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마지막 눈물-15
“다니엘, 사실 난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여자였어요.
처음 다니엘이 내게 접근했을 때 난 사실 살기 위해 당신을 유혹했어요.
당신이 부자고 멋진 남자여서 호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고요.
다니엘 덕분에 내가 이렇게 기반을 잡고 성공한 건 정말 너무도 고마워요.
당신은 내 구세주예요.
게다가 당신이 나를 사랑하여 결혼까지 하자고 해요.
정말 분에 넘치는 행운이에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당신과 결혼한다면 당신의 그림과 재물과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런 인생도 제게는 너무도 매력적이랍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내게는 아버지처럼, 고향처럼 그렇게 따스하게 애틋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행복한 결혼이란 그게 아니잖아요.”
다니엘이 한숨을 쉬었다.
“젊은 놈같이 내가 만족이 안 된다는 얘기 아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당신에게서 아버지의 이미지를 만들고 상상하는 내가 힘들어서 그래요.
하지만 당신을 정말 떠나고 싶진 않아요.
이런 마음이 뭔지 모르겠어요.
나도 나를 이해 못하겠어요.
나는 요즘 아버지를 찾고 있어요.
조만간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될 거 같아요.
아마 내가 진짜 아버지를 찾게 되면 어쩜 그때는 당신이 남자로 느껴질 거 같아요.
내 말 이해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내 마음조차도 고백하고 싶은 거예요.”
유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다니엘이 그런 유미를 바라보더니 유미를 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이해…할 거 같아. 아버지를 빨리 찾으면 좋겠어.
그때까지는 내가 로즈의 아버지야.
여자를 많이 만나봤지만 모두 내 재산에 눈이 먼 여자들뿐이었어.
로즈가 진심을 말해줘서 난 오히려 고마워.
장미가 꽃의 여왕인 것처럼 당신도 여왕처럼 영혼이 품격 있고 아름다워.
기다릴게. 로즈가 나를 남자로 사랑하는 그날까지.”
다니엘은 장미 꽃잎을 열듯 유미의 입술에 세심하게 키스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울메이트라는 거예요.
우린 이미 영혼이 결합, 아니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난 당신의 손만 잡고 자도 행복할 거예요.”
“그럴 수야 없지. 허니문인데.”
다니엘은 욕실에서 나온 유미의 몸을 꼼꼼하게 타월로 닦아주고
머리를 세심하게 감겨주었다.
마치 어린 딸을 씻겨주는 아빠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유미는 다니엘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 다니엘이 유미를 번쩍 안아 침대로 가서 눕혔다.
근력을 자랑하며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다니엘은 숨을 몰아쉬었다.
“아이 참,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저 무겁죠?”
“그러게… 요즘 로즈가 좀 살이 쪘나?”
다니엘의 얼굴이 핼쑥해서 유미는 그를 쉬게 하고 싶었다.
“목욕했더니 잠이 막 쏟아지네요. 자고 싶어요. 팔베개 해주세요.”
체중은 오히려 예전보다 2킬로그램이 빠졌는데 왠지 다니엘이 더 기운이 없는 것 같다.
유미는 다니엘의 팔을 베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이 깬 것은 갑작스러운 다니엘의 비명 때문이었다.
“무서운 꿈을 꿨어. 죽은 엄마가 꿈에 보였어.
엄마가 내 손을 꽉 쥐고는 어둠이 내리는 숲을 하염없이 헤맸어.
이슬 젖은 풀들이 섬뜩하게 살을 스쳤어.
어둠 속에서 늑대 울음소리랑 온갖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디선가 달빛이 새어나오는 거야.
그곳으로 가고 있는데 잠이 깼어.”
그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기진한 듯 유미의 품속으로 힘없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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