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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29장 새 세상 [7]

오늘의 쉼터 2015. 4. 22. 21:50

<305> 29장 새 세상 [7]

 

(608) 29장 새 세상 <13>

 

 

 

 

 

 

 

“이런 개 같은.”

 

눈을 치켜뜬 아베가 방위상 나카무라를 보았다.

 

아베는 손에 서류를 쥐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드라마 대본 같다.

 

대화가 그대로 적혀 있고 ‘웃음 띤 목소리’ 또는 ‘긴장된 표정’도 있다.

 

오후 4시 반,

 

지금 아베는 집무실에 앉아 오전 11시에 신의주에서 열렸던 ‘남북한 대표 대화록’을 읽고 있다.

 

아베는 막 ‘구지스, 십지스가 있더라도 떼어 놓지 못한다’는 대목까지 읽었다.

 

“나카무라 씨. 구지스, 십지스가 뭐요?”

 

“예, 그것이….”

 

이미 읽었던 나카무라가 심호흡부터 했다.

 

번역사는 구(九)지스, 십(十)지스로 정확하게 번역을 했지만 아베한테는 처음 보는 단어였다.

 

나카무라가 설명했다.

 

“예, 그것은 이지스보다 몇 배 더 위력이 있는 함정이 있더라도 문제없다는 뜻으로

 

이지스의 ‘이’가 한국어로 이(二)라는 말과 비슷하기 때문에….”

 

“개새끼들.”

 

어깨를 부풀린 아베가 나카무라의 말을 자르고 옆에 앉은 관방장관 이케다를 보았다.

 

“미국 측도 이 내용을 알고 있겠지요?”

 

“당연하지요. 총리 각하.”

 

금방 대답은 했지만 이케다는 시선을 받지 않았다.

 

미국의 감청 기술은 일본보다 낫다.

 

이미 다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쩔 것인가? 미국은 대마도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아베는 이제 생애 최대의 시련이 닥쳐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치켜뜬 아베가 앞쪽을 응시했지만 초점이 멀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다.

 

아베는 문득 황야에 서 있는 자신을 보았다.

 

습기 찬 바람이 분다.

 

무릎까지 닿는 잡초가 바람에 흔들렸고 머리칼이 날린다.

 

피부에 빗방울이 부딪치면서 비릿한 물 냄새가 났다.

 

피비린내 같다.

 

하늘이 흐리다.

 

비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던 아베는 어금니를 물었다.

 

조금 전까지 든든한 건물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다 사라졌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짐승의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굶주린 짐승이다.

 

이런 비바람 속에서 짐승을 맞다니,

 

아베가 문득 손에 쥔 것을 내려다보았다.

 

고구마 줄기 같다.

 

아닌가? 아니다. 대마도다.

 

대마도를 쥐고 있다.

 

아베의 머릿속에 손에 쥔 대마도를 내던지고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 건물 안에는 오바마가 있다.

 

오바마가 건물주인 것이다.

 

“각하, 성명서를 검토하시지요.”

 

관방장관 이케다가 말하는 바람에 아베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탁자 위에는 이케다가 발표할 성명서가 놓여 있는 것이다.

 

오늘 오후 2시에 남북한 양국은 신의주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마도 관련 남북한 양국 성명서’로 한국 국무총리 조수만과 북한 군사위 부위원장 박영진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요약되었다.

 

첫째, 대마도는 한국령이며 앞으로 대마도 관련 ‘대처’는 남북한 양국의 합의에 따라

 

북한에 일임한다는 것이고

 

둘째, 신의주 장관 서동수가 양국의 대리인 역할로 앞으로 대외 발표 및 중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배를 3000척 빌린단 말이지?”

 

성명서를 건성으로 읽던 아베가 다시 머리를 들고 나카무라를 보았다.

 

조금 전에 본 ‘대본’에 쓰여 있던 말이다.

 

아베의 시선을 받은 나카무라가 입맛을 다시면서 대답했다.

 

“예, 총리 각하.”

 

“그래, 그 어선 3000척으로 대마도를 침공하겠단 말인가? 해적 떼처럼 말이요.”

 

“예, 내용은 그렇습니다.”

 

여기서 나카무라가 웃어주기를 기대했던 아베의 가슴이 또 무거워졌다.

 

나카무라의 표정이 수심에 잠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단 말인가? 왜구처럼?

 

 

 

 

 

(609) 29장 새 세상 <14>

 

 

 

 

 

 

 

미제7함대의 모항(母港)인 요코쓰카항 안에는 기함 블루리지호가 정박하고 있다.

 

오늘은 7함대 사령관 로버트 토머스 제독이 승선해 있었는데 블루리지뿐만 아니라

 

요코쓰카항 전체가 긴장감으로 덮여 있다.

 

오후 4시 40분,

 

아베가 머릿속에서 3000마리의 거머리를 떠올리는 시간에 토머스는 블루리지호 상황실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사령관 후나다 에이이치 사령관과 마주앉아 있다.

 

후나다가 비공식 방문을 한 것이다.

 

갑자기 헬기로 날아왔지만 토머스는 잠자코 받아들였다.

 

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미·일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단결되었고 양국과의 관계도 최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틀어져 버렸다.

 

대마도 문제가 대두되면서 미국이 정략적으로 발을 빼버린 것이다.

 

1950년 1월, 에치슨의 극동방위선 발표 이후로 65년간 지속되던

 

아시아 태평양 방위선의 핵 일본이 이런 식으로 미국으로부터 무시당하다니,

 

후나다 또한 65년간 의지하고 살다 남편한테 하루아침에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이윽고 후나다가 입을 열었다.

 

“사령관 각하, 3000척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들었습니다.”

 

후나다는 심각하게 물었지만 토머스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떠올라 있다.

 

“도청한 대화를 양국 군(軍) 수뇌부가 이야기 주제로 올리는 것이 어색합니다, 후나다 씨.”

 

“심각한 상황입니다, 토머스 사령관 각하.”

 

후나다가 부릅뜬 눈으로 토머스를 보았다.

 

배석한 고급 참모 넷도 숨을 죽이고 있다.

 

호흡을 고른 후나다가 말을 이었다.

 

“일·미 동맹이 세계에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저놈들의 의도가 실현된다면 세계 질서는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입맛을 다신 토머스의 시선이 미국 측 참모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쪽도 네 명이었는데 아무도 토머스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토머스가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대통령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번 일·한 간 대마도 분쟁에는 나서지 않습니다.”

 

“이건 일·미 동맹의 파기로써…….”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이지요.”

 

어깨를 들었다가 내린 토머스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중국은 또 북한의 동맹국입니다.”

 

후나다의 시선을 받은 토머스가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미국이 전쟁에 휩쓸려 들어갈 수는 없지요.

 

미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마침내 어깨를 부풀린 후나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 해적단을 모두 몰살시켜 주지요.

 

그렇다면 그놈들이 우리한테 자비를 빌어도 개 한 마리 남겨두지 않을 테니까요.”

 

토머스가 머리만 끄덕였으므로 후나다의 기가 더 살아났다.

 

“북한은 물론 한국군도 몰살시킬 수가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말입니다.”

 

토머스가 다시 머리를 끄덕였을 때 후나다는 헛기침을 했다.

 

“전쟁 시에 미군이 참전은 하지 않더라도 정보 교환은 지속되겠지요? 지금처럼 말씀입니다.”

 

후나다가 온 목적은 이것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모두 긴장했고 토머스가 입을 열었다.

 

“미국 정부는 대마도에 관련된 일에는 중립을 지킬 것입니다.

 

군(軍)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미국 정부의 방침입니다.”

 

후나다는 어금니를 물었지만 말꼬리를 잡지는 않았다.

 

그쯤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는 샌다.

 

또한 그동안 인적 관계가 깊어져 있다.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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