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마지막 눈물-20
“사실 그건 약속 위반이야. 일단 좋다. 그건 그렇고….”
윤 회장이 일단 언짢은 표정을 풀더니 긴한 이야기를 할 태세로 상체를 유미 쪽으로 숙였다.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자꾸나. 우리 그림 구매에 네가 실세로 암약을 했다는 데 맞느냐?”
“뭐 제가 약간 도와드렸죠.”
“그런데 요즘 위작 얘기가 나오는 그림은 도대체 뭐냐?
그리고 네가 개관한 갤러리에도 똑같은 게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그건 저도 억울한 피해자예요.
저야말로 진품을 샀다고 생각했는데. 유명 그림은 간혹 그렇게 모작이 있는 거 같긴 한데…
그래서 전 정식으로 감정의뢰를 할까 합니다.”
“구설이 나는 건 별로 좋지 않아서 일단 전시실에서 그림은 치우라 그랬다.
그런데 사냥개 같은 놈들이 꼭 있어요.
다만 나도 조사를 따로 해 볼 거야.
만약 네가 거기에 관련이 조금이라도 되었다면 너는 나한테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명심해라.”
“협박이신가요?”
“협박? 내가 공갈범이냐? 이건 정의의 문제다.”
“정의의 문제요?
그래서 그렇게 검은 돈을 만들고, 뿌리고 그 와중에 사람도 죽이고 하셨나요?”
“너야말로 협박이냐? 배은망덕한 년!
지난번에 베푼 은혜도 모르고 네가 나한테 뭘 더 바라느냐.”
“지난번에 날 쫓아내며 던진 돈, 원하면 되돌려줄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건 진실이에요.
당신의 그 냉혹하고 비열한 위선이 아니라.
진실을 밝혀주지 않는다면 당신에 대해 그동안 수집한 악행의 자료,
그리고 이번에 그림 구매로 비자금을 마련한 증거까지 다 까발리겠어요.
저도 당신처럼 사람 말고는 다 복사를 떠놨거든요.
물론 지금 밝히지만 그림도 역시.”
윤 회장이 주먹을 쥐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너를 딸처럼 생각해줬건만 내가 독사를 키웠구나.
네가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
“엄마와의 관계와 제 탄생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리고 저를 사주하여 죽이려고 했다는 증언이 있어요.”
“난 모르는 일이다. 금시초문이야.”
“유 의원이 남긴 편지가 있어요.
조두식씨는 어쩌면 엄마가 남긴 일기나 유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랬어요.
숨기지 말고 의혹을 밝혀주세요.
저의 탄생에 얽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걸 밝혀주지 않는다면 저는 당신의 비리를 밝힐 거예요.”
“유병수 그 인간은 자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어떤 거짓말도 불사하는 놈이야.
그 놈 말을 믿으면 안 돼. 그리고 조두식은 인간쓰레기야.
나에 대해 한참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오해를 풀어주세요.”
유미가 윤 회장을 바라보자 윤 회장이 한숨을 쉬었다.
“거의 40년 전 얘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네 엄마와 유병수와 나,
이렇게 일종의 삼각관계였다고나 할까.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를 딸로 인정하지 않은 거 그거 하나밖엔 없다.”
윤 회장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난 내 나름대로는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 서로를 죽이는 무모한 싸움은 그만하자꾸나.
난 너를 딸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네가 이러면 안 되지.
그건 배은망덕이야.”
“제가 당신의 딸이라고 생각하셨어요?”
“받아들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네 엄마가 그랬다. 확신에 찬 편지도 여러 통이다.”
|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5) 뻐꾸기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1 (0) | 2015.04.22 |
---|---|
(494)마지막 눈물-21 (0) | 2015.04.22 |
(492)마지막 눈물-19 (0) | 2015.04.22 |
(491)마지막 눈물-18 (0) | 2015.04.22 |
(490)마지막 눈물-17 (0) | 2015.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