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마지막 눈물-12
유 의원의 편지투를 보면 윤규섭이 무언가 꾸민 일이 유 의원을 고통스럽게 했음이 분명하다.
유 의원이 자신의 죄를 빠져나가는 방편으로 윤규섭을 내세운 것인지 모르지만,
조두식도 윤 회장이 나쁜 놈이라고 몰아세웠던 걸로 봐서 윤 회장이 분명
무슨 못된 짓을 한 거라 생각된다.
게다가 조두식 또한 입을 열지 않으나 역시 무언가 관련되어 있다.
유미는 예감대로 자신의 탄생 이면에 음모와 욕망의 거미줄이 얽혀 있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유미는 이번에는 엄마의 편지와 엽서를 읽었다.
엄마는 유 의원을 사랑하는 듯했다.
유 의원이 유미의 아빠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서 편지를 썼다.
몇 통의 서신에는 유미의 탄생을 알리고 자라나는 유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유미의 대학입학 사실을 알리는 편지도 발견되었다.
유 의원이 그 편지를 받고 일부러 입학식날 유미의 자취방 근처에서 기다리다
교통사고를 가장해서 유미를 만났다는 것도 엄마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미의 결혼식을 알리는 엽서도 있었다.
그런 편지들 중에 맨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는,
그러니까 엄마가 죽기 바로 며칠 전에 보낸 편지였다.
유미는 그 편지를 읽었다.
‘당신에게
그가 당신과 내가 계속 연을 이어오고 있는 걸 눈치챈 거 같아요.
무언의 압박이 느껴져 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다면 우리 유미를 잘 부탁해요.
유미에게는 정말 어미의 불행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 애 만큼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애도 삶이 왜 그렇게 진흙탕으로 흘러가는지…
난 요즘 사실 삶을 이어가는 게 정말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삶을 놓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당신과 유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이유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미에게 나서지 못하는 당신을 이제는 다 이해합니다.
다만 불쌍한 우리 유미를 늘 곁에서 지켜줘요.’
유미는 익숙한 엄마의 필체를 보고 그리움이 문득 밀려왔다.
이 편지를 유 의원을 통해 십여 년 만에 읽게 되다니.
편지에서 엄마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고 또한 삶에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삶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미가 불행을 세습한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정이 느껴져 유미는 가슴이 먹먹했다.
그러나 편지 서두에 나오는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유미는 갑자기 조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멘트만 돌아왔다.
조두식이 무언가 진실의 한 부분을 알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유미는 조두식을 처음 만났던 아득한 과거를 떠올렸다.
네 살 무렵이었던가?
어느 날 먼바다에서 왔다며 갑자기 바람처럼 처음으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후 그는 간혹 나타나 잠깐씩 엄마와 함께 살았다.
자기를 보며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강요하는 것도 아니었고
엄마 또한 그의 말에 시큰둥했다.
아빠라고 불러야 돼?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지만 엄마는 네 아빤 저런 사람 아니야.
훨씬 멋진 분이야라고 말했다.
유미는 조만간 윤 회장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가 유미를 애타게 찾으며 만나려 할 날을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대했지만 어쩌면 계획을 바꿔 빨리 그를 만나야 할지도 몰랐다.
알게 모르게 유미가 YB가에 복수를 하고 있다는 걸 그들은 모르겠지.
도대체 윤 회장이 무슨 짓을 한 걸까?
아니 탄생 이전은 모르겠고 지난해에 윤동진과의 결혼을 극력 반대하면서
유미가 겪은 모욕이 생각났다.
그런데 과거에도 유미의 비극적인 탄생설화에 악역인 주인공을 맡은 것이
윤 회장이었단 말인가?
여우 같은 늙은이. 악마 같은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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