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8장 변태기 16

오늘의 쉼터 2015. 4. 27. 23:35

제8장 변태기 16 

 

 

진국은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올해가 가려면 남은 시간은 96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이 ‘코지’의 운명을 좌우할 터였다.

 

그러면 이렇게 넋 놓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누님, 저 지금 나가봐야겠어요.”

 

“이 새벽에?”

 

진국의 황녹주에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뜨겁게 키스를 했다.

 

진국은 집을 나서기 전 신 회장이 잠들어 있는 방문 앞에서 한동안 서성거렸다.

 

진국은 방문을 두드리려다 말고 돌아섰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전화를 하면 되겠지 싶었다.

 

진국은 마른 얼굴을 문지르며 신 회장의 집을 나섰다.

 

차를 세워 두었던 골목에는 가로등만 거리를 외롭게 밝히고 있었다.

 

번득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있어 집을 나선 건 아니었다.

 

이렇게 넋 놓고 잠을 잘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진국은 망설이다가 차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 조카를 유혹한 것이든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조카와 사랑하게 된 것이든 어쨌든 그건 비극이었다.

 

‘만약 내가 오성의 사장이나 회장 입장이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진국이 생각해 봐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차 사장은 천하의 패륜아인 셈이었다.

 

차 사장과 만나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복수의 뜻으로 그런 일을 벌였다면 자신도 ‘코지’에 대한 미련을 버릴 참이었다.

 

그렇다면 차 사장의 그런 얄팍한 복수심에 ‘코지’의 전직원이 놀아난 셈이었다.

 

“여보세요.”

 

차 사장의 목소리는 쌩쌩했다.

 

“저, 조진국입니다.”

 

“조 팀장, 그래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찾았습니까?”

 

차 사장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진국은 그가 잠에서 깨어난 목소리로 전화 받기를 바랬다.

 

그랬다면 회사고 사원에게 애정이 없다고 판단해서

 

그와의 인연을 끊겠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서 떠날 수 있는 빌미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아직 방법을 못 찾았습니다. 그런데 저 잠깐 사장님을 만났으면 합니다.”

 

“나야, 괜찮지만 너무 늦은 거 아니오. 귀국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줄로 알고 있는데 말이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지금 이 시각에 밖에서 만나기는 그렇고 내 오피스텔로 오시겠소.”

 

진국은 그가 불러준 마포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공덕동 로타리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언덕길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진국은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경비초소도 없는 오피스텔이었다.

 

지하 주차장은 어두컴컴했으며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차 사장이 이런 데서 살고 있었나?’

 

진국은 차를 주차시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안 벽은 광고 전단물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구석에서는 지린내가 났다.

 

말만 오피스텔이지 그야말로 할렘가의 건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엘리베이터 천장의 전등도 깜빡거렸고 올라갈 땐 기괴스러울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진국은 차 사장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문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눌렀다.

 

“어서 오시오.”

 

차 사장은 흰 셔츠에 기지 바지 차림이었다.

 

진국은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차 사장의 방은 15평 남짓했다.

 

사방이 책으로 가득했고 침대 하나와 책상 그리고 컴퓨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고학하고 있는 한 학생의 방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계속 사셨습니까?”

 

“좀 그렇지요.”

 

차 사장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진국은 생각했다.

 

그래도 차 몽현은 ‘코지’의 사장이니 적어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30평형대의 아파트에서는 살 것이라고.

 

진국은 마땅히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거렸다.

 

“이리로 앉읍시다.”

 

차 사장은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 두 개를 구석에서 꺼내 내밀었다.

 

“소주, 맥주, 양주 다 있는데 뭘 마시겠소.”

 

차 사장의 방에서 제법 그럴듯한 물건이라고는 양문형 냉장고 하나 뿐이었다.

 

그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한 칸에는 물병만 가득했고 그 아래 칸에는 맥주가 그리고 문짝에 붙은 공간에는

 

소주와 양주들이 꽂혀 있었다.

 

맥주 아래에는 인스턴트 식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 사원들 중에 조 팀장이 내 집에 오는 첫 손님입니다 그려.

 

이런 모습은 안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차 사장은 맥주를 꺼냈다.

 

“우리 집에 술이 많다고 내가 술꾼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대부분 선물로 들어온 거니까.”

 

차 사장이 냉장고에서 오징어채를 꺼냈다.

 

진국은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벽에 걸린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새벽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각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차 사장의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자 마십시다.”

 

차 사장은 진국의 앞에 놓인 캔의 뚜껑도 따주었다.

 

차 사장은 진국과 캔을 부딪히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켰다.

 

마치 누구에게라도 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라도 했던 사람처럼

 

입가에 맥주를 흘리며 단숨에 캔 하나를 비웠다.

 

“조 팀장,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시각에 저를 뵙겠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진국은 차 사장의 눈을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눈자위는 검버섯이 핀 듯 까맸다.

 

“몇 가지 사장님께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진국은 무릎 밑에 놓인 주먹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의 처량 맞은 모습에 흔들려서 안 된다고 마음을 다졌다.

 

기업가라기보다 학자가 되었으면 좋았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세요.”

 

차 사장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갔다.

 

진국의 방문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저를 나쁜 놈으로 생각하진 마십시오.

 

궁극적으로 사장님의 문제 때문에 ‘코지’ 전체가 힘들어진 거니까.”

 

진국은 어렵게 서두를 꺼냈다.

 

“오성 회장님의 미움을 산 이유가 정확하게 어떤 문제 때문이었습니까?”

 

차 사장은 등받이에 등을 맥없이 기댔다.

 

“조 팀장님,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진국은 맥주를 반쯤 비웠다.

 

차 사장과 마주 앉아 있으니 갈증이 났다.

 


진국은 황녹주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주섬주섬 끄집어냈다.

 

오성회장의 큰아들, 그러니까 차 사장의 큰 형님의 딸과 동거를 했다는 게 사실이었느냐고 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 사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모두 사실입니다. 몇 사람만 아는 이야기인데, 세상에 비밀은 없는 모양이군요.”

 

차 사장은 이번에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왔다.

 

술병을 비틀어 딴 후 컵에 술을 부었다. 술을 들이키려던 차 사장의 손을 진국이 잡았다.

 

두 사람의 눈길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하지만 난 그녀가 내 조카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악연이라고 해도 그렇게 엮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녀는 죽은 내 어머니를 너무도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오성 집안 사람들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죠.

 

그래서 사랑했던 건데, 이제는 마음잡고 일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데…….”

 

차 사장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가 눈을 깜빡이자 맺혀 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눈물을 볼을 지나 턱에 맺힌 후 그의 앞에 놓인 소주잔으로 떨어졌다.

 

진국은 그 이야기가 진실이냐고 묻지 않았다.

 

진국은 많은 걸 가졌다고 해서, 부유하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지금 ‘코지’ 문제만 아니라면 내가 그녀 곁에 있어줘야 합니다.

 

그럴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국은 차 사장이 눈치채지 못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 사장의 복수와 사랑이 범벅이 되어 ‘코지’의 직원들은 희생시킨 결과를 낳았다.

 

“사장님, 이제 모두 지난 일입니다.

 

이제 죽어 가는 ‘코지’를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 사장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은행도 사채업자도 내게서 다 등을 돌렸어요.”

 

거기엔 진국의 어머니인 신 회장도 포함될 터였다.

 

차 사장은 며칠 전 신 회장을 만나 거절당한 뒤 돌아간 일이 있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진국의 양어머니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조 팀장님이 만나보겠다던 사람들도 역시 안되겠다고 하셨죠?”

 

차 사장은 진국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모양이었다.

 

진국도 할 말이 없었다.

 

“저는 괜찮지만 남은 직원들이 걱정입니다.”

 

“홈쇼핑 쪽은 아직은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어차피 내년 2월이면 끝입니다.”

 

진국도 맥이 빠졌다.

 

진실은 알았지만 무엇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차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빵점인 오너라는 것만 확인했다.

 

진국은 황녹주가 해주었던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마지막 보루로 남은 비자금, 총판과 대리점의 설득, 사채업자들.

 

사채업자라는 단어가 진국의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돌았다.

 

“저, 사장님, 혹시 우리 ‘코지’의 사채가 어느 정도입니까?”

 

“강 이사가 액세서리 팀을 보강하고 부서를 늘리고 중국 팀을 확장할 때

 

거의 대부분을 사채로 끌어다 쓴 모양입니다.

 

장부 역시 이중장부였지만 지금은 그 흔적도 없구요.

 

그렇게 자기 자금을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오성의 비호 아래에서 말입니다.

 

모든 게 의도적이었지요.

 

협력업체들의 대금지급도 사채를 끌어다 정리했더라구요.”

 

“지금 그럼, 은행 말고 가장 큰손이 누굽니까?”

 

“독산동 노랭이라고 불리는 황 사장입니다.

 

은행보다 더 큰돈이 그 양반한테서 나온 겁니다.”

 

진국은 그 이름을 입안에 굴려보았다.

 


진국은 차 사장을 재촉했다.

 

차 사장은 영문도 모른 채 진국을 따라나섰다.

 

진국은 차 사장의 방에서 두 시간 남짓 눈을 붙인 게 전부였다.


“어디를 가자는 겁니까?”

 

“노랭이 황 사장에게요. 어딘지 집은 아시죠?”

 

차 사장이 진국을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 10원 짜리도 주워 통장에 넣는 양반입니다.

 

큰돈 빌려주는 건 법으로 해결하지만 서민들한테는 온갖 악랄한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라구요.”

 

진국은 차 사장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어머니인 신 회장 역시 사채업자였다.

 

사채업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진국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위험한 도박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은행과는 달랐다.

 

사채업자들은 악독한 편이지만 그들은 인간이었다.

 

은행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 그 자체였다.

 

피도 눈물도 정도 없는 게 은행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사채업자들의 돈보다 은행의 돈이 더 무섭고 지독할 수 있었다.

 

“사장님, 브라질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각국에서 앞다투어 돈을 더 빌려준 예가 있었습니다.”

 

차 사장은 진국을 빤히 쳐다보았다.

 

“코지가 망하면 은행보다는 사채업자 손실이 더 크다는 거 알고 계시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 이자가 고리구요.”

 

차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 팀장 하지만 우린 모라토리엄 따위를 선언할 입장이 아니잖습니까?”

 

“그와 다를 것도 없습니다. 그 양반에게 제안을 할 겁니다.”

 

“무슨 제안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사람이 아니라

 

아예 바늘이 들어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진국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차 사장도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조 팀장 내가 초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양반 집에 가보면 아마 돌아설 겁니다.”

 

차 사장은 그 말을 끝으로 노랭이 황 사장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이 집이 맞습니까?”

 

대문은 나무 대문에 담장은 15도쯤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담장 너머 보이는 지붕 기와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했다.

 

진국은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으리으리한 한옥에 그림 같은 정원을 연상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집을 잘못 찾아온 거 아닙니까?”

 

황 사장의 집에서 대문을 등지고 내려다보면 독산동의 시내가 다 보였다.

 

고층의 아파트조차도 황 사장의 집보다 높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황 사장의 집 앞까지 시멘트 도로가 반듯하게 나 있다는 정도였다.

 

“조 팀장, 그만 갑시다. 우리 얼굴을 보려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진국은 망설이지 않았다.

 

진국은 나무 대문 기둥에 붙어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도 아니고 초인종이라니.’

 

진국은 정말 이 집이 황 사장의 집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알게 모르게 다 보고 있을 겁니다.

 

나를 확인하고는 일체 나오지도 않는 게 분명해요.”

 

진국은 발꿈치를 들고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하지만 담장은 높았다.

 

나무 대문도 빈틈이 없어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우리한테 희망은 이 양반 밖에 없어요. 타세요.”


진국과 차 사장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진국은 차 사장의 오피스텔로 달려갔다.

 

진국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

 

차 사장과 황 사장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 사장님은 어떤 분이세요?”

 

“바늘도 안 들어갈 사람.”

 

“그거 말고 기본 프로필 말입니다.”

 

“육십대 중반이고 함경도 사람이고 가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

 

돈은 우리 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정돕니다.

 

그리고 황 사장은 자기 집으로 누가 찾아오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진국은 황 사장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도무지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진국은 차 사장을 오피스텔 앞에서 내려주었다.

 

“사장님, 마지막이다 생각하시고 제 말 대로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차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불하고 브루스타, 그리고 밥그릇이랑 냄비들 좀 챙겨 놓으세요.

 

그러니까 엠티 간다고 생각하시고 준비를 하시면 될 겁니다.”

 

차 사장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건 뭐하게요?”

 

“사장님, 이제 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80시간 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입니다.”

 

차 사장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국은 차를 몰다가 눈에 들어온 재활용센타로 들어갔다.

 

좌식 책상 두 개를 샀다.

 

그리고 근방의 철물점에서 두꺼운 파란색의 포장 비닐을 5m 쯤 샀다.

 

그리고 스포츠 용품점에서 침낭을 두 개 샀다.

 

그런 후 진국은 다시 차 사장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진국은 차를 주차시킨 후 황녹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님, 저 진국입니다.”

 

“회장님께서 섭섭해 하셨어요.

 

‘코지’에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아서 화가 난 건 아닌지 생각하시는 눈치이시기도 하구요.”

 

“누님, 그런 거 절대로 아닙니다.

 

어머니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게 잘못이지요.

 

그리고 어머니 자금 대부분이 중국에 건너가 있다는 걸 어제 알았으니까요.

 

설령 어머니 자금이 있다고 해도 어머니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어요.”

 

“회장님께서 서부대개발 자금 중에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냐고 물으셨어요.”

 

“누님,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해 주세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어머니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잖아요.

 

대신 저 한 가지만 가르쳐 주세요.”

 

“뭘 가르쳐 드릴까요?”

 

“혹시 독산동의 노랭이 황 사장에 대해 알고 계세요?”

 

“아다마다요. 하지만 그 분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습니다.

 

회장님도 친분이 있긴 하지만 그 분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시는 것 같아요.

 

‘코지’에 아마 그 분 돈이 많이 들어가 있지요?”

 

“맞습니다. 제게 주실만한 이야기 없습니까?”

 

“혹시 황 사장을 만나려고 하시는 거예요?

 

그분 천하가 내놓은 독종이에요.

 

조폭의 거물들도 그 양반 돈 쓰고 안 갚고는 못 버틴다고 그래요.

 

그리고 그 분들 수하가 보통 사람들도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수하들이라면?”

 

“똘마니라고 표현할 수는 없고 목숨을 바친 충복이라면 말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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