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91)마지막 눈물-18

오늘의 쉼터 2015. 4. 22. 17:15

(491)마지막 눈물-18

 

 

 

 

유미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윤동진, 어린애처럼 왜 징징대니? 세상은 모름지기 우는 아이에게 젖 주게 되어 있다.

 

아이는 울고 젖은 탱탱 불었으니 배고픈 아이에게 물릴 수밖에. 유미가 오만하게 말했다.

“아이, 제가 이제 월급쟁이가 될 순 없죠.

 

상황 파악이 좀 안 되시나 본데, 이제부터는 제가 갑이고 당신이 을이거든요.”

“다 당신이 조작한 거군. 위작 의혹도?”

“무슨 소리예요? 프랑스 최고의 다니엘 화랑이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며

 

크리스티의 보증 사인이 있는 진품들이에요.

 

국으로 가만히 있어요.

 

진실규명이니 뭐니 설쳐대면 당신네 이미지만 똥통에 처박히는 거 몰라요?

 

당신들은 진실을 파헤칠수록 냄새가 나는 거 몰라요?

 

똥뚜껑을 잘 덮어놔야죠.

 

괜히 비자금수사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겠죠?

 

그렇담 자료나 영수증은 검찰에 무료 제공할 수도 있는데.”

윤동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게 당신이 의도한 복수야?”

“아뇨. 난 당신들이 그림이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 그림들을 구해줬어요.

 

돈세탁하고 비자금 만들려는 당신들의 과욕과 부정이 만든 결과죠.

 

복수할 생각 없었어요.

 

다만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은 좋네요.

 

복수가 그래서 참 예술적으로 된 거 같긴 하다는 거죠.”

윤동진이 갑자기 유미의 올인원 앞섶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예술적인 복수라… 오유미, 착각하지마.

 

어쩌다 성공했다고 잠깐 도취되어 있는 거 같은데, 넌 태생적으로 창녀 같은 계집이야.

 

한때 내가 눈이 어두워 너의 더러운 유혹을 사랑이라 생각했던 거야.

 

아버지가 옳았어. 넌 상종해서는 안 되는 포르노 배우에다 창녀였어.”

유미가 손을 들어 윤동진의 뺨을 세게 때렸다.

 

유미가 파르르 떨면서 말했다.

“태생적으로 창녀? 창녀랑 놀아난 너는 뭐니?

 

더 이상 얘기 안 하겠어. 다만 네 아버지 윤규섭한테 가서 똑똑히 물어봐.

 

오유미가 누구인지! 네 아버지가 왜 오유미에게 당당하지 못한지!

 

창녀의 씨가 따로 있는지!”

“무슨 억지 같은 소리야?”

“똑똑히 들어. 날 더 이상 벌레 취급하지 마. 후회하게 만들 거야.”

갑자기 동진이 유미의 뺨을 갈겼다.

 

유미도 들고 있는 잔의 와인을 동진에게 흩뿌렸다.

 

동진의 연회색 여름양복에 붉은 와인이 피처럼 튀겼다.

 

눈에도 튀었는지 눈을 껌뻑거리며 동진이 바보처럼 서있었다.

 

유미가 휴대폰으로 올인원의 끈이 떨어져 나가 가슴이 거의 드러나고

 

한쪽 뺨이 부푼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동진의 모습도 찍었다.

“뭐 하는 짓이야?”

“당장 나가! 종업원 부르기 전에. 이 현장을 보면 성폭행의 현장인 줄 알겠지.

 

그러니 얼른 나가라구.”

“그럼 사진은 왜 찍는 건데? 이리 내.”

“추억으로 남기고 싶을 뿐이야.” 

 

동진이 얼굴을 쓸며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유미가 호텔의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사람 부르기 전에 조용히 나가 줘.”

동진이 무슨 말을 할듯 유미를 바라보다 뒤돌아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유미는 소파에 무너지듯 앉았다.

 

울고 싶었으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눈물은 유진에게 흩뿌렸기 때문이다.

 

대신에 부들부들 몸이 떨려왔다.

 

예술적인 복수는 없다.

 

복수의 경전은 함무라비 법전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피에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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