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 뻐꾸기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1
휴대폰 화면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다.
“나다.”
조두식이었다.
연락이 안 되던 그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 왔다.
“아! 아저씨.”
“야, 너 자꾸 윤 회장 건드리지 마라. 그 곤조통, 보통 아니다. 잔뜩 독이 올랐던데.”
“제가 뭘 건드렸다고 그러세요.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지.
무언가 숨기고 위선을 떠는 걸 참을 수가 없어요.”
“뭐가 그렇게 궁금해? 내가 다 얘기해 주마.”
“안 그래도 아저씨 꼭 만나고 싶었어요. 우리 만나요.”
“그래, 그럴까? 그러지 뭐.”
“언제요?”
“지금 당장 만나자.”
“지금 당장요? 이 밤에요?”
“그래. 쇠뿔도 단김에 뽑자고.”
하긴 조두식은 만나려면 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인간이었다.
웬일로 이렇게 전화를 걸어왔을까?
게다가 무언가 비밀을 이야기해 주겠다고 하지 않는가.
유미는 얼른 미끼를 물듯 조두식의 제안을 물었다.
“좋아요. 제 집으로 오실래요?”
“아냐. 내가 차도 없고 발을 좀 다쳐서 네가 오는 게 낫겠어.
주소 불러 줄 테니까 내비 찍고 와.”
“알겠어요.”
“아무도 모르게 살짝 왔다 가라. 윤 회장이 알면 큰일 나.”
조두식은 주소를 불러 주었다.
인천항 부근이었다.
유미는 혼자 나서는 게 약간 불안하긴 했다.
어쩌면 미행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했다.
윤조미술관에서 가짜 그림을 슬그머니 내리더니 위작 의혹은 사라졌다.
대신 그 불씨가 YB그룹의 비자금 문제로 번져 압박이 시작된 것 같았다.
YB에서는 유미를 입의 혀, 아니 가시처럼 생각할 게 분명했다.
간편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시간은 일곱 시. 갓 어둠이 내린 시각이었다.
차를 출발시키려다 수익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익의 휴대폰은 왠지 꺼져 있었다.
유미는 망설이다 수익의 휴대폰에 문자를 넣었다.
‘조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주소를 덧붙여 찍고 전송했다.
유미는 수익에게 조두식의 신상과 근황에 대해 조사를 해 달라고 진작에 부탁을 해 놓았었다.
그저께 수익을 만났을 때 그가 전한 말이 떠올랐다.
부분적이고 파편적인 조두식의 정보지만 그가 얼마나 야비하게 살아온 인간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쫄따구 정치 깡패에서 시작해 외항선원, 마약 밀매, 철거반 깡패 조직 등을 거쳐 지금은
허접하고 추레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조두식은 70년대 서울에서 활동한 조직의 똘마니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한때는
일본 야쿠자와 손을 잡은 국제적인 폭력조직의 중간 보스까지 지냈다고 한다.
재바른 그의 성격과 오지랖 탓에 정치와 경제 인사와 인맥을 쌓았다.
이득을 취하는 데는 인정사정 보지 않았지만, 보스 대신 감옥도 가끔 다녀왔다고 한다.
지금은 보스들이 죽었거나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했으니
조두식의 신세도 하이에나로 전락했다고 한다.
다만 뭔가 아직 범죄조직과 관련이 있는지 신변을 노출하지 않고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한다.
필요시에는 옛 거래처 흥신소 직원으로 알고 있는 고수익을 불러 일을 맡긴다고 한다.
물론 심부름이나 정보를 구할 때만 일시적으로.
유미가 고수익으로부터 구한 최근의 정보로는 조두식이 YB그룹으로 두 번 찾아갔다는 것이었다.
아까 조두식의 통화 내용으로 보건대, 그는 아마도 윤 회장을 만났던 모양이다.
유미는 마지막 희망으로 조두식이 진실의 일부라도 밝혀 주길 기대해 보며 인천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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