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8장 변태기 18

오늘의 쉼터 2015. 5. 1. 21:58

제8장 변태기 18 

 

 

1.


세 사람이 동시에 담장 안쪽을 넘겨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물벼락이 쏟아졌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피할 사이도 없이 세 사람 머리 위로 물이 떨어졌다.

 

머리카락은 물론 상의도 젖어버렸다.


“이런……”

 

박춘만이 욕을 토해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 속에 살을 에이는 추위가 담겨 있었다.

 

세 사람은 동시에 이빨을 부딪히며 떨었다.

 

진국이 차에서 서둘러 수건을 꺼내 들고 왔다.

 

“황 사장이 우리 보고 돌아가라는 모양인데.”

 

“그래도 버텨야죠.”

 

진국이 돌아섰다.

 

“눈 오는 건 어쩌고?”

 

“들어올 때 간이 천막이라도 사들고 올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살 돈이 없었다.

 

진국은 두 사람을 남겨둔 채 차에 시동을 걸고 고갯길을 빠져 나왔다.

 

빽미러에 차 사장과 박춘만이 물끄러미 차 뒷 꽁무니를 쳐다보고 있는 게 담겼다.

 

원산 실업은 남대문 시장 한복판의 한 의류 상가 3층에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을 지도 몰랐다.

 

진국은 상가 부근에 차를 주차시킨 후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가 없어 그런지 상가 안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진국은 3층으로 올라갔다.

 

낡은 상가라 복도는 물론 복도 양옆에 자리를 잡은 사무실의 문들도 낡은 편이었다.

 

진국은 앞으로 걸어나가며 상호를 살폈다.

 

‘307호 원산 실업.’

 

진국은 문 앞에서 노크를 했다.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진국은 복도 벽에 등을 대고 섰다.

 

이제 이틀이라는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코지’는 완전히 망하는 것이었다.

 

진국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냈다.

 

황 사장의 집에서 뿌린 물이 주머니 안으로도 튀어 들어갔던 것인지 담배 대부분이 젖어 있었다.

 

마른 담배라고는 겨우 한 가치 뿐이었다.

 

진국이 담배에 막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복도 계단 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 올라왔다.

 

여자였다.

 

늘씬한 키에 짧은 단발머리 얼굴은 구릿빛으로 단단해 보였다.

 

여자는 ‘원산 실업’ 앞에 서서 키를 꺼내 들었다.

 

그녀는 잠깐 진국을 쳐다본 후 키를 사무실 열쇠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저 혹시 주해원씨 아니십니까?”

 

“흠, 코지의 조진국 팀장.”

 

진국은 놀라서 담배를 떨어트렸다.

 

“아까운 담배 떨어졌네요.”

 

여자는 그 말을 남긴 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이 닫혔다.

 

진국은 바닥에 떨어진 담배와 문을 번갈아 보았다.

 

여자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황 사장의 집 앞에 차 사장과 자신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진국의 얼굴까지 말이다.

 

진국은 담배를 주워 들고 불을 붙였다.

 

어떻게 해야 되는 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주해원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지 몰랐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진국은 담배불을 끄고 노크를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노크를 했다.

 

그러자 사무실 문이 열리며 훈훈한 온기가 밀려나왔다.

 

진국은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두 개와 길다란 소파. 안쪽으로는 또 하나의 방이 있는 듯 문이 있었다.

 


2.


주해원은 1인용 소파에 앉아 진국에게 오른편 소파를 가리켰다.

 

그녀 앞의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와 말보로가 놓여져 있었다.

 

진국은 그녀의 오른편에 앉았다.


주해원이 진국에게 담배 한 가치를 꺼내 건넸다.

 

불도 붙여 주었다.

 

그 사이 진국은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턱 아래에 긴 상처가 보였다.

 

귀밑에서 시작되어 입술 바로 아래까지 난 상처였다.

 

이목구비는 또렷했다.

 

특히 코는 베어가고 싶을 정도로 그 선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코트를 벗고 있었다.

 

베이지 빛의 스웨터 위로 가슴이 도드라져 보였다.

 

‘황 사장의 애첩이라고 했지.’

 

진국은 박춘만이 들려주었던 말을 되새겼다.

 

“추운 날에는 독한 술 독한 담배가 제격이죠.”

 

주해원은 진국이 담배 피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이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진국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 회장의 여 집사인 황녹주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다 태셨습니까?”

 

주해원이 재떨이를 진국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진국은 서둘러 담배를 껐다.

 

“그럼, 가십시오.”

 

“네?”

 

들어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가라니?

 

“밖에서 저를 기다린 성의를 봐서 담배는 한 대 태우게 해드린 겁니다.

 

그럼 용무가 끝났으니까 가시라구요.”

 

어느새 주해원의 말투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제 말 좀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조진국씨, 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 사무실에 발도 못 들여놨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사장님이 이런 거 아시면 좋아하지도 않으실 거구요.”

 

“우리 비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좀 한번 만나게 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진국은 막무가내로 본론을 꺼냈다.

 

“들어오시라고 하시길래 저는 적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당신 나 기억 못하겠어요?”

 

진국은 앞으로 내밀었던 얼굴을 뒤로 물렸다.

 

주해원, 처음 듣는 이름이고 얼굴 또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진국은 빠르게 머릿속을 뒤져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해원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저, 죄송하지만 기억에 없는데요.”

 

“그래요?”

 

주해원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우아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까 왠지 낯설지 않았다.

 

“낯설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르겠습니다.”

 

“정읍에서 누군가의 장례식에 갔던 일이 있었죠?”

 

정읍? 장례식? 정읍까지 장례식장에 다녀온 일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건 채연 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그래도 짐작이 안 갑니까?”

 

주해원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감돌았다.

 

“죄송합니다.”

 

“이제 됐습니다. 제가 할 일이 많아서.”

 

그녀는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국은 그녀에게 대단한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주해원이 들어간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무례하게 굴 수도 없었다.

 

진국은 일단 그녀의 얼굴을 익힌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때 봉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진국아, 샘플 열 개 보냈으니까 확인 좀 해 봐라.

 

괜찮은 게 나왔는데 그곳에서 보기에 어떨란가 모르겠다.”

 

“그래 수고했다. 잘 지내고들 있지?”

 

“우리야 뭐 그렇지. 여자 셋에 남자셋이니까 꼭 미팅하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지. 회사는?”

 

“그게, 저 말이지.”

 

진국은 할 말이 없었다.

 

현재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중국 팀은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 편이 나을 듯 싶었다.

 

“알아서 잘 하겠지. 조진국이니까.

 

아무튼 보고 싶다. 빨리 들어와라.

 

그리고 회사 메일이 좀 불안한 거 같아서 옛날에 네가 쓰던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채연씨랑 송림 선배한테 한번 디자인 샘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고.”

 

“알았다.”

 

봉수와 통화를 끝낸 후 진국은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동안 황 사장님은 얼굴도 안 비쳤습니까?”

 

“네.”

 

“박 실장님은요?”

 

“옆에 있습니다. 들어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네요.”

 

“지금 중국에서 디자인 샘플을 보냈답니다.

 

회사 메일이 아니라 제 개인 메일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친한 사람들하고만 은밀하게 쓰던 메일이라 정보가 새지 않았을 겁니다.

 

확인 좀 해 주세요.”

 

“알았습니다.”

 

진국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르쳐 준 뒤 통화를 끝냈다.

 

채연에게 전화를 걸려고 그녀의 번호를 찾는 동안 주해원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어쩌면……”

 

진국은 채연에게 전화를 걸면서 상가 건물에서 빠져 나왔다.

 

“어, 진국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한국에 들어오신 거예요?”

 

“네, 잠깐 들어왔습니다.”

 

“그럼 만나서 소주 한잔 해야죠.”

 

“그보다 먼저 물어볼 게 있습니다.”

 

“뭘요?”

 

“혹시 주해원이라는 여자 아십니까?”

 

“주, 주해원이요?”

 

진국의 느낌이긴 하지만 채연이 조금 놀라는 듯했다.

 

“제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주해원이라는 여자에 대해 아십니까?”

 

“네. 아는 사람이에요.”

 

“혹시 아버님 장례식 때도 왔었습니까?”

 

“네. 제 친한 친구예요. 지금은 자주 만나지 않지만 그때 그 친구가 도움을 많이 줬어요.”

 

“혹시 그 분 뭐하시는 지는 아시구요?”

 

“작은 금융회사에 다닌다고만 들었어요.”

 

진국은 이제야 뭔가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어쩌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황 사장을 만날 수 있는 빌미를 채연이 찾아 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만납시다. 오늘 시간 되죠?”

 

“어디서요?”

 

“마포 홀리데이로 오실 수 있겠습니까?”

 

“그, 그러죠. 그런데 해원이는 왜요?”

 

“만나서 말씀 드릴게요.”

 

“그래요, 여기 매니저에게 작업 지시하고 나가면 1시간쯤 걸리겠네요.”

 

“알았습니다.”

 

진국은 마포의 홀리데이 호텔로 향했다.

 

진국이 대학을 다닐 때 그곳에서 주차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보다 진국이 그곳을 떠올린 건 면세점의 외부 행사를 위해 비치해 둔 천막이 떠오른 때문이었다.

 

그 천막을 빌리면 일단 눈은 피할 수 있을 터였다. 물벼락도.

 

진국은 홀리데이 호텔 지하의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차를 주차시키고 주차관리 부스로 다가갔다.

 

베이지 색의 말끔한 제복을 입은 남자가 진국을 아래위로 쳐다보았다.

 

“구 계장님 계십니까?”

 

“오늘 비번이십니다.”

 

진국은 막막했다.

 

뜻 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게 인생이다.

 

진국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양 계장님은요?”

 

“지금 보일러실에 있을 겁니다.”

 

진국은 보일러 관리실이 있는 지하 계단으로 향했다.

 

그나마 그라도 있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진국이 보일러 관리실로 들어서자 수군대는 소리가 삽시간에 사라졌다.

 

관리실 복도를 지나 절반이 유리로 되어 있는 사무실 앞에 이르자

 

작업복을 입은 세 명이 복도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양 계장님 좀……”

 

진국이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통닭 냄새와 소주 냄새가 났다.

 

“혹시 진국이 조진국이 아냐?”

 

양 계장은 대번에 진국을 알아보았다.

 

그는 진국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보다 머리가 더 벗겨졌고 눈가와 입가에 잔주름이 가득했다.

 

양 계장이 진국에게 다가와 반갑게 손을 잡았다.

 

그의 작업복은 기름 때에 절어 있었고 얼굴 역시 검댕이 묻어 군데군데 거뭇거뭇했다.

 

“이게 얼마만이냐?”

 

그는 큰 입을 활짝 벌리며 미소를 지었다.

 

“계장님 죄송해요.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도 뵈러 못 왔네요.”

 

“무슨 소리야?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바쁘면 좋지. 그리고 나같은 기름쟁이를 만나러 와서 뭘해.”

 

“기름쟁이라뇨.”

 

“말만 계장이지 나야 보일러 수리하는 놈이지 뭐.”

 

양 계장이 소탈하게 웃었다.

 

“계장님, 저희들은 이만 내려 가겠습니다.”

 

“그려, 오늘 손님만 안 왔으면 끝장을 볼텐데. 이따가 새벽에 한잔 걸치자고.”

 

같이 있던 직원들이 양 계장에게 목례를 한 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여전히 술 많이 드시나 봐요.”

 

“그러게 담배를 끊겠는데 술은 영 안되네.”

 


5.


“한번도 안 걸리셨어요?”


“안 걸리긴. 시설부의 부장이 새로 왔는데 어찌나 깐깐한지.

 

그래도 옛날 부장은 내가 술 한잔 걸쳐도 보일러 문제없이 잘 돌아가니까

 

그냥 눈 감아 주고 그랬는데 이번 부장은 영 딴판이야.

 

그래서 두 달 전엔가 시말서 한번 썼잖아.”

 

양 계장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나이 이제 환갑에 가까웠다.

 

어려서부터 보일러 쟁이를 쫓아다니다가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하는 바람에

 

호텔의 보일러공이 된 기술자였다.

 

“자네는 이제 샐러리맨 티가 확 나네. 보기 좋아.”

 

양 계장이 뒤로 물러서며 진국의 옷차림을 살폈다.

 

“내가 근무중이라 술은 못하겠고. 곡차라도 한잔할까?”

 

양 계장이 눈웃음을 지었다. 여전했다.

 

“차를 몰고 와서요.”

 

“그래? 그럼 안 되지. 술 먹고는 절대로 운전하지 말야야지.”

 

양 계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격앙되었다.

 

진국은 그가 갑자기 흥분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의 아들이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어 오래 전 불귀의 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이야?”

 

“뭐,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계장님 보러 오나요?”

 

진국은 몇 년만에 찾아와서 천막을 빌려달라고 말할 염치가 없었다.

 

더군다나 행사용 천막은 그의 관할도 아니었다.

 

“그러지 말고 뭔 부탁인지 말해. 나도 원수를 갚아야지.”

 

진국은 그의 아들이 사고로 죽었을 때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음주운전을 하고 도망간 운전자도 잡아주었다.

 

장례식 준비도 진국이 다 해주었던 일을 두고 그는 늘 언젠가 원수를 갚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 음주운전자를 잡긴 잡았는데 결국 그는 구속을 원하지 않았다.

 

사고를 낸 사람은 죽은 아들과 같은 나이였고 트럭행상을 하던 이였다.

 

“다름이 아니라……”

 

진국은 더 이상 망설이지 못하고 사정 이야기를 했다.

 

다니던 회사가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사실과 지금 사채업자의 집 앞에서 사장과 함께

 

진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오늘밤부터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에 대해서도 말했다.

 

“내 관할이 아니라 좀 그렇지만……. 일단 1세트만 있으면 되겠지?”

 

진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 계장이 부리나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진국은 그 동안 사무실을 살펴보았다.

 

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보일러 실은 하나 변하지 않았다.

 

진국이 주차원으로 일 하던 시절 이곳 사무실에서 잠을 잤던 적도 있었다.

 

아버지 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진국이라 양 계장을 잘 따랐던 편이었다.

 

진국은 소파 구석에 놓여진 도시락 가방을 발견했다.

 

빛 바랜 연두색의 도시락 가방. 양 계장의 도시락 가방이었다.

 

진국은 소파에 앉아 도시락 가방을 열었다.

 

김치냄새가 났다.

 

반찬 뚜껑을 열어보니 김치와 콩자반이 전부였다.

 

늘 김치와 콩자반만 싸 가지고 다니던 5년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김치는 발효 식품이고 콩은 웰빙 식품이라며 그 두 가지면 왕의 식사라고 늘 주절대던

 

그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20분쯤 흘렀을 때 양 계장이 천막 1세트를 들고 나타났다.

 

“아 그 자식 깐깐하긴.”

 

“죄송해요.”

 

“죄송하긴. 내가 1주일 쓰고 준다고 했어.

 

겨울이라 당분간 외부 행사가 없을 거야.

 

그러니까 1주일 뒤에 갖다주면 돼.”

 

양 계장은 천막 세트를 진국에게 건넨 후 진국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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