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8장 변태기 13

오늘의 쉼터 2015. 4. 25. 10:00

제8장 변태기 13 

 

 

“저야, 괜찮지만 혈기 왕성한 선배님들이 문제지.”


공정혜가 팔짱을 끼고 서서 뒤돌아보았다.

 

세 남자는 공정혜와 눈길을 마주치지 못했다.

 

대신 서로를 쳐다보았다.

 

“뭐, 우리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 이 콘도가 추운데 좀 그렇지.”

 

“그래, 그래. 그건 좀 심한 거 같아요.”

 

세 남자가 주섬주섬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뭐 샘플이 나와서 그걸 입고 다닌다면 또 모를까?”

 

“선배님들 괜찮아요. 디자인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는 개의치 마세요.”

 

공정혜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왕조선이나 이가성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욕심은 나지만 말이다.

 

두 여자는 재미난 구경을 하듯 연신 깔깔거렸다.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었다.

 

“저희들은 아무래도 괜찮아요. 여긴 좀 춥긴 하지만 말이에요.”

 

온열기가 돌아가고 있는 데도 콘도 자체가 워낙 넓다보니 추운 편이었다.

 

“얼른 옷들 입으세요.”

 

공정혜가 결정했다.

 

“나중에 저희들이 샘플을 만들면 그때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옷 다 벗으실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네요.”

 

공정혜가 잠깐 남자들을 돌아보며 혀를 날름 내밀어 보였다.

 

두 여자가 옷을 입었다.

 

콘도에는 방이 모두 다섯 개가 있었다.

 

기업 연수나 단체 여행객들을 받기에 적합한 그런 콘도였다.

 

왕조선과 이가성에게 방 하나가 배정되었다.

 

마평수가 나서서 방을 청소하고 이부자리를 꾸며주었다.

 

“저희들은 샘플 나올 때까지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 뭐든 말씀만 하시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다지 큰 재주는 없지만 재단이랑 미싱 실력도 좀 있거든요.”

 

봉수는 그제야 호 회장이 이렇게 큰 콘도를 내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미싱사도 있어야 했고 재단사 역시 필요했다.

 

지금 당장 중국 내에 있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낼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한국에서 미싱사나 재단사를 불러올 처지도 아니었다.

 

그리고 장비들도 필요했다.

 

“미싱기도 있어야겠고 재단 작업대도 있어야 겠어요.”

 

마평수가 봉수에게서 키를 건네 받으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 경비로는 우리 한달 밥 먹을 돈이 될까 말까 하는데요?

 

더군다나 식구도 두 명이나 더 늘었잖습니까.”

 

“그렇게 바닥이 났습니까?”

 

“진국 선배가 좀 들고 들어오기 전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마평수의 말대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왕조선과 이가성은 남중국해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뭐가 재미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선배님, 저 두 여자는 단단히 필이 꽂힌 모양입니다.”

 

“그러게요.”

 

병달은 마평수와 봉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곁으로 다가왔다.

 

공정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중국 전통 의상에 관계된 책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병달은 어깨로 봉수의 등을 툭 쳤다.

 

“아무 것도 아냐.”

 

“에이,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봉수는 헛웃음을 짓고는 콘도 밖으로 나갔다.

 

마평수와 병달이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진국이 돌아오기 전에 작업 환경이 완벽하게 꾸며져 있어야만 했다.

 

그러려면 미싱과 재단을 할 수 있는 작업 공간도 필요하고 창고로 쓸 공간도 있어야만 했다.

 

공간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업대 정도는 있어야 했다.


“뭐 하세요?”

 

이가성이였다. 그녀는 모자가 딸린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봉수 곁에 바짝 다가와 섰다.

 

“추운 데 뭐하러 나오셨습니까?”

 

“상해가 춥긴 춥죠?”

 

“한국보다 온도는 높은 데 춥게 느껴져요.”

 

“타향이라 그런가?”

 

이가성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바다도 가깝게 있고 상해 건물들은 난방을 하는 건물들도 드문 거 같고.”

 

“상해가 좀 그래요. 그래도 여긴 따뜻한 편이에요.

 

제가 다닌 학원은 이것보다 더 추워도 난방을 안 해요.

 

정신이 차가워야 모든 걸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주의지요. 담배 피워도 돼요?”

 

그제야 그녀가 밖에 나온 이유를 알았다.

 

“태우세요.”

 

그녀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중국 담배려니 생각했는데 던힐이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담배를 피웠어요.

 

외할아버지가 배를 앓는다고 담배를 주더라구요.”

 

봉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한국에서였다.

 

“중국에도 그런 민간처방이 있었습니까?”

 

“어머니는 조선족이거든요.”

 

그녀가 봉수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스물 한 살의 여자. 그런데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그보다 훨씬 더 조숙해 보였다.

 

남자들 앞에서 겁 없이 옷을 벗는 일도 어린 나이에는 쉽지 않은 일일 터였다.

 

“저는 이 바닥에서 꼭 성공할 거예요.”

 

이가성이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다.

 

“왕조선도 그렇구요. ‘코지’와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원하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봉수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봉수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옷을 벗고 달려들 태세였다.

 

봉수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그녀는 담배꽁초를 입구에 놓인 항아리에 던져 넣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병달이 튀어나왔다.

 

“선배님, 진국 선배가 메일 보내왔어요.”

 

“떠날 때 인터넷 설치 된 줄도 모르고 갔을 텐데.”

 

“뭐, 알아서 해결 했겠거니 생각하시고 계시던데요.”

 

봉수도 담배를 끄고 콘도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코지의 부도는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금 코지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인데 코지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예전 직원들 중 남은 인원은 1/10도 안되고 그나마 나간 직원들이 앞으로 나올 중요 디자인들을

 

대부분 다 들고 나가서 그야말로 이젠 중국팀 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빨리 들어갈 테니까 만반의 준비를 다 해주었으면 한다.’

 

봉수는 허탈했다. ‘코지’의 상황이 그 정도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니터 앞에 모여 있던 마평수와 공정혜 그리고 병달이 의자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당장 밀린 월급 나오기 힘들겠네요.”

 

마평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월급은 둘째치고 당장 경비가 더 필요한데 그게 문젭니다.”

 

팀원들의 얼굴 표정이 어둡다는 걸 느끼고 왕조선과 이가성도 입을 다물고 말아

 

넓은 콘도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어째 남자들이 그런가 모르겠네. 우리 잘 해보기로 했잖아요.”

 

공정혜가 과장스럽게 팔을 허리에 올렸다.

 

“저는 벌써 몇 가지 디자인 뽑아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뭐하는 거예요?”

 

왕조선과 이가성이 공정혜 뒤로 다가와 섰다.

 

“저희들도 뭐든 돕겠어요. 주제 넘은 줄 알지만 힘들 내셨으면 좋겠어요.”

 

환경은 인간을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려니 생각하면 환경은 영원히 인간을 지배하고 만다.

 

봉수는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만약 ‘코지’가 내 회사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지를.

 

그런데 마치 봉수의 이런 고민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진국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필요한 게 경비지?”

 

팀원들이 모두 봉수에게 바짝 다가왔다.

 

“사옥을 축소해서 이전하는 바람에 어느 정도 마련이 될 거 같아.”

 

다행이었다. 그런데 사옥을 이전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다른 건?”

 

봉수는 호천수 회장이 모델 둘을 데려다 놓았다는 말을 했다.

 

한동안 진국이 말이 없었다.

 

“알았다. 늦어도 모레엔 들어갈게.”

 

진국과의 통화가 끝났다.

 

“진국 선배가 보고 싶네.”

 

마평수가 마른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러게요. 진국 선배가 없으니까 허전한 느낌도 들고.”

 

봉수의 심정도 그랬다.

 

그가 있으면 뭐든 활기차게 돌아갈 것만 같았다.

 

봉수는 의자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이런 식이라면 전시회조차 치를 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었다.

 

창 밖 멀리 불을 밝힌 배들이 검은 바다 위에서 둥실 떠 있었다.

 

이제는 돌아갈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이 오합지졸 같은 팀원들을 끌고 어떻게든 밀고 나가야만 했다.

 

‘진국아, 빨리 와라. 나 혼자는 힘들다.’

 

봉수는 진심으로 진국이 보고 싶어졌다.

 

한편 봉수에게 전화를 건 진국은 신해수를 만나기 위해 명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를 못 본지 다섯 달 만인 듯했다.

 

가이아 백화점이 상해 시내에 오픈을 준비할 때 자주 만났지만 오픈이 된 뒤로는

 

한국으로 건너간 뒤라 전화만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진국은 차를 몰고 하야트 호텔로 들어섰다.

 

진국의 낡은 아반떼 승용차를 보고 호텔 파킹맨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국은 그 남자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동차 키를 건넨 뒤 커피 ?痔막?뛰어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있던 신해수가 벌떡 일어나며 손을 들었다.

 


진국과 신해수는 곧바로 방을 잡아 객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진국은 신해수를 끌어안았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 줄 몰라.”

 

진국은 그녀의 얼굴에 연신 입술 세례를 퍼부었다.

 

“이럴 시간 있어요? 회장님께서 무지 바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당신 볼 시간은 내야지. 이제 중국에 들어가면 언제 볼 지 모르는데.”

 

“그런 정도로 심각해요?”

 

“가이아에서도 ‘코지’ 물건 철수하기로 했으니 잘 알 거 아냐.”

 

진국은 그녀의 코트를 벗긴 후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진국은 그녀를 끌고 침대로 향했다.

 

“우리 이제 일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렇지 않아도 머리 속이 터질 거 같아.”

 

진국은 신해수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으며 눈을 들여다보았다.

 

“나 보다 내 일이 더 궁금한 건 아니지?”

 

“그럼요. 나도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요.”

 

진국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다리 쪽에서 헤매던 신해수의 손이 더듬더듬 진국의 아랫도리를 쓰다듬었다.

 

“전화도 자주 안하고, 그렇다고 메일을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 했어요.”

 

신해수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 있었다. 진국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손이 진국이 입고 있던 코트와 상의를 벗겼다.

 

그녀의 손은 이제 바지의 혁대로 향했다.

 

진국은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긴 뒤 치마의 지퍼를 잡아 내렸다.

 

스타킹을 벗긴 후 브래지어 끈을 풀었다.

 

우유 빛 젖가슴이 진국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해수의 손이 진국의 바지를 벗긴 후 셔츠를 벗겼다.

 

진국의 아래에 깔려 있던 신해수가 몸을 돌려 진국의 몸 위로 올라갔다.

 

이어 그녀는 진국의 팬티를 벗겨냈다.

 

거무튀튀한 진국의 아랫도리가 힘차게 발기되어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신해수가 웃었다.

 

진국은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가져가 그녀의 중심을 가린 마지막 속옷을 벗겨냈다.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의 아랫도리가 드러났다.

 

“내 몸 뜨겁죠?”

 

“내 몸도 뜨거워.”

 

두 사람은 벌거벗었다.

 

살과 살이 닿아 서로에게 흡수되도록 힘차게 끌어안았다.

 

진국과 신해수의 입에서 뜨거운 김들이 뿜어져 나왔다.

 

신해수의 중심도 진국의 아랫도리도 이미 충분히 흥분되어 있었다.

 

전희없이도 진국의 아랫도리와 신해수의 중심은 촉촉이 젖어 아무런 걸림 없이 합을 이루었다.

 

신해수의 다리가 진국의 허리를 부러지도록 조였다.

 

진국의 아랫도리는 그녀의 중심으로 더 파고들지 못해 안달 난 짐승처럼 푸르르 떨었다.

 

“오늘 밤 저랑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어머니한테 가봐야 돼.”

 

신해수는 진국의 품에 안겨 그의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저도 중국 쪽으로 발령을 내달라고 하던가 해야지.”

 

신해수의 목소리가 촉촉했다.

 

“뭐하러 그래. 그래도 내 집이 좋은 거야.”

 

“그런데 일은 잘 되고 있어요? 뭐 좋은 디자인이라도 나온 거예요?”

 

“해수씨가 걱정 안 해 줘도 돼.”

 

“어떻게 제가 걱정을 안 해요. 진국씨 일인데.”

 

진국은 그녀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저도 우리 회사에서는 감각 있는 여자로 꽤 알려져 있어요.”

 


이번에는 신해수가 진국의 배 위로 올라왔다.


“그러니까 저한테도 좀 알려주고 그러면 제가 도움을 줄 지 누가 알아요?

 

저도 이번에 ‘가이아’가 중국 진출하면서 중국인의 취향이나 소비 성향, 색상 선호도 등

 

많이 공부를 했거든요.

 

그리고 ‘가이아’는 이미 3년 전부터 중국 진출을 준비해 온 터라 정보도 많구요.

 

그래도 도움이 안 되겠어요?”

 

진국이 일어나 앉았다.

 

미끈, 신해수의 중심으로 준비도 없이 진국의 아랫도리가 밀려들어갔다.

 

신해수가 약하게 쥔 주먹으로 진국의 어깨를 쳤다.

 

“그렇게 갑자기 들어오면 어떡해요.”

 

신해수가 눈을 흘겼다. 그녀의 얼굴이 불그스름했다.

 

“충분히 젖어 있던데 아파?”

 

“그런 게 아니라 당황해서 그러죠.”

 

신해수는 진국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진국의 아랫도리가 서서히 꿈틀거렸다.

 

그때마다 신해수의 몸이 뒤틀렸다.

 

진국은 그녀의 몸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려갔다.

 

중국 출장을 떠난 후 쌓였던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그녀의 몸에 몰두하고 또 몰두했다.

 

밤에 하는 운동 중에 섹스가 최고라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

 

두 사람은 세 차례나 정신없이 섹스를 했다.

 

자정 무렵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은 기진맥진해서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꼭 가야 돼요?”

 

“이번만 봐줘. 어머니를 만나는 일도 나 혼자 만의 일 때문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팀원들은 물론 ‘코지’의 앞날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까.”

 

“치.”

 

신해수는 전에 없이 애교를 부렸다.

 

“알았어요. 저 먼저 씻을 게요.”

 

신해수는 벗은 채 욕실로 향했다.

 

그 동안 진국은 텔레비전을 켰다.

 

“호남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수백 채의 비닐 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졌습니다.

 

1m 가까이 내린 폭설이 아직 채 녹지 않자 피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폭설로 고립된 마을에서는……”

 

드러누워 있던 진국은 침대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았다.

 

“H 교수는 연구원에 의해 중요한 연구자료가 뒤바뀌었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연구원은 그런 적이 없다며 일단 귀국해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뉴스만 흘러나왔다.

 

모 경리부장이 실종된 지 40여일만에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뒤를 따랐다.

 

아이를 유괴했던 공범들이 붙잡혔다는 뉴스,

 

아버지가 죽으면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아들이 아버지의 밥에 약을 타 죽였다는 뉴스,

 

대량의 마약 밀매범이 구치소로 이송 과정 중 탈출했다는 뉴스 등등.

 

진국은 텔레비전을 껐다.

 

그런 뉴스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괴로웠다.

 

현재 ‘코지’의 상황 역시 그런 불가항력적인 사건과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가 과연 허락 하실까?’

 

진국은 담배를 찾아 꺼내 물었다.

 

봉수와 차 사장 그리고 박춘만 실장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언질은 해놓았지만

 

진국의 양어머니인 신 회장은 어제 이미 냉정하게 거절한 상황이었다.

 

어머니 역시 ‘코지’가 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코지’의 부도를 막아주지 못한다면 중국 팀원들은 국제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진국은 덜렁거리는 아랫도리를 가릴 생각도 않은 채 창가로 가서 서울의 야경을 내다보았다.

 

 

 

'소설방 > 개와 늑대의 시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8장 변태기 15   (0) 2015.04.27
제8장 변태기 14   (0) 2015.04.25
제8장 변태기 12   (0) 2015.04.25
제8장 변태기 11   (0) 2015.04.23
제8장 변태기 10   (0) 201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