”

 

“우리야 여기가 망하면 끝이지만 주해원씨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겁니다.”

 

주해원이 조용히 병을 들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녀의 턱 밑 상처가 꿈틀거렸다.

 

봉수는 그 상처를 보는 일이 불편했지만 왜 생긴 상처인지 궁금했다.

 

“박 팀장님은 권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봉수는 주해원이 뚱딴지같은 말을 꺼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권한이야, 어떤 일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두고 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코지’가 무너지면 저도 마찬가지 신세가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주해원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 ‘코지’를 돕겠다는 결정은 제가 한 겁니다.

 

그걸 황 사장님이 받아 들여 주신거구요.

 

제게 맡기셨고 책임 또한 제게 있는 겁니다.

 

황 사장님이 저를 버리시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제가 곁에 붙어 있을 수가 없는 거죠.

 

 ‘코지’가 결국 망하게 되면 큰 손해를 입히는 꼴이 되는 거니까요.”

 

주해원이 블라우스 단추 하나를 더 풀었다.

 

흉한 상처와는 다르게 속살은 희고 매끈해 보였다.

 

‘황 사장 애첩이라니까 버리진 않겠지.’

 

봉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긍적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긍정적으로 생각이 되질 않았다.

 

봉수에게 주해원은 법정 관리인이며 기업 사냥꾼에 지나지 않았다.

 

“저를 혹시 황 사장님의 애첩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세요?

 

그래서 저는 돌아갈 자리가 있다고 보시는 건 아니죠?”

 

봉수는 다시 한번 가슴이 뜨끔했다.

 

봉수는 이런 여자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금이 가려면 일찍 금이 가서 내쳐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혹시 말입니다. 독심술 같은 거 하세요?”

 

“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긴 계셨군요.”

 

으잉? 이건 무슨 말인가? 그냥 그 동안 넘겨짚었다는 말인가?

 

“제 속을 어쩌면 그렇게 꿰뚫어 보실 수 있습니까?”

 

주해원이 피식 웃었다.

 

“권한이 주어지고 책임을 다하려다 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

 

앞으로의 관계, 상대방의 생각 등을 읽으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그런 노력의 일환일 뿐입니다.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죠.

 

저야 제 입장에서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독산동 노랭이라는 황 사장의 오른팔로 알려졌겠다,

 

젊은 여자겠다, 같이 지내자고 하겠다 등등.”

 

주해원은 종업원을 불러 맥주 두 병을 더 시켰다.

 

“염려 마세요. 두 병 다 제가 마실 거니까.”

 

봉수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4시.

 

술에 취할 수도 있는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봉수는 그래도 주해원을 곱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다리를 포개고 앉아 술병을 기울였다.

 

봉수는 허벅지 안쪽까지 훤히 드러난 그녀의 다리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주변에 온통 여자들 뿐이라 여자들의 살에 무감할 법도 한데

 

주해원은 봉수에게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진국씨가 저에 대해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주해원은 창 밖으로 거리를 내다보았다.

 

늦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거리는 젊은 사람들로 메워지고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다만 틀림없는 여자라고만 그랬죠.”

 

“그런데 왜 콘도로 들어서자마자 저를 적대시하는 냉기가 가득 찼을까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빚쟁이가 빚 잘 받으려고 자기가 일을 같이 하겠다는데 어떤 채무자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박 팀장님은 제가 돌아가길 바라는 겁니까?”

 

봉수는 그녀의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해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세 달 안에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우리 사장님도 손을 뗄 겁니다.”

 

“아니, 아까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돕겠다고……”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앞으로 두 달. 90일이 남았을 뿐이다.

 

“그 동안 어느 정도까지의 완성을 말하는 겁니까?”

 

“중국 중요 도시의 백화점에 적어도 매장을 하나씩 얻어

 

본격적인 판매를 순조롭게 하는 정도라고 말하면 될까요?”

 

봉수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황 사장이나 주해원씨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 기본도 모르는 사람 같군요.

 

돈을 싸들고 들어와서 노력해도 중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3달이라뇨?”

 

주해원은 봉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원래 술이 강한데 왜 이러죠? 취하네요. 몸 좀 눕힐 데가……”

 

쿵! 봉수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도하고 깐깐하고 빈틈이 없어 보일 것만 같았던 주해원이

 

느닷없이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며 엎어진 것이다.

 

술병이 하나 쓰러졌고 기본 안주로 가져온 안주 그릇이 엎어졌다.

 

종업원들이 달려왔다.

 

봉수는 난감했다.

 

술에 취한 여자를 데리고 다시 콘도로 들어간다는 것도 우스웠고

 

술집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도 할 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 그녀를 업고 간다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봉수는 어쨌든 종업원들의 도움을 받아 주해원을 업었다.

 

묵직했다.

 

봉수의 손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대퇴부를 잡았다.

 

봉수의 등에 물컹한 젖가슴이 닿았다.

 

키도 큰 편인데다가 몸매도 글래머여서 그런가 주해원은 제법 무거웠다.

 

봉수는 가게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상해에서 그것도 훤한 대낮에 여자를 업고 다니게 되리라고는 상상해 보지 않았다.

 

봉수는 일단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봉수를 힐끔 힐끔 쳐다봤다.

 

봉수는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한 채 서서 숨을 몰아 쉬었다.

 

그 동안 일에만 매달려 사느라 체력이 바닥난 듯했다.

 

그때 바로 눈앞에 저패니스 모텔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후미진 골목 안쪽으로 화살표가 이어져 있었다.

 

‘누울 데 찾은 건 내가 아니라 이 여자니까 괜찮겠지.’

 

봉수는 그녀의 몸을 겨우 업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모텔 카운터 종업원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5.

 

봉수는 키를 받아 5층으로 향했다.

 

이 놈의 모텔은 구조가 희한해서 짝수 층에만 엘리베이터가 섰다.

 

그러니까 6층에서 내려서 5층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모텔 방 문 앞에 섰을 땐 더 이상 업고 있기 힘들 정도였다.

 

한 손으로 주해원의 엉덩이를 받히고 한 손으로 방문의 자물통에 열쇠를 집어넣었다.

 

잘 맞지 않았다.

 

여러 차례 쑤셔 보자 그 중 하나가 절묘하게 맞아 방문이 열렸다.

 

봉수가 한 손으로 주해원을 받히고 있는 바람에 주해원의 스커트가 허리까지 올라가

 

그녀의 하체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봉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엉덩이 맨살을 잡아야만 했다.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래.”

 

봉수는 투덜거렸다.

 

그러면서도 웬지 싫지 않았다.

 

경우 방으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 위에 던지다시피 눕혔다.

 

스커트는 돌돌 말려 허리까지 올라갔고 블라우스는 단추가 세 개나 풀어져

 

안의 브래지어가 훤히 다 보였다.

 

“우리 상표네.”

 

팬티와 브래지어를 힐끔 쳐다본 봉수가 중얼거렸다.

 

작년 말 ‘코지’가 어렵기 전에 내놓았던 ‘블랙’이라는 상표였다.

 

팬티는 둔부 부분과 사타구니 부분이 촘촘한 망사로 처리되어 있었지만

 

빛의 각도에 따라 안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그런 매직 천의 구조를 지닌 팬티였다.

 

봉수는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지난 밤 마신 술과 아이디어 생각하느라 밤새 뒤척인 덕에 봉수의 몸도 무거웠다.

 

주해원을 업고 오느라 셔츠가 땀에 푹 젖어 있었다.

 

어제 마신 술 탓에 땀이 많이 흐른 듯했다.

 

봉수는 셔츠를 벗었다.

 

봉수는 셔츠를 내던진 후 침대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주해원이 반쯤 벗은 채 누워 있었다.

 

매끈한 피부와 통통한 엉덩이가 자꾸 봉수의 눈길을 잡았다.

 

“내가 왜 이러지?”

 

봉수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랬는데 갑자기 주해원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박 팀장님……”

 

봉수도 벌떡 일어났다.

 

주해원은 봉수를 알아 본 후 입을 막고는 두리번거렸다.

 

토하려는 듯했다.

 

봉수가 서둘러 화장실을 가리켰다.

 

주해원이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괜찮습니까?”

 

화장실에서는 웩웩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주해원이 나왔다.

 

그런데 그녀의 블라우스에 노란 물이 들어 있었다.

 

맥주를 다 토해내다가 블라우스에 묻힌 모양이었다.

 

그녀는 봉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침대로 달려가 그대로 폭 쓰러졌다.

 

봉수는 한동안 멀뚱 서서 주해원을 내려다보았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여자였다.

 

이런 여자가 어떻게 무엇으로 ‘코지’를 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봉수는 그녀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봉수는 우선 그녀의 블라우스에 손을 댔다.

 

조심스럽게 단추를 풀었다.

 

주해원이 몸을 비틀었다.

 

봉수는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몸을 슬쩍 밀어 블라우스를 빼냈다.

 

아무래도 주해원이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아무튼 도와주겠다고 오는 것들은 다 말썽이라니까.”

 

봉수는 인터폰을 들었다.

 

땀에 젖은 자신의 셔츠도 어떡하든 세탁을 해야 했다.

 

종업원이 올라왔다.

 

봉수는 종업원에게 한 두 시간 안에 세탁과 건조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가능합니다.”

 

“잘 다려서 부탁 좀 하겠습니다.”

 

종업원이 봉수의 등뒤를 넘겨다보는 듯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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