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9장 색정기 5

오늘의 쉼터 2015. 5. 9. 19:26

제9장 색정기 5 

 

 

1.

 

"발상의 전환이지. 빨간색을 좋아하고 도처에 빨간색이 깔려 있으니까

 

빨간색 느낌의 속옷은 피하자는 게 선입견 아닐까?

 

게다가 내가 상상하는 아이디어의 ‘레드’는 부적의 의미도 있고 장수의 의미

 

게다가 음기를 막아주는 의미 또 황금을 첨가해서 부의 의미까지 부여하는 거거든.”


진국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어쨌든 시도해 볼만한 일이었다.

 

진국과 봉수는 공항 로비 출국장에 서서 주해원을 기다렸다.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으니 주해원이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그런데 그 주해원이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야?”

 

“묘한 분위기의 여자야.

 

그리고 확실한 건 아니지만 레즈비언 같기도 하고 양성애자 같기도 한 여자지.”

 

진국은 예전 주해원의 사무실에서 채연과 벌어졌던 몸의 향연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는 불쾌하고 우울했던 풍경이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웃을 일이었다.

 

“왜 웃어?”

 

“별 거 아냐.”

 

“그나저나 얼마나 지원해주려고 할까?”

 

“한국에서 알아주는 노랭이의 오른팔이니까 뭐 불 보듯 뻔하겠지.”

 

“지난번에 왔던 사장 여자 친구 로리타처럼 옷 벗어라,

 

뭐 가져와라, 그러는 건 아니겠지?”

 

“모르지.”

 

진국은 주해원 역시 다분히 그럴 소지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봉수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려고 출구를 통해 나오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오 분 남짓 흘렀을 때 진국이 오른 손을 들었다.

 

까만 정장 차림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그리고 갈색의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진국과 봉수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왔다.

 

간단한 여행 가방 하나만 든 차림이었다.

 

주해원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진국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오랫만이네요.”

 

“그러게요.”

 

진국이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주해원의 손을 잡았다.

 

봉수는 그녀에게서 호천수를 만났을 때 느꼈던 카리스마를 느꼈다.

 

봉수는 체질적으로 기가 센 여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선입견 때문인지 선뜻 손이 앞으로 나가질 않았다.

 

“박봉수 씨?”

 

주해원이 봉수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제 이름을 어떻게?”

 

봉수는 그 짧은 순간 머리를 굴려 보았다.

 

사무실로 쓰고 있는 콘도에는 두 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그들 중 봉수가 나왔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주해원은 봉수에 대해서는 물론 진국과 함께

 

마중을 나오리라는 사실까지도 간파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기본 아닙니까? S대 서양화과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두 번 특선 입상,

 

올 년말 전시회가 기획되어 있었지만 중국 출장으로 당분간 보류된 상태.

 

고향은 고성이며 아버지는 1년 전에 돌아가셨고 형과 여동생이 있고

 

현재 서울 거주지는 서교동의 한 낡은 한옥집이죠?”

 

봉수는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여자였다.

 

비록 기본적인 프로필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정도라도 알고

 

봉수를 대했던 여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소름이 끼치면서도 그녀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해원은 선글라스를 쓴 채 앞장섰다.

 


2.


“뭐 좀 나왔습니까?”


승용차의 뒷좌석에 오르자 마자 주해원은 그 말부터 꺼냈다.

 

이건 지원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감시하러 온 사람의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그게 우리 팀원들이 모두 슬럼프에 빠져 말입니다.

 

그래도 조만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질 거 같습니다.”

 

진국은 차갑고 딱딱한 말투로 대꾸했다.

 

봉수는 입을 다문 채 정면만 바라보았다.

 

주해원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봉수는 룸미러에 담긴 주해원을 힐끔 훔쳐보았다.

 

얼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더군다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도무지 얼굴을 읽을 수 없었다.

 

주해원이 입을 다물자 승용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진국은 말없이 운전만 했다.

 

‘젠장, 상전을 모시고 일해야 할 판이네.’

 

봉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 사람이 탄 승용차가 콘도 입구에 들어섰다.

 

멀리 동중국해가 펼쳐져 반짝거렸다.

 

“잠깐 세워 주세요.”

 

주해원이 손가락으로 바다가 잘 보이는 지점을 가리켰다.

 

진국이 그곳에 차를 세웠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주해원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야, 저 여자 화난 거 같은데?”

 

봉수는 진국에게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다. 여자 속은 도무지 모르겠단 말야.”

 

“니가 모르면 누가 아냐?”

 

“무슨 소리야?”

 

“넌 그래도 여자들 많이 만났잖아.”

 

“그거 하고 이거 하고 같냐.”

 

“얼른 내리자. 저 여자 더 열 받기 전에.”

 

봉수와 진국이 동시에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주해원은 바다를 보며 등지고 서 있었다.

 

진국과 봉수가 그녀 뒤로 다가갔다.

 

“우선 분명히 해 둘 게 있습니다. 나는 여기 상전으로 온 게 아닙니다.”

 

주해원의 말에 봉수가 뜨끔했다.

 

주해원이 두 사람 쪽으로 돌아섰다.

 

“다른 팀원들 있을 때는 말하기가 곤란한 부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

 

여기서 잠깐 멈추자고 한 겁니다.”

 

주해원이 드디어 선글라스를 벗었다.

 

날카로우면서도 사람을 잡아당기는 눈매의 여자였다.

 

가까이 보니 그녀의 몸매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지원 팀장으로 온 겁니다.

 

그리고 저를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시면 저랑 일 못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두 분이 이런 정도라면 다른 팀원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죠.”

 

진국은 왜 그런지 그다지 긴장하지 않은 채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분명히 말씀 드렸지만 저는 상전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서열로 치자면 두 분 아래가 되겠네요. 그리고 진국씨!”

 

주해원이 진국을 빤히 쳐다보았다.

 

“채연이에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주해원의 말이 매우 도전적으로 들렸다.

 


3.


주해원의 말에 진국이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다.


“저도 오늘부터 여기 직원이란 말입니다. 다만 지원 팀장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주해원은 두 사람을 그 자리에 두고 차로 돌아가 차문을 열고 여행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 후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작은 손가방이었다.

 

그녀는 손가방을 열고 일곱 개의 봉투를 꺼냈다.

 

“여기 계신 직원들 여섯 달 째 월급 못 받았지요?”

 

주해원이 봉투를 진국에게 건넸다.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다섯 분은 여섯 달 치의 월급이 들어있고 중국 모델 두 분은 모델이라는 특성의 직업을 고려해

 

여러분들보다 좀 많게 그리고 두달치 월급을 넣었습니다.”

 

진국은 그때 호천수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해원은 다른 누구보다 바로 호천수와 가장 많이 부딪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그냥 제대로 지원만 해주면 됩니다.”

 

진국이 받은 봉투를 다시 주해원에게 도로 내밀었다.

 

봉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에게 발목 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려면 그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걸 봉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원을 받기로 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정말 두 분 팀장님 맞습니까?”

 

주해원이 뚱딴지같은 말을 내뱉었다.

 

봉수는 그녀의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진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팀원들에 대해 말씀 드리는 건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충고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셨다고 해도 상황이 어쩔 수 없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서두가 길었다. 봉수는 더욱 긴장이 됐다.

 

“지금 조병달씨 상황이랑 공정혜씨 그리고 마평수씨 상황에 대해서 아십니까?”

 

“네?”

 

이번에는 봉수가 입을 열었다.

 

“아직 서로에 대한 완벽한 신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서로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세 사람은 지금 상황이 최악입니다.”

 

월급을 여섯달 째 못 받았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두 분은 총각이라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아, 병달씨도 총각이지요.

 

공정혜씨도 처녀고. 그런데 두 분과 달리 제가 말한 세 사람은 책임져야할 일이 좀 많습니다.

 

병달씨 같은 경우는 아마 시골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겁니다.

 

누군가 낙찰을 받았다면 말입니다.

 

병달씨 부친이 보증을 잘못 선 데다가 그 동생이 카드 빚으로 엉망인 상황이었죠.

 

병달씨만이 유일하게 제대로 돈을 버는 사람인데 그 다음 상황은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그리고 마평수씨는 이혼소송 중인 거 아십니까?”

 

“그, 그런 말은 없었는데……”

 

“이미 오래 전부터 이혼 소송중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그 분 부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 살림 차린 지 오래 되었지요.

 

그런데도 자식 때문에 미국으로 돈을 보낸 바보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돈을 못 보내고 있으니

 

이제는 그 부인이 돌아올 일말의 희망마저 꺾어 버리고 있는 겁니다.”

 

“공정혜씨는?”

 

“그 분 오빠가 군에서 자살한 건 알고 계십니까?

 

그 후로 아버지 사업도 망하고 어머니는 병원에 있고.”

 

봉수와 진국은 그 자리에 서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4.


"제가 두 분을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지원 팀장입니다.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털어 버리고 고민 없이

 

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는 게 제 임무란 말입니다.

 

돈으로든 몸으로든 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전 뭐든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니까요.

 

‘코지’를 돕기로 결정이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주해원이 또박또박 걸어 차로 돌아갔다.

 

진국과 봉수는 한동안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병달이는 어려운 줄 알고 있었지만 공정혜랑 마평수씨 얘기는 처음 듣는 거다.”

 

“그러게 말야.”

 

봉수는 괜히 가슴이 찡했다.

 

병달 역시 늘 웃고 실없는 소리를 잘 해서 집안이 어렵진 않겠다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래, 받아들이고 저 여자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자.”

 

“호 회장은?”

 

“호 회장이야, 저 여자랑 다르게 우리를 도와주겠지.”

 

“그런데 이렇게 도움만 받아서 쓰겠냐?”

 

“진국아,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반드시 뭐로든 갚아야 할 거야.”

 

봉수는 진국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두 사람이 차로 돌아오자 주해원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두 사람을 대했다.

 

우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에 약간 미소가 감돌았다.

 

“우리 사장님의 장점이 뭔 줄 아세요?”

 

진국과 봉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뭐든 최선을 다한다는 겁니다.

 

화장실에 전등이 나가도 최선을 다해서 간다 이 말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돈을 빌려줄 때도 돈을 거둬 들일 때도

 

역시 언제나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시는 게 장점입니다.”

 

주해원이 느긋하게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뭐 우리는 최선을 다 안 하는 줄 아나.’

 

봉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 분께서도, 그리고 여기 직원들도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돌아보세요.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봉수는 다시 한번 가슴이 뜨끔했다.

 

 마치 주해원은 독심술을 하고 있는 듯했다.

 

봉수는 속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고개를 저었다.

 

세 사람이 콘도로 돌아왔다.

 

“인사 나누세요.”

 

주해원은 팀원들은 물론 모델로 들어온 이가성과 왕조선까지 정확하게 알아 맞추었다.

 

“잘 부탁합니다. 여러분의 염려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하는 일을 감시하러 온 건 아닙니다.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말씀하세요.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리겠습니다.”

 

주해원이 꾸벅 인사를 했다.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팀원들은 떨떠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주해원이 어떤 뜻을 갖고 중국에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불편한 관계가 유지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진국은 주해원이 건넨 월급봉투를 일일이 나눠주었다.

 

6개월치 월급을 받는 팀원들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표정들이었다.

 

“이거 우리가 재주 넘으면 저 여자가 다 가져가는 거 아닙니까?”

 

병달이 봉수의 귀에 대고 은밀하게 말했다.

 


5.


"그럼, 앞으로 주 팀장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녀가 콘도 안을 둘러보았다.

 

주해원을 둘러보는 여자들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제 책상은 어느 거죠?”

 

“그게 그러니까……”

 

진국은 봉수를 쳐다보며 얼굴을 붉혔다.

 

주해원의 책상을 마련해 놓지 않았던 것이다.

 

“실은 경비가 쪼달려서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준비를 안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묵을 지도 모르고 해서 오신 후에 지내는 곳에 따라 장만하려고 했습니다.”

 

마평수가 팀원들의 연장자답게 능청스럽게 대처를 했다.

 

하지만 팀원들은 사실 그녀가 며칠 호텔에 머물다 가려니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주해원은 짜증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짜증이 나는 건 오히려 ‘코지’의 팀원들이었다.

 

주해원은 손가방에서 뭔가를 적은 쪽지를 진국에게 건넸다.

 

“제게 필요한 물품들입니다.”

 

팀원들은 그녀가 하는 행동만 지켜보았다.

 

봉수가 진국의 곁으로 바짝 다가들었다.

 

다른 물품들은 사무를 보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베개와 이불 그리고 세면도구, 밥 그릇과 국그릇까지 적혀 있었다.

 

“이 아래 적힌 건…… 그러니까 여기서 지내시겠다는……”

 

“제가 그렇게 말씀 드리지 않았나요?”

 

봉수와 진국이 다른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여긴 묵을 데가 없습니다.”

 

“그럼, 소파에서 자죠.”

 

주해원은 소파 쪽으로 다가가 넉살 좋게 털썩 주저앉았다.

 

노랭이 황 사장의 참모다운 여자였다.

 

진국이 팀원들과 모델들을 제 자리로 돌려보냈다.

 

진국과 봉수가 주해원의 맞은 편에 앉았다.

 

다른 팀원들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랑 같이 자면 돼요.”

 

순간 공정혜가 소파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공정혜는 혼자 방을 썼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얼마나 계실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중국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까지.”

 

주해원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답했다.

 

멀리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병달이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박 팀장님, 그리고 조 팀장님.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저는 여기에 상전 노릇 하러 온 거 아닙니다.

 

그야말로 지원하러 온 겁니다. 그냥 한국에 있으면서 돈이나 보내주면 될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그건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닙니다.”

 

주해원의 말이 그럴 듯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 우리가 지금 묵고 있는 콘도가……”

 

“호천수 회장의 배려로 이곳에 묵고 계시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봉수는 깜짝 놀랬다. 팀원들의 정보에 대해서는 알 수도 있다지만

 

호천수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제 정보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주해원이 빙글빙글 웃었다.

 

그녀가 콘도 안을 둘러보자 그녀를 바라보던 팀원들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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