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마지막 눈물-21
“엄마가 그랬다고요?”
“그래. 그 편지도 있을 거다. 어미의 직감이니 맞을 거라 생각했다.
나도 한때의 실수로 생각하고 불쌍한 네 엄마의 요구를 비밀리에 들어줬다.”
“요구라뇨?”
“여러 번 돈을 요구했다.”
“증거가 없다고 거짓말하지 마세요.”
“증거? 조두식이 안다.
너, 아무 근거도 없이 나를 나쁜 놈으로 몰지 말아라.
과학적으로 확인만 안 했다뿐이지 마음속으로 난 널 늘 딸처럼….”
유미가 말을 잘랐다.
“난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어요.
당신은 위선자예요.
그런 분이 왜 그렇게 제게 차갑게 대하셨나요?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진작 진솔하게 제게 딸처럼 대해 주셨으면 좋았잖아요.
제가 진짜 딸이라면 정말 섭섭했을 거예요.
다행히도 당신이 내 아버지가 아니니.”
“무슨 소리냐?”
“유전자 검사를 해봤어요.”
“뭐라고?”
“두려우셨겠죠.
제가 딸이면 분란의 소지가 될 거고,
재산도 나눠야 할 테고. 윤 이사 일과 겹쳐 끔찍했겠지요.”
“아아, 그랬구나. 결국 나도 오랜 세월 희생자였구나.”
윤 회장이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나도 최근에 유전자 검사를 여러 번 생각했었는데.
그럼 네 아버지는 누구냐? 유병수냐?”
유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오인숙의 정체는 뭐냐?
우리 말고도 여러 놈을 상대한 거야?
그 순진한 시골 처녀가?”
윤 회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오히려 유미에게 물었다.
“너가 나한테 이제 이러면 안 되지.
난 너희 모녀에게 할 만큼 했다. 가거라. 아아, 이 배신감을….”
그가 한동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해 줄 수 없나요?”
“지금은 아무 얘기도 할 기분이 아니다.
다만 딸도 아닌 아이한테 이렇게 당하다니.
이제 나와는 상관도 없는 일이니 앞으로 이 문제로
나를 괴롭힐 경우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윤 회장은 단호하게 협박하는 눈빛으로 유미의 접근 자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의 혼란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유미는 그가 무언가를 이참에 교활하게 덮어버리려는 제스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오인숙이 창녀 짓을…? 그 피가 어디로 가겠나.”
윤 회장이 모욕적인 눈길로 유미를 보았다.
“엄마를 모욕하지 마세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경고하는데 날 더 이상 모욕하지 마라. 죽여버릴 수도 있어.”
“이제 본심이 나오는군요.
걱정 마세요.
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회장님이야말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죠.
혹시 고백이나 협상이 필요하시면 연락을 주세요.”
“뱀 같은 년들!”
윤 회장이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한번 해보자는 거야? 겁대가리 없이.”
“원하신다면.”
유미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윤 회장은 유미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유미는 윤 회장이 쉽게 진실을 고백하리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했다.
어쩌면 엄마는 정말 창녀가 아니었을까?
엄마에 대해 원치 않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아버지를 찾는 일을 그만둘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복수라는 것도 얼마나 무의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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