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8장 변태기 11

오늘의 쉼터 2015. 4. 23. 17:52

제8장 변태기 11 

 

 

저녁 내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짐 정리가 끝난 건 자정이 가까워서였다.

 

제법 사무실다운 분위기가 났다.


“인터넷도 안 깔려 있는 모양인데요.”

 

인터넷 선을 찾던 병달이 투덜대듯 말했다.

 

진국은 호천수의 의도가 짐작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 회장이나 호천수를 탓할 수는 없었다.

 

“뭐, 우리가 알아서 기라는 거죠.”

 

공정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진국은 콘도 안을 둘러보았다.

 

막 부도를 낸 후 원래의 사무실에서 쫓겨나 도시 변두리의 허름한 창고 건물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런 사정을 한국에서는 알까 싶기도 했다.

 

“남자들이 이런 일로 기죽기는…”

 

직장생활을 하다 위기에 부딪치면 두 가지 유형의 반응이 나온다.

 

위기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공정혜는 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봉수와 마평수는 중간쯤이고 병달은 부정적인 성향이 강했다.

 

진국은 유일한 홍일점이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공정혜가 대견했다.

 

“자, 자. 다들 일렬로 서 봐요.”

 

공정혜가 팀원들의 팔을 잡고 넓은 거실에 일렬로 세웠다.

 

팀원들이 어리둥절해져서 공정혜를 쳐다봤다.

 

“메리 크리스마스!”

 

팀원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다들 바쁘게 지내시느라고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븐 줄 몰랐죠?

 

하긴 나도 아침까지 몰랐으니까요.

 

그리고 여긴 춥긴 한데 전혀 겨울 같은 분위기가 안 나니까 더 그런 지도 모르구요.

 

어쨌든 제가 선물을 준비했어요. 다들 눈감으세요.”

 

“벌써 그렇게 됐나?”

 

마평수가 창 밖을 내다보았다.

 

둥하이 대교 위의 가로등이 용의 등처럼 길게 불을 뿜고 있었다.

 

“뭐해요? 얼른 눈 들 감으라니까.‘

 

공정혜의 말에 모두 눈을 감았다.

 

진국도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여자의 향기가 코에 밀려들었다.

 

그리고 촉촉하고 따뜻한 감촉이 입술에 전해졌다.

 

진국은 놀라 눈을 떴다.

 

공정혜가 차례로 팀원들에게 입술을 맞춰주고 있었다.

 

공정혜의 키스 세례를 받은 다른 팀원들도 놀라 눈을 떴다.

 

“딱히 선물을 마련할 돈도 없고 해서. 그래도 내 선물 별로 나쁘지 않죠?”

 

공정혜가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내 키스가 시시했나요?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뭐예요? 다시? K 키스로 해 드려요?”

 

공정혜가 진국 앞으로 선뜻 다가들었다.

 

진국은 병달의 눈치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시시하기는요? 너무 감동해서 가슴이 벅찬데.”

 

팀원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마평수가 고개를 떨구었다.

 

진국은 순간 그의 눈가에 비친 눈물을 보았다.

 

진국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마평수와 자신은 네 달 째,

 

그리고 봉수와 공정혜 병달은 이번 달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 마디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국은 미국에서 캐나다로 아이들을 전학시켰다며 남 일 이야기하듯 말하던

 

마평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평수의 부인과 아이들은 지금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병달이 시내로 나가 캔 맥주 몇 개와 초코파이를 사왔다.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었다.


“우리 이 참에 아예 독립할까요?”

 

병달이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독립이라니?”

 

“여기에다 중국 법인을 따로 세워서 아예 본사와는 따로 떨어지자는 거죠.”

 

병달의 심사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야속했다.

 

‘코지’의 직원들은 이제 중국 진출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형편이었다.

 

병달의 말은 그들을 버리자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중국에 출장 나와 있는 직원들이 그들의 삶을 책임질 이유 또한 없었다.

 

“그럼, 본사는?”

 

“이사하기 전날 본사 박 실장님으로부터 멜이 하나 왔어요.

 

지금 코지는 난리도 아니랍니다.

 

자금 회수를 늦춰 주겠다던 은행들이 연말이 되면서 다시 목을 조으고 있고

 

직원들은 이미 예전의 3분의1도 안 남았다네요.

 

그나마 홈쇼핑이 돌아가긴 하지만 그 쪽에서도 이번 달을 끝으로

 

더 이상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 왔답니다.”

 

“그걸 왜 이제 말합니까?”

 

마평수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 후 토하듯 말했다.

 

“얘기한다고 별 뾰족한 수도 없고 해서.”

 

“그럼, 차 사장은?”

 

“여기 저기 뛰어 다니시는 모양인데 오성 눈밖에 날까봐 선뜻 도와주는 사람이 없답니다.”

 

진국은 그제야 양어머니인 신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 역시 침몰하는 배에 투자를 하지 않는 여자였다.

 

그런 냉철함을 진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여기다가 우리끼리 회사를 하나 차리자구요?”

 

공정혜가 발끈했다.

 

“그러면 우리도 본사에서 떠나는 사람들과 뭐가 달라요?

 

아무리 의리가 쓰레기통 개똥만도 못한 세상이라고 해도 난 그건 아니라고 봐요.

 

여기 중국 사람들 돈 몇 푼에 이리 저리 쉽게 이직하지만,

 

그 사람들도 한번 상대를 신뢰하거나 믿으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월급의 두 배를 준다고 해도 다른 회사로 안 옮기는 게 중국 사람들의 의리로 알고 있어요.

 

우리가 본사를 저버리면 코지에 남아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전부를 배신하는 일이에요. 저는 그렇게 못해요.”

 

쿡, 공정혜가 눈물을 흘렸다.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갑자기 자리가 숙연해졌다.

 

팀원들이 하나 둘 공정혜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 했나, 하도 답답하니까 그랬지.”

 

병달이 변명하듯 말했다.

 

사무실은 싸늘했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진국은 사무실이 허름하다고 해도 난방만은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국은 슬그머니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그리곤 서울 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사의 사정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말을 듣기만 할뿐 한 마디 말이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정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아냐.

 

그러니까 너희들의 비전을 나한테 보여줘 봐.

 

그러면 코지 본사가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주지.

 

그러고 보니까 시간이 별로 없네.”

 

신 회장은 중국 팀의 비전을 요구했다.

 

진국은 어머니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봉수가 진국의 곁으로 다가왔다.

 

봉수는 점퍼 깃을 잔뜩 올렸다.

 

바닷바람이 차가웠다.

 

귀가 떨어져 나가는 듯 추웠다.


“난방기라도 좀 마련해야 하는 거 아니냐.”

 

봉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라도 끊어야겠다.”

 

봉수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흘러 나왔다.

 

진국은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냈다.

 

“잠깐 시내에 다녀오자.”

 

봉수는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차는 상해 시내를 향해 달렸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각임에도 상해 도심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나 원 참, 중국에서 언제부터 크리스마스를 지냈다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게 만든 서구의 자본주의는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쉬자후이 지역으로 향했다.

 

그곳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끽하고 있었다.

 

진국과 봉수는 환하게 불이 켜진 한 온열기 가게로 들어가 전기 온열기 네 개를 장만했다.

 

남은 경비가 또 푹 줄어들었다.

 

“봉수야, 우리가 비전을 보이면 어머니께서 본사가 부도나는 것만은 막아 주시겠단다.

 

그래야 결국 돈을 빌려주는 거야.

 

차후에 정상화 안되면 어머니는 가차없이 본사를 매각시킬 거야.

지금까지 내가 봐 온 어머니가 그러했으니까.

 

나는 모레 중에 잠깐 한국에 나갔다 와야 할 거 같아.

 

내가 한국으로 갈 때 어머니에게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해.

 

오늘 밤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야.

 

연말이면 ‘코지’는 부도처리 될 게 뻔해. 오성에서 가시처럼 보고 있으니까.”

 

진국은 콘도로 돌아오며 두서없이 말했다.

 

봉수는 진국의 의도를 헤아리고 있었다.

 

“2006년 중국 진출 프로젝트를 이틀만에 완성하라는 거잖아.”

 

“그렇지.”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봉수의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팀원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국 대신 봉수가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신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공정혜는 언제 울었냐는 듯 밝은 얼굴이었다.

 

“가진 거라곤 불알 두쪽밖에 없는 데 뭘 못하겠어요.”

 

공정혜가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여자도 불알이라고 하나?”

 

“여긴 죄 남자잖아요.”

 

“여자는 공알이라고 안 그러나?”

 

병달이 맞장구를 쳤다.

 

“공알이든 불알이든 아무튼 우린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거 빠지도록 일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어요.”

 

팀원들이 거실 중앙에 놓인 테이블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2006 중국 진출 프로젝트를 위한 최초의 회의인 셈이었다.

 

“어쨌든 인터넷은 깔려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여긴 텔레비전도 없으니 원.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보다 수준이 더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마평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국은 어머니에게 제시할 비전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했다.

 

봉수와 공정혜는 새로운 속옷 디자인을, 병달과 마평수는

 

중국 시장에 런칭할 마케팅 기획과 수립을 위해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봉수가 눈을 뜬 건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 때문이었다.

 

진국은 프로젝트 안을 들고 한국으로 이미 출발한 뒤였다.


봉수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두 시간 남짓 잠을 잔 듯했다.

 

벌써 아침 8시였다.

 

다른 팀원들도 모두 책상에 엎어져 잠이 들어 있었다.

 

봉수가 의자를 뒤로 밀치고 일어나는 바람에 공정혜와 병달이 깨어났다.

 

봉수는 아랫도리가 묵지근해 눈길이 저절로 아랫도리 쪽으로 향했다.

 

바지 앞이 불룩 솟아 있었다.

 

봉수는 손으로 아랫도리를 쓸어 내렸다.

 

‘내 물건은 아직도 건재하군.’

 

봉수는 히죽 웃으며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호천수와 커다란 가방을 든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호천수는 봉수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봉수는 엉덩이를 슬그머니 뒤로 밀어 넣었다.

 

아직도 바지 앞이 불룩한 때문이었다.

 

봉수는 얼른 얼굴을 문지르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호천수는 망설이지 않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 서 있던 두 여자도 따라 들어왔다.

 

호천수를 처음 보았을 때 안내를 했던 중년의 남자가 뒷짐을 쥔 채

 

멀리 서서 봉수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진국씨는 안 보이네요?”

 

“네, 잠깐 한국에 갔습니다.”

 

호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그 사이 다른 팀원들도 깨어났다.

 

“불편한 건 없죠?”

 

호천수가 느닷없이 찾아온 바람에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병달이 호천수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공정혜가 그의 팔을 잡았다.

 

“이분이 우리에게 콘도를 내주신 호천수 회장님이십니다.”

 

봉수가 호천수에 대해 팀원들에게 설명했다.

 

호천수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팀원들도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시죠?”

 

“여기 이 두 여자도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될 겁니다.”

 

“네?”

 

봉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다섯 명이 지내기에도 경비가 빠듯한데 또 두 사람이라니.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우리 직원은 전형적인 중국 여성의 몸을 지닌 여자들입니다.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살아 있는 모델을 쓰세요.”

 

봉수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조진국씨와 상의할 일은 모레나 와야겠군요.”

 

호천수는 더 이상 설명 없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등뒤로 아침 햇살이 꽂혔다.

 

“저렇게 미인이었어요?”

 

병달이 봉수 곁에 바짝 다가와 귀엣말을 했다.

 

“치, 할아버지가 물려준 걸로 회장하면 나도 하겠다.”

 

공정혜가 투덜거렸다.

 

호천수가 데려온 두 여자는 거실 한 가운데 서 있기만 했다.

 

봉수는 난감한 얼굴로 그녀들을 쳐다봤다.

 

“선배님, 그런데 저 여자들 눈에 많이 익어요.”

 

두 여자는 큰 눈과 넓은 이마, 짙은 쌍꺼풀, 뚜렷한 이목구비로 얼굴 선이 매우 선명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허리가 좀 긴 듯한 느낌이었고 상체가 풍만하고

 

다리 역시 매우 길었다.

 

“조미를 닮았네.”

 


“조미가 누구야?”


병달이 공정혜에게 물었다.

 

“왜 주성치가 주연했던 소림축구라는 영화에서 만두가게집 추녀로 나왔던 여자 말이에요.”

 

“맞다!”

 

병달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두 여자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입도 큰 편이었으며 얼굴은 약간 둥근 편이었다.

 

“저희들도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두 여자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병달에게 말했다.

 

일단 한국말을 잘 한다는 게 다행이었다.

 

“저는 왕조선이라고 해요.”

 

“저는 이가성입니다.”

 

병달은 두 여자를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건 마평수나 봉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희들 몸매를 보여드릴까요?”

 

“무슨 소리죠?”

 

병달은 말뜻을 금방 알아채지 못하고 되물었다.

 

“속옷 디자인을 하려면 저희들 몸을 샅샅이 보셔야 할 게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그럼…”

 

“옷 벗을까요?”

 

새벽부터 이게 무슨 바람일까.

 

봉수는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공정혜는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렸다.

 

봉수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호천수가 데려온 모델들 월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호천수가 무슨 의도로 이들을 데려온 것인지,

 

며칠 전 강 이사와 만나는 걸 봤는데 이런 도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통 답이 나오질 않았다.

 

중국 모델들은 그저 빳빳한 자세로 거실 의자에 앉아 있기만 했다.

 

봉수는 두 여자를 쳐다보다가 희한한 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그건 지금 묵고 있는 이 콘도의 거실이 턱없이 넓은 이유다.

 

버스 세대를 들여놓아도 남을 만큼 큰 공간이었다.

 

바로 무대였던 것이다.

 

그럼 호천수가? 호천수가 우리에게 배려를 했다는 건가? 봉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책상 하나에 모여 앉아 있던 공정혜와 마평수가 봉수를 힐끔 쳐다보았다.

 

병달은 인터넷 선을 끌어온다며 나간 후였다.

 

관리소에 말을 했더니 알아서 선을 따서 쓰라는 답을 들은 것이었다.

 

이러니 호천수가 도와주겠다는 건지, 방해를 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콘도치고는 우리 거실이 너무 넓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긴 하죠.”

 

마평수가 모델이 앉아 있는 거실 쪽을 쳐다봤다.

 

“이걸 무대로 쓰라고 호 회장이 배려를 한 거 같단 말야.”

 

“선배님도 참, 여긴 그냥 단체로 묵을 수 있게끔 만든 콘도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인터넷 선도 연결 안된 방을 골라주겠습니까?”

 

“하긴 그래.”

 

“언제까지 탁상공론만 할 거예요? 일 시작해야죠.”

 

공정혜가 모델들을 손으로 불렀다.

 

두 여자가 의자를 들고 세 사람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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