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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29장 새 세상 [5]

오늘의 쉼터 2015. 4. 21. 16:59

<303> 29장 새 세상 [5]

 

(604) 29장 새 세상 <9>

 

 

 

 

 

 

 

셋은 곧 로비 안쪽의 밀실로 옮아갔는데 조명이 밝다.

모두 저녁을 먹은 후여서 서동수는 술과 안주를 시켰다.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은 서동수가 이하영을 보았다.

“인력이 필요한 회사를 말씀드리지요.

신의주에서 건설하고 있는 조선자동차와 조선항공입니다.”

그 순간 이하영이 숨을 들이켜는지 어깨가 조금 솟았다가 내려갔다.

언론에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조선자동차와 조선항공은

김동일이 투자한 회사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강정만이 나섰다.

“이야, 그렇다면 대규모 프로젝트가 되겠군.

이 대표가 이번 오더를 따시면 단숨에 기반을 굳히시겠어.”

이하영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불빛을 받은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필요한 인력은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신의주에 오셔서 현황을 보고 결정을 합시다.”

그러고는 이하영이 말을 잇기 전에 덧붙였다.

“참고로 인력회사 두 곳이 더 있습니다.

신한정보까지 세 곳이 되었는데 그중 한 곳을 선정해서 맡길 계획이지요.”

“알겠습니다.”

이하영이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다.

“참가하겠습니다.”

“그럼 두 군데가 더 있다는 말이군.”

강정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그 오더를 따려면 너한테 뇌물 같은 거 바치면 안 되겠지?”

“같은 조건이라면 뇌물 먹은 업체가 유리하겠지.”

“내가 대신 전해주면 받을 거냐?”

“얼마나?”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수수료의 10% 정도,

예를 들어서 인력업체가 100억을 받았다면 10억.”

“내 회사에 인력 공급을 받고 그 수수료에서도 10%를 먹는단 말이지?”

“세금 안 내도 되는 돈이야. 그 돈으로 넌 애인한테 집을 사줄 수도 있어.”

강정만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회사가 김동일 위원장 소유라는 것을 다 안다.

이럴 때 체면 차리지 말고 리베이트 먹어.”

“역시 내가 가르친 보람이 있군.”

“먹을 거냐?”

그때 서동수가 술잔을 들면서 이하영을 보았다.

“먼저 술부터 먹고.”

웃기만 하던 이하영도 술잔을 쥐었으므로 서동수가 물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오래 살았습니까?”

“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고등학교 6년은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이하영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

“아버지가 조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은 지내야 한다고 하셔서요.”

“이유가 뭡니까?”

“사춘기 시절을 조국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덕분에 실컷 왕따를 당했지만요.”

이제는 이하영이 술술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저로서는 조국을 가슴에 심어두는 효과가 있었지요.

내 조국이 이곳이라는 의식 말씀입니다.”

“요즘 대마도 문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국과 중국에 끼어 있는 한반도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하영의 두 눈이 다시 반짝였다.

“잊고 있었던 일본과의 관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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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십시다.”

술병을 든 서동수가 이하영의 잔에 술을 채웠다.

“지금까지는 한반도가 열강의 제물 노릇을 했지.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안 될 거요.”

이하영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중국도, 일본도,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요.”

“모두 서동수 덕분이지.”

자작으로 술을 따라 마신 강정만이 붉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서동수가 신의주를 일으키고 남북한을 연결했기 때문이야.”

어깨를 부풀린 강정만이 눈을 부릅떴다.

“서동수가 연방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신의주 장관도 곧 그만둔다니 내가 살맛이 안 난다.”

“정말이세요?”

정색한 이하영이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입맛부터 다셨다.

“아, 그럼. 다 보도되었는데 나도 직접 이야기했고.”

“왜 그만두세요?”

그때 서동수가 이하영에게 물었다.

“결혼했지요?”

“이혼했어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채 이하영이 말을 이었다.

“중3짜리 딸이 있습니다.”

“나도 딸을 키웠는데, 물론 어머니하고 형수가 키워 주셨지만.”

“알고 있습니다.”

이하영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장관께선 언론에 자주 나오시는 편이어서요.”

“내 여자관계도 다 알고 계시겠군.”

“옳지” 하고 강정만이 끼어들었다.

“이제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군. 자, 이제 리베이트 이야기가 나와야지.”

그러더니 강정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화장실.”

강정만이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이하영을 보았다.

“사흘 후에 신의주에서 남북한 대표 회담이 열릴 테니 나흘 후에 봅시다.”

“네, 장관님.”

“초청장이 발급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

술잔을 든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강 사장은 계산하고 돌아갔을 겁니다.”

이하영이 웃기만 했으므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은 이래서 편하지. 그놈하고는 체면 차릴 것이 없으니까.”

서동수가 이하영의 잔에 술을 채웠다.

“자, 긴장만 하고 살 수는 없지.”

“고맙습니다.”

술잔을 든 이하영이 한 모금에 위스키를 삼켰다.

긴 목이 드러났고 붉은 입술은 물기에 젖어 번들거린다.

이하영의 얼굴은 눈매가 날카롭고 입술이 얇아서 전체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다.

그러나 웃음을 띠면 눈이 가늘어지면서 다른 인상이 된다.

술잔을 내려놓은 이하영이 서동수를 보았다.

“전 접대에 서툴러요.”

서동수는 눈만 크게 떴고 이하영이 말을 이었다.

“여긴 접대문화가 발달했더군요. 그래서 애를 먹었어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술잔을 들었다.

“내가 접대에는 선수였죠. 리베이트 먹고 뇌물 주는 것에는 도사급이었고.”

한 모금 술을 삼킨 서동수가 이하영을 보았다.

그 순간 목구멍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얼마 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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