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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29장 새 세상 [8]

오늘의 쉼터 2015. 4. 22. 21:52

 

<306> 29장 새 세상 [8]

 

(610) 29장 새 세상 <15>

 

 

 

 

 

 

 

“보실 것이 있습니다.”

오후 6시, 집무실로 들어선 유병선이 서동수 앞에 서류 한 장을 놓았다.

창문 밖으로 신의주 중심부가 보였다. 비스듬한 햇살을 받은 건물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동수가 서류를 집었다.

여론조사 보고서다.

유병선은 여러 곳의 여론조사를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류를 보는 서동수에게 유병선이 설명했다.

“먼저 한국 측 여론조사인데 일본과 대마도 수복 전쟁이 발발했을 때

참전하겠다는 비율이 89.5%입니다.”

서동수는 서류만 보았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북한은 3개 여론조사기관이 1만 명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100%다.

입을 열었다가 닫은 서동수를 향해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다음은 일본입니다.

마이니치, 요미우리 등 4개 조사기관의 자료 통계입니다.”

자료를 본 서동수가 숨을 멈췄다.

성인 5000여 명을 전국 각지에서 뽑아 조사한 통계로 정확도는 96±3%인데

‘전쟁 반대가 75%’ ‘성인 남자의 참전하겠다는 비율이 38%’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이 전쟁 상황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한국과 북한의 억지, 호전성이 35%’ ‘아베의 군국주의적 자세가 55%’였던 것이다.

머리를 든 유병선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라 있다.

“아베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조사기관이 발표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전쟁 직전에는 아베에 대한 비난이 폭등할 것입니다.”

서류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는 히틀러나 일본 군국주의 시대의 아베가 존경했던 인물들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지.”

“한마디로 군국주의 망령에 씐 지도자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이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를 잊었던 것인가?”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묻자 유병선이 정색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대로 밀어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장관께서 말씀하신 대로 아베는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대가 변했다는 것보다도 일본과 한반도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일본은 패전 후 70년 동안 미국의 우산 밑에서 안주했습니다.

그러더니 정한론, 대동아공영의 향수를 간직한 아베라는 인물이 나와 패전 전의

대일본제국을 꿈꾼 것이지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빙그레 웃었다.

“아베가 착각한 것이 있습니다.

한반도가 100년 전의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70년 동안 남북한이 어떻게 성장했습니까?

일본이 미국 우산 밑에서 아양을 떨고 있을 때 남북한은

처절한 전쟁을 치렀고 70년 동안 분단되어 지금까지 준전시 상태였지요.

항상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받았다.

“남북한의 연합이 아베의 계산기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항목이었지.

어쨌든 아베는 지금까지의 대가를 치르고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려 놔야 할 거야.”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도 빙그레 웃었다.

“한국에서는 벌써 배가 2000척이나 모였다는군.”

 

 

 

 

 

(611) 29장 새 세상 <16>

 

 

 

 

 

 

 

오후 7시 반, 서동수가 방으로 들어서자 식탁에 앉아 있던 이하영이 일어섰다.

오늘은 크림색 투피스 차림이었는데 진홍색 루주를 칠한 입술이 눈에 띄었다.

“신의주를 보신 소감은?”

자리에 앉으면서 서동수가 묻자 이하영이 눈웃음을 지었다.

“동북아의 홍콩 같았어요. 제가 홍콩에 자주 갔기 때문인지 자꾸 그쪽과 비교가 되네요.”

“누구는 상하이하고 비교를 하지요.”

서동수가 지그시 이하영을 보았다.

아름답다. 밝은 불빛 아래에서 보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중3짜리 딸을 둔 43세의 원숙한 육체, 지금도 30대 중·후반으로 보이긴 한다.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아 갔다.

이곳은 신의주 유흥구에 위치한 한정식당 ‘춘향’의 밀실 안이다.

이하영은 어제 신의주에 도착해 조선항공, 조선자동차의 현장 방문까지 마쳤다. 이하영이 입을 열었다.

“조선항공, 조선자동차 공장 규모가 대단했어요. 솔직히 공장 견학은 처음이라 압도당했어요.”

“완공되면 더 볼 만하겠지요.”

“일을 맡고 싶어요.”

이하영이 웃음기가 가신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세계 제1의 회사에 맞는 인력을 공급할 자신이 있어요.”

“자신감이 중요하죠. 물론 능력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겠지만.”

“경험도 중요하죠.”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채 이하영이 말을 이었다.

“로비만 남았어요. 이렇게 저를 만나 주신 건 그럴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라고 믿어도 되죠?”

“어떤 식으로 로비를 하실 건데요?”

“강 사장님이 말씀하신 리베이트 10%는 농담으로 들렸습니다.”

 

“농담 속에 뼈가 있던데.”

이하영은 입을 다물었고 서동수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자격을 갖춘 다음 로비를 하는 것이 정상이지요. 로비만으로 오더를 따내면 꼭 사고가 났습니다.”

그때 종업원들이 요리를 날라 왔으므로 대화가 끊겼다.

한식당 ‘춘향’의 손님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홀에서 울리는 악극 음악 소리가 문이 열렸을 때 쏟아져 들어왔다가 곧 끊겼다.

수저를 든 서동수가 지그시 이하영을 보았다.

그동안 이하영의 신상 조사를 시켰고 조금 전에 보고서를 읽고 온 것이다.

이하영은 13년 전 미국에서 이혼하고 딸과 둘이 살았다.

딸은 16세, 중3이다.

현재 김창무란 대준상사 기조실 상무와 만나는 중인데 김창무는 유부남이다.

1년 전 이하영이 대준상사 용역을 받아 10여 명의 간부급 사원을 공급해준 일이 있다.

그때부터 김창무를 사귀게 된 것이다.

인력 공급은 성공적이어서 지금까지 대준상사와의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조사를 의뢰받은 전문업체는 이하영과 김창무의 만남을 ‘치밀하고 은밀한 만남’으로 표현했다.

감성적인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조사기관의 통례인 터라 서동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만큼 조심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용의주도한 성격인가?

국을 삼킨 서동수가 이하영을 보았다.

이하영은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놓은 것 같다.

“만나는 남자 있습니까?”

불쑥 물은 서동수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친구나 애인, 있어요?”

그때 이하영이 바로 대답했다.

“없어요, 남자 안 만난 지 오래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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