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마지막 눈물-10
유미는 유 의원이 적어 준 대로 김경훈이라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유미라고 소개하자 그가 유 의원이 전해 주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유미는 그를 만나 보기로 했다.
신중한 인상의 50대 남자는 자신을 유 의원의 오래된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쓰러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시면서 비밀리에 제게 부탁하신 일이 있습니다.
의원님이 사망하시면 유언장은 가족에게 공개하겠지만,
이 일은 반드시 따로 처리하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물론 가족에게는 비밀로 하고 오유미라는 분에게
상속과는 별도로 의원님이 보유하고 계셨던 약간의 현금을
전달하라는 당부셨습니다.”
“약간의 현금요?”
“예. 절차를 거쳐 곧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미는 잠시 멍했다.
유 의원이 아마도 자신을 친딸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뭐라고 토를 달기도 이상했다.
유 의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 걸까?
머릿속에 두서없는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남자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봉인된 커다란 봉투였다.
“뭐죠?”
“유 의원님 말씀이 돌아가시면 모든 것을 전달하라고 하셨는데,
지난번 병문안 가서 뵈니까 오유미란 분이 연락하면 미리 실행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다고 생각하시고 마음이 바뀌신 것 같더군요.
사실 조만간 연락이 올 거라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이게 뭔가요? 무슨 서류 같은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비밀 문서인지 개인적인 기록인지….”
“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나요?”
“무슨 말씀이시죠?”
“저와 유 의원님과의 관계라든가 저의 주변이라든가….”
“그건 제가 개인적으로 코멘트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일단 이 문건은 제가 보고 필요시에는 또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참, 유 의원님과는 얼마나 함께 일하셨나요?”
“한 이십년 됩니다.”
“알겠어요.”
유미는 그와 헤어졌지만 봉인된 봉투를 바로 열지 못했다.
앞당긴 오픈 날짜 때문에 마음이 급하고 일이 밀렸지만 차분하게
그것을 열어 보고 싶었다.
유미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봉인된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서 몇 개의 작은 봉투들이 니왔다.
어느 봉투를 여니 낡은 옛날 사진이 몇 장 나왔다.
백일 무렵의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
엄마와 어린 유미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돌상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있는 어린 유미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젊고 아리따운 여자의 사진이 나왔는데 어린 처녀였던
엄마의 얼굴이란 걸 유미도 알 수 있었다.
평생 유 의원이 간직했던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봉투에는 엄마의 필체로 생각되는 엽서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봉투에는 유 의원의 자필 편지가 한 통 들어 있었다.
유미는 떨리는 손으로 무엇부터 집어서 읽을까 잠시 고민했다.
유 의원의 자필 편지를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서두엔 ‘나의 딸에게’라고 적힌 편지가 한 통,
그리고 ‘나의 인숙에게’라고 적힌 편지가 각각 한 통씩이었다.
예전의 호방한 글씨체는 변함없지만 손이 떨려서인지,
글씨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획이 흔들리고 흩어진 느낌이었다.
유미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딸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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