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변태기 21
1.
진국은 부리나케 천막을 접었다.
반쪽은 연탄재에 남아 있던 불씨에 녹아 내리고 말았다.
“정말 너무 하네. 그냥 가라고 말할 것이지.”
“말로 해서 우리가 갈 사람들입니까?”
차 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춘만과 진국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쓰레기들이 던져졌다.
“얼씨구!”
박춘만이 쓰레기가 떨어질 때마다 추임새를 넣었다.
진국과 차 사장은 입을 막고 웃음을 터트렸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진국은 담장 쪽에서 좀 떨어진 자리에 다시 천막을 쳤다.
천막은 반쪽만 남은 상태였다.
진국은 천막 둘레에 눈을 끌어 모아 이글루처럼 얼음벽을 만들었다.
잠을 자기는 글렀고 소주잔이나 기울이며 밤을 새는 게 나을 듯 싶었다.
다행히 아침에 해가 든다면 그때 돌아가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봉수가 보내온 디자인 샘플은 보셨습니까?”
진국은 그제야 진국이 보내 온 샘플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모니터로 보는 거라 뭐라고 확답은 못하겠지만 저는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사장님은 어떠셨어요?”
“조 팀장도 지금 보실래요?”
차 사장이 노트북을 찾았다.
“아닙니다. 나중에 봐도 될 거 같습니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면 보나마나한 일이었다.
차 사장이 입맛을 다셨다.
진국은 자신이 경솔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보긴 봐야겠네요.”
차 사장이 노트북 전원을 켰다.
인터넷 창을 띄웠다.
진국은 자신이 즐겨 쓰는 검색 창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메일 중에 봉수가 보내온 메일을 클릭했다.
‘경면주사와 금의 조화’
봉수가 보내온 타이틀이었다.
봉수의 간단한 인사말을 본 후 첨부 파일을 클릭했다.
수십 장의 그림 파일이 있었다.
수십 개의 속옷 샘플을 낯모르는 두 여자가 번갈아 가며 입고 포즈를 취한 파일들이었다.
중국의 호천수 회장이 보낸 모델들인 듯했다.
그런데 형태는 수십 가지로 분류가 되지만 색은 금색과 붉은 색이 주종이었다.
밤새 마신 술 때문인지 그 동안 쌓인 피로 때문인지 정신 집중이 되질 않았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면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때?”
박춘만이 진국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저도 이렇게 봐선 잘 모르겠네요.
속옷이야 실제 모델이 입은 샘플을 봐야 뭔가 감이 잡히잖아요.”
“그러게 말야. 어?”
박춘만이 언덕 아래 길로 눈길을 주다가 벌떡 일어났다.
차 사장과 진국이 동시에 언덕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눈발은 가늘어졌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은 언덕길은 백지처럼 희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 위로 여자가 가방을 둘러매고 황 사장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시는 분이세요?”
진국이 박춘만에게 물었다.
주해원도 아니고 채연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회사의 누군가도 아니었다.
“우리 마누라.”
2.
박춘만은 자신의 아내에게 달려가 배낭을 받아 들었다.
“이 시간에 당신이 어쩐 일이야?”
시간을 보니 새벽 1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춘만의 부인이 차 사장과 진국에게 인사를 했다.
진국은 예전에 박춘만의 집에서 그녀를 본 뒤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여유가 보였고 얼굴도 그때와는 달리 그늘이 없었다.
“조 팀장님도 오랜만이네요. 그리고 사장님두요.”
“그나 저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진국은 그녀가 앉을 만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게 어쩐 일이야? 이건 뭐고?”
“열어 봐요.”
박춘만이 배낭을 열었다. 전부 보온병이었다.
“그냥 자려고 누웠는데 당신도 걱정이 되고 조 팀장님이랑 사장님도 걱정이 돼서
도무지 잠을 잘 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우리 빌라에 사는 집들 다 두드려서 보온병 빌리고 팥죽 좀 해 왔어요.
작은 보온병은 해장국이에요.
보나마나 세 남자가 술만 퍼마시고 있을 거 같아서 준비 좀 해 봤어요.”
박춘만은 슬그머니 고개를 모로 꼬았다.
차 사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다 해 왔습니다.”
“그런 줄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잖아요.
여기 있는 세 사람 중에 마누라 있는 사람이라곤 우리 애 아빠 밖에 없잖아요.”
진국은 박춘만의 부인이 채연이나 신해수 그리고 주해원 보다도 더 예쁘게만 보였다.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었다.
“실장님, 정말 부럽습니다.”
“부럽긴요. 우리 집 사람도 걱정이 돼서 온 건데……”
박춘만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낙천적으로만 생각했던 그가 눈물을 흘렸다.
“아무튼 이 양반은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해요.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
저 있으면 방해도 될 테고.”
“지금 이 시간에 어떻게 가려고?”
“언덕 아래에 택시 세워 놨어요.”
“그러다 무슨 일 당하면?”
“그래서 모범 불러서 타고 왔어요.
일 잘 되면 사장님 오늘 모범 택시비를 주셔야 돼요.”
“네, 알겠습니다.”
차 사장이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박춘만의 부인은 바쁘게 언덕길을 내려갔다.
“요즘 부인들 같지 않아요. 회사가 어려워지면 같이 스트레스 받아서 심란해 할텐데.”
차 사장은 박춘만이 부인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며 말했다.
진국은 박춘만의 손을 잡았다.
“내일 아침에도 황 사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제가 담을 넘겠습니다.”
“그러다 가택 침입이라고 신고하면 어쩌려고?”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게 말야. 황 사장을 만난다고 해도 들어줄 지도 모르는 일인데.”
세 사람은 일회용 그릇에 팥죽을 부었다.
3.
팥죽은 뜨겁고 달았다.
세 사람은 정신없이 팥죽을 퍼먹었다.
추위도 물러난 듯했다.
진국은 세 사람 가운데 불을 지폈다.
세 사람은 침낭을 덮어쓴 채 소주를 홀짝였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다.
진국은 중국에서 귀국한 후 처음으로 달게 잠에 취했다.
진국은 꿈인 줄 알면서도 꿈을 꾸기 시작했다.
너른 잔디밭에 커다란 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 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져 있었다.
맞은 편에 호천수가 홀랑 벗은 알몸으로 앉아 진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꿈속임에도 호천수의 알몸은 생생했다.
그녀의 가슴은 처지지 않고 탄력적으로 달라붙어 있었다.
꽃판은 붉은 기운을 띄었고 유두는 핑크색이었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데 아랫도리는 팬티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 팬티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였다.
호천수가 진국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진국은 엉금엉금 기어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입고 있는 팬티는 황금이었다.
진국이 가까이 다가가자 호천수는 덥석 진국의 손을 잡고 자신의 아랫도리 쪽으로 끌어당겼다.
진국은 눈을 떴다. 꿈이지만 너무 생생했다.
꿈속에서처럼 눈이 부셨다.
아침해가 천막 안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주변에 쌓인 눈과 더불어 햇살은 눈부시게 빛났다.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났다.
냄새 때문에 진국은 화들짝 놀라 침낭에서 빠져 나왔다.
꿈속에서 본 음식들이 눈앞에 차려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세 사람이 잠들어 있는 천막 앞에 상이 차려져 있는 게 아닌가.
밥과 국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며 펼쳐져 있었다.
진국은 차 사장과 박춘만을 서둘러 깨웠다.
진국이 서둘러 깨우는 몸짓에 차 사장과 박춘만도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입니까?”
차 사장이 눈곱을 떼며 진국을 쳐다보았다.
박춘만은 이미 차려진 상을 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게 뭔 일입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진국은 먼저 눈 쌓인 언덕길을 살폈다.
박춘만의 부인이 돌아간 뒤에도 눈은 왔다.
그런데 눈길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었다.
대신 황 사장의 집 앞에 사람이 나왔다가 들어간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황 사장이 보낸 밥상입니다.”
진국은 감격스러웠다. 박춘만은 차 사장을 끌어안았다.
“아직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저 우리가 불쌍해서 밥 한끼 차려준 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밥은 먹어야겠습니다. 속이 쓰려서.”
진국이 상을 차고앉았다.
차 사장과 박춘만도 진국 곁에 앉았다.
국은 메생이 국이었다.
겨울 한철에만 남도 쪽에서 나는 해초였다.
진국은 숟가락을 들고 국을 떠 입안에 넣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간 국이 속을 풀어주었다.
“일단 밥 먹고 벨을 눌러 봅시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박춘만도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밥 한 톨 남김없이 그릇을 비웠다.
진국은 그 동안 지난 밤 꾸었던 꿈에 대해서 말하려다 말았다.
한편으로 진국은 황 사장이 아직도 자신들을 시험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국과 밥을 먹은 탓인지 오랜만에 몸이 개운했다.
진국은 휴대용 가스렌지를 꺼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4.
“물은 뭐하게?”
박춘만은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진국에게 물었다.
“그냥 이대로 돌려 드릴 수 없잖아요.”
진국은 빈 그릇들을 그러모았다.
세제가 없었다. 여행용 세면도구 가방에서 세수 비누를 꺼냈다.
손수건을 잘라 행주를 만들어 설거지를 시작했다.
박춘만이 곁에 앉아 그릇을 헹구고 차 사장이 그릇의 물기를 닦아냈다.
“두 분 먼저 세수하시고 면도도 좀 하세요.”
진국은 박춘만과 차 사장에게 칫솔과 치약 그리고 일회용 면도기를 건넸다.
세 사람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넥타이도 고쳐 매고 머리도 빚었다.
진국은 천막을 걷고 짐들을 정리했다.
그때 언덕 아래에 회색 BMW 한 대가 도착해 멈추었다.
세 사람은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차에서 늘씬한 여자가 내렸다.
진국은 한눈에 그녀가 주해원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그녀가 눈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올라왔다.
주해원은 진국에게 까닥 목례를 한 후 대문 앞에 섰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았는데 대문이 열렸다.
집안에서 밖을 환히 관찰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진국은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감시 카메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누굽니까?”
박춘만이 물었다.
“어디선가 본 여자 같은데.”
차 사장은 얼른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황 사장의 애첩으로 소문나 있는 주해원이라는 여잡니다.”
차 사장이 무릎을 쳤다.
“얼른 준비하시죠.”
“그럽시다. 이제 안 열어주면 전 이대로 끝내겠습니다.”
차 사장은 결심을 했다.
차 사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진국이나 박춘만 역시 매듭을 지어야만 했다.
세 사람이 그런대로 몰골을 갖추고 황 사장의 대문 앞에 선 시각은 8시 전이었다.
진국이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국은 초조했다.
다시 한 차례 초인종을 눌렀다.
이번에는 입이 바짝 타들어 갔다.
진국이 다시 초인종을 누르려고 할 때 대문이 덜컹 열렸다.
진국이 대문 안으로 발을 밀어 들였다.
차 사장과 박춘만이 뒤를 따랐다.
황 사장의 집 마당은 드넓었다.
그런데 눈 쌓인 곳이 없었다.
문 밖과 다르게 훈훈하기까지 했다.
멀리 아담한 한옥이 보였다.
그곳까지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세 사람은 주변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진국은 그릇을 들고 박춘만은 상을 들었고 차 사장은 중국 프로젝트를 복사한 서류를 들고 있었다.
“여긴 봄이네요.”
한옥으로 가까이 다가가다 집 주변에 동백이 한껏 피어 있었다.
“전에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데가 진짜 명당 혈이라고 하대요.
눈이 오면 그대로 녹아버리고 사람의 몸을 가볍게 하는 그런 곳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산 짐승이 다치면 이런 곳을 찾아가 며칠 묵고 나면 저절로 치료가 된다는 그런 곳입니다.”
박춘만이 꿈을 꾸듯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진국은 꿈속에서 호천수가 황금빛 속옷을 입고 나타난 게 길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이 한옥 앞에 섰을 때 진국이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주해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들어오세요.”
주해원의 얼굴이 지난밤과는 달리 매우 화사해 보였다.
5
세 사람은 주해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조그맣던 집이 문안으로 들어가자 좀 전에 걸어온 마당처럼 넓었다.
맞은편은 통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독산동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유리를 통해 햇빛이 강렬하게 들어왔다.
창가에는 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온갖 꽃들이 만발했다.
지독하다던 황 사장의 이미지와는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리로.”
주해원은 거실을 지나 작은 복도로 세 사람을 이끌었다.
“사장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
창호지로 되어 있는 미닫이문을 열자 황 사장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의 등뒤에는 열 폭의 병풍이 펼쳐져 있었다.
병풍의 그림은 십장생이었다.
황 사장은 관음보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미소인지 조소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차 사장은 황 사장 앞으로 나가 큰절을 했다.
진국과 박춘만도 덩달아 큰절을 했다. 황 사장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체구는 작았으며 눈썹이 풍성했다.
나이가 짐작이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팔순은 넘긴 듯했다.
어른에 대한 예우로 큰절을 올려도 무방할 듯 싶었다.
그때까지 들고 있던 상과 그릇들을 내려놓았다.
그제야 누군가 방으로 들어와 상과 그릇을 내갔다.
“차 사장, 그래 내게 볼일이 뭔가?”
잠시 후 차가 들어왔다.
황 사장에게는 독상이 차려졌다.
그 곁에 주해원이 다리를 옆으로 비튼 채 다소곳이 앉았다.
차 사장은 중국 프로젝트를 내밀었다.
주해원이 다가와 차 사장에게서 서류를 받았다.
주해원이 서류를 황 사장에게 건넸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용건이 뭐야?”
“황 사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번 한번만 채권자들을 막아 주십사 하고 찾아온 것입니다.
은행 쪽은 어쩔 수 없다지만 제2금융권이나 다른 사채업자들은 황 사장님 말이라면 믿지 않겠습니까?”
“그럼, 내가 먼저 당신을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신을 내가 어떻게 믿지?”
차 사장은 안절부절못했다.
그 심정은 진국이나 박춘만도 마찬가지였다.
황 사장은 진국의 양어머니인 신 회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사채업자였다.
또한 호천수와도 전혀 달랐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산 같으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깊은 어둠처럼 여겨졌다.
“저를 믿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이번 중국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는 조진국 팀장과 의리 빼면 시체라고 말할 수 있는
박춘만 실장을 믿어주시라는 말입니다.”
황 사장은 가늘게 찢어진 눈으로 진국과 박춘만을 오랫동안 살폈다.
나이 여든 쯤 되면 반 관상쟁이가 된다.
진국은 황 사장 앞에서 벌거벗는 기분이 들었다.
황 사장은 차를 홀짝이며 오랫동안 두 사람을 살폈다.
“차 사장.”
황 사장이 입을 열었다.
“배를 운행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선장이 중요하지.
그렇다고 선장 혼자 배를 운행할 수는 없는 일이야.
폭풍우 속에서도 진짜 높은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사람들은 그 밑의 선원들이지.
훌륭한 선원들을 얻는 건 선장의 복이고 말야.
난 이 따위 중국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바로 당신의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배를 운행하다 보면 암초에 걸리기도 하고 폭풍우에 침몰할 순간을 맞기도 해.
물론 그 배를 운행하는 건 선원들이지만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건 선장의 몫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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