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마지막 눈물-19
로즈갤러리는 개관 이후 예상보다 훨씬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시한 작품들은 돈 많고 안목 높은 컬렉터들이 다투어 찜하고, 알음알음으로
재벌가에서 선을 대어 작품 구매를 부탁해 왔다.
윤조미술관에 돌연 사표를 내던지고 나온 박용준을 몰래 프랑스 현지로 파견 근무를 보냈다.
다니엘과 에릭과 박용준의 지원으로 유미는 화랑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었다.
서류상 대표로 있는 우승주가 두 명의 큐레이터를 거느리고 얼굴마담 격으로 화랑을 지킬 뿐이다.
고수익에게 화랑 일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우승주는 고수익을 비서처럼 붙들어 두고 있었다.
윤동진과 재회한 이후 유미는 폭탄의 안전장치를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에릭이 가지고 있던 앤디 워홀의 ‘플라워’를 다시 사들여 갤러리에 걸었다.
어느 미술 매체에서 위작의 의혹을 제기했던 윤조미술관의 진품이었다.
유미는 또한 다니엘에게서 구입했던 피카소의 ‘비극’이란 그림도 가져다 로즈갤러리에 걸었다.
‘비극’은 윤 회장이 원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작의 천재 베르나르의 작품이었다.
‘비극’이 비극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했다.
‘플라워’와 ‘비극’은 윤조미술관과 로즈갤러리에 동시에 걸린 꼴이었다.
둘 중의 어느 한쪽이 가짜 그림을 걸었다는 입소문은 얼마 가지 않아 퍼질 것이다.
어느 날 윤동진이 전화를 해 왔다.
“유미, 도대체 뭐야? 그림들, 어떻게 된 거야?
날 물먹이려는 짓 그만하고 우리 오늘이라도 만나자.”
“볼일 없어요. 나도 그림 소문 들었어요.
뭐가 겁나는데요? 그럼, 그림을 내리세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산 우리가 왜 내려?”
“나 또한 비싼 돈 주고 진품을 샀거든요.
그럼 함께 감정을 받아 보든가요.
내일이라도 기자들 불러 놓고 기자회견 할까요?”
윤조미술관이 갖고 있는 ‘플라워’와 ‘비극’은 진품을 모사한 베르나르의 작품이다.
그러나 한국의 웬만한 감정가들은 구별을 못할 것이다.
공연히 이참에 재벌 미술관의 비리 어쩌고 하면서 더 뭇매를 맞을 것이다.
그쯤에서 YB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터트려 주고 유미는 프랑스로 날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유미는 다니엘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다니엘이 바라는 말을 해 주었다.
다니엘,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 결혼해요.
물론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유미가 구축한 공고한 시스템은 유미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다.
한국에서 오유미란 명의로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
며칠 후 과연 대어로부터 기다리던 입질이 왔다.
윤 회장이 손수 유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가 감정을 누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보게 되는구나.
내일 저녁 여덟시, 본사의 내 방으로 들를 수 있겠나?”
“예, 회장님. 당연히.”
그래. 마음이 급하겠지.
유미는 김경훈 변호사로부터 건네받은 서류와 윤조미술관과의 거래 자료를 복사하여
윤 회장을 찾아갔다.
저녁 8시의 본사 건물, 특히 회장실이 있는 층은 적막했다.
여비서 혼자만 비서실을 지키고 있었다.
유미가 회장실에 들어가 인사를 하자
창 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던 윤 회장이 의자를 돌렸다.
“오랜만이구나. 앉지.”
시름에 젖은 듯한 표정 때문일까?
그는 예전보다 더 늙어 보였다.
“동진이를 만났더구나.”
“예, 윤 이사님이 여러 번 연락했어요.”
“쓸데없는 얘긴 왜 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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