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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마지막 눈물-13

오늘의 쉼터 2015. 4. 22. 17:04

(486)마지막 눈물-13 

 

 

 

 

 

 로즈갤러리는 성황리에 오픈했다.

 

갤러리의 대표로 우승주를 내세우고 유미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가 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오너로서 유미는 감개무량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신의 사업체를 갖게 된 것이다.

 

게다가 겉만 그럴듯한 유한마담의 갤러리가 아니라

 

한국의 미술시장을 움직일 세계적인 미술품을 실질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갤러리다.

 

유미는 스스로 대견하여 자신의 등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오유미, 애썼어. 너 정말 장해.

 

엄마가 살아있으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 모습을 보고 기뻐했을 텐데…

 

불행하게 살다간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설희에게 좀 더 당당한 엄마로 비칠 걸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위로했다.

개관식은 조촐하게 치렀다.

 

실질적인 재벌가의 컬렉터들은 물밑에서 노는 걸 좋아하니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YB 미술관의 윤동진과 강애리에게는 초청장조차도 보내지 않았다.

 

다만 다니엘과 에릭이 축하해 주러 프랑스와 영국에서 날아왔다.

 

몇몇 유명한 화가들도 초청했지만 그 중에 단연 압권은 데미안 허스트의 등장이었다.

 

에릭의 친분으로 초청했는데, 물론 그를 유인한 아이디어는 유미의 머리로부터 나왔다.

 

모든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데미안에게 한국의 식용 개살육에 관해 소개했던 것이다.

 

데미안은 즉각적으로 작품의 영감을 얻을 것 같다며 한국에 오겠다고 했다.

 

그 덕분에 그의 유명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바가지’를 깜짝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해골바가지에 키스하는 익살스러운 사진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그것만도 대단한 홍보효과였다.

 

과연 개관식 날부터 컬렉터들의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유미는 개관식을 마치고 다니엘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에릭과 데미안은 개사육장과 지방의 개시장, 보신탕집,

 

그리고 시골의 개 잡는 현장으로 가이드를 딸려 보냈다.

유미는 제주도에 도착해서 렌터카로 다니엘을 태우고 서귀포 주변을

 

드라이브하고 호텔에 들었다.

“오오, 로즈! 제주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야.”

객실의 거실 소파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다니엘이 감탄했다.

“그래서 이 섬은 허니문으로 유명하죠.”

“허니문이라….”

다니엘이 중얼거렸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후 유미는 욕조에 물을 받고 와인을 땄다.

“다니엘, 욕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 한잔해요.”

“아니 벌써 씻고 자려고?”

“저녁바다를 바라보며 다니엘과 오늘을 마감하고 싶어요.

 

어서요. 해지기 전에 얼른 옷 벗어요.”

유미는 명령하듯 말하며 서둘러 다니엘의 옷을 벗겨냈다.

 

다니엘은 그 손길을 즐기는 듯 만면에 웃음을 감추질 못했다.

“놀다 들어온 아들 씻기려는 엄마 같아.”

“아이 참, 이렇게 젊고 예쁜 엄마 봤어요?”

유미가 원피스의 지퍼를 쫙 내리자 허물처럼 옷이 흘러내렸다.

 

허물을 홀딱 벗은 뱀처럼 유미의 희고 매끈거리는 알몸이 나타났다.

 

다니엘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못 봤어. 로즈가 내 엄마가 아니라 다행이야.”

유미가 다니엘의 손을 잡고 바다를 향해 나있는 욕조로 이끌었다.

 

수많은 바다를 보았지만 제주의 물빛은 시시각각 표정이

 

다른 소녀의 얼굴처럼 애틋한 데가 있다.

 

유미와 다니엘은 바다를 향해 욕조에 함께 몸을 누이고 와인이 든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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