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 29장 새 세상 [4]
(602) 29장 새 세상 <7>
“이것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대통령 한대성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웃었다.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안이다.
오후 3시 50분, 테이블에 다섯 명이 둘러앉았다.
한대성과 방금 신의주에서 날아온 서동수,
그리고 국무총리 조수만과 국정원장 박기출에다 비서실장 양용식이다.
한대성이 관계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모으라고 했더니
양용식이 총리하고 자신이 대표로 참석하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장 박기출은 정보총책이다.
어느 회의건 꼭 참석시킨다.
한대성은 방금 서동수로부터 어젯밤 김동일이 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김동일은 서동수를 통해 한국 측과 상의를 하려는 의도였다고 봐야 옳다.
한대성이 말을 이었다.
“김 위원장이 대마도를 점령하고 나면 핵을 폐기할 의도는 있는 것 같습니까?”
“믿을 수 있습니다.”
서동수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그것, 참.”
입맛을 다신 한대성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정색한 얼굴이다.
“대마도는 북한 측 입장으로 보면 당장의 이득이 없는 패인데,
그것을 대가로 핵을 내놓다니요.”
“남북 연방 입장에서 보는 겁니다.”
서동수가 대답했다.
“김 위원장이 크게 멀리 보신다고 생각하시지요.”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한대성의 시선이 박기출에게 옮겨졌다.
“미국 측은 지금 서 장관이 이곳에 오신 것도, 그 이유도 다 알고 있겠지요?”
“예, 일본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아베 씨가 곧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게 될 텐데…….”
말끝을 흐린 한대성이 다시 서동수를 보았다.
“김 위원장은 어떤 식으로 대마도를 점령할 계획이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잘못되면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겁니다.”
눈썹을 좁힌 한대성이 말을 이었다.
“한국도 책임을 피할 수가 없지요.”
“김 위원장은 중국 측에도 사전 양해를 받아놓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처음에는 선전용 멘트 정도로 알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 내에서는 대마도 수복운동이 열기를 품고 있다.
거기에는 수없이 대마도 탈환 궐기대회가 열렸고 국민들은 대마도가 그려진
붉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대마도 붐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북한군이 대마도를 탈환하면 김동일 위원장은 영웅이 된다.
아베가 일본에서 우익활동으로 얻어내는 인기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오후 4시가 되었다.
“곧 김 위원장이 대통령께 연락을 해올 것입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흰색 전화기가 울렸다.
모두 숨을 죽였고 한대성이 전화기를 들고 귀에 붙였다.
“대통령님, 김동일 위원장님이십니다.”
한대성이 교환의 말에 응답했을 때 곧 연결이 되었다.
“여보세요, 한대성입니다.”
한대성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방에 울렸다.
그때 김동일이 말했다.
“대통령 각하, 안녕하십니까? 대마도 문제로 상의드릴 것이 있어서요.
아무래도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 시기가 무엇이겠는가?
(603) 29장 새 세상 <8>
"“알겠습니다, 위원장님.”
마침내 한대성이 입을 열었다.
이 전화는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까지 듣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김동일이 전화를 한 것이고 도청하는 인간들도 그것을 의식하고 있으리라.
이것은 간접 통고 내지는 발표다.
“그럼 여기 신의주 장관이 와 계시니까 신의주에서 회담을 하기로 하지요.
바로 대표를 보내겠습니다.”
“저희도 대표를 보내겠습니다. 사흘 후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사흘 후에 신의주에서 대표회담을 하십시다.”
“알겠습니다.”
남북한 정상의 합의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사흘 후에 신의주에서 대마도 관련 남북한 대책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통화가 끝났을 때 집무실 안은 잠깐 정적에 덮였다.
서동수는 이것이 대세(大勢)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민족의 기운이 솟구치도록 새로운 기운이 뻗치는 것 같다.
남북한이 연합하면 이런 시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이다.
대마도를 수복하지 않더라도 이 기세라면 절대로 외세에 밀리지 않는다.
청와대를 나온 서동수가 그날 저녁, 남산의 한강호텔 라운지로 들어섰다.
오후 8시, 18층의 라운지에서는 한강과 건너편 강남의 야경이 내려다보인다.
수행한 최성갑이 입구 근처에 자리 잡았고 서동수는 안쪽으로 다가갔다.
창가 좌석에 앉아 있던 남녀가 일어섰는데 남자는 서동수의 고교동창 강정만이었고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바쁜데 용케 시간 내는구나.”
대뜸 강정만이 말했다.
이렇게 말해주는 인간도 강정만이 유일할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의 시선이 옆에 선 여자에게로 옮겨졌다.
미인이다.
어둑한 로비 안이었지만 이목구비가 선명했고 몸매가 늘씬하다.
파마를 한 머리가 어깨 위까지 덮였고 원피스 차림이어서
둥근 어깨의 선과 엉덩이의 볼륨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긴 이하영 씨, 이쪽은 서 장관.”
강정만이 그렇게 소개했다.
여자가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
서동수도 머리만 끄덕여 보이고는 앞쪽에 앉았다.
“내가 네 친구라고 했더니 믿지를 않는 거야.
그러더니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뒤져본 모양인지 나중에 연락이 오더라.”
강정만이 옆에 앉은 이하영을 흘겨보며 말했다.
이하영은 웃음만 띠었고 서동수는 받은 명함을 보았다.
‘신한정보 대표 이하영.’
이하영은 이른바 헤드헌터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만에게 인재를 고용하도록 헤드헌터 회사를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이하영을 데려왔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커피를 시킨 서동수가 이하영을 보았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말이 없는 편이어서 그냥 웃기만 한다.
“대규모 인력이 필요해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이하영이 머리만 끄덕였다.
“최고 경영자급에서 실무자까지, 아마 수백 명이 될 건데.”
“네 회사야?”
강정만이 끼어들었다.
“장관 그만두고 회사 늘리려고?”
강정만을 무시한 서동수가 이하영에게 물었다.
“회사 소개를 보았더니 이사장께서 미국계 헤드헌터 회사에 오래 계셨더군요.”
“네, 13년 근무했습니다.”
이하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귀국해서 한국에 회사를 차렸지요.”
서동수는 이하영의 시선을 받고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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