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90)마지막 눈물-17

오늘의 쉼터 2015. 4. 22. 17:13

(490)마지막 눈물-17

 

 

 

 

 

 

유미가 윤동진 앞에 나타났을 때 처음에 그는 좀 멍하고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미는 윤동진의 취향대로 끈으로 묶는 검은 가죽 올인원을 입고 코밑까지

 

덮는 베니스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동진의 표정이 차츰 설렘과 흥분으로 바뀌어갔다.

 

유미가 손을 내밀었다.

“로즈예요.”

“윤동진입니다.”

동진이 유미와 악수를 하자 유미가 잔을 들어 동진에게도 권했다.

 

동진과 유미가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두어 모금씩 마셨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유미가 먼저 말문을 텄다.

“용건을 말씀하시죠.”

“전 가면을 쓴 사람과는 말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진실을 말해야 하는 순간에는.”

“당신과 나 사이의 비즈니스에 무슨 진실이 필요할까요?

 

진실은 제가 가려서 들을 테니 말씀하세요.”

“무슨 진실게임 같네요.”

“재미있잖아요. 제가 느낀 직감으로는 당신도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을 텐데요.”

“좋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요. 구매한 그림에 문제가 생긴 거 같아요.

 

일단 진실을 규명하는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리고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요.”

“한국계 재불 교포라는 걸 알고 있죠?

 

나 한국어도 할 줄 아는데 왜 영어로만 말을 걸어요?”

유미가 대뜸 한국말을 했다.

 

동진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구인지 몰래 추적했나요.”

“그러지 않았어요.

 

사실 당신의 존재를 최근에야 알고 만나보고 싶었어요.”

“왜죠?”

“이건 그냥 예감 같은 건데….”

유미가 말없이 웃으며 다리를 꼬고 앉아 탁자에서 멀리 떨어진 동진의 잔에

 

또 한잔의 와인을 따랐다.

 

그 통에 끈으로 바짝 조인 풍만한 가슴 언덕의 골이 더 깊어졌다.

 

동진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가 갈증이 나는지 와인으로 목을 급히 축였다.

“아름다우시군요.”

“당신도 매력적이네요. 여전히….”

“여전히?”

유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냥 예감 같은 건데….”

유미가 좀 전에 동진이 했던 말을 그대로 흉내 내어 말했다.

“예감이 딱 맞았네요. 전에 내가 얘기했죠? 기억나요?”

“?!”

“내가 했던 마지막 말. 예술적으로 복수해주겠다는 말.”

동진이 와인 잔이 흔들릴 만큼 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럼…? 역시!”

“빙고! 스무고개도 아니고 좀 둔하시네요, 윤 이사님.”

유미가 가면을 벗었다.

“자, 가면을 벗었으니 이제부터 당신의 진실을 말해볼래요?”

“베일에 가려진 로즈란 인물이 의심스러웠는데…역시 내 느낌이….” 

 

동진의 표정이 묘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인생사 재미있죠? 참! 득남을 축하해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변신한 거야?”

“변태를 벗어나니 변신이 되더군요. 벌레에서 인간으로 업그레이드도 되구요.”

유미가 뼈있는 농담으로 동진을 비웃었다.

“그림 좀 몇 개 주무른다고 잘난 척하지 마.”

“하긴 개수는 그쪽이 더 많죠.”

“그래. 오유미의 변신과 성공 인정해.

 

하나 제안하겠는데,

 

윤조미술관으로 당신을 스카우트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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