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82)마지막 눈물-9

오늘의 쉼터 2015. 4. 22. 16:38

(482)마지막 눈물-9 

 

 

 

 

 

 

유 의원이 간절하게 유미를 보고 싶어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유미는 얼른 대답했다.

“갈게요. 그런데 오늘은 급한 일을 마저 해야 해서 내일 아침은 어떨까 모르겠네요.”

“영감님! 낼 아침 어떠세요? 잠깐 기다려요.

 

수첩에 뭐라 지렁이처럼 쓰시네. 이게 뭐야? 빨리 오래요.”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유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유 의원이 입원한 병실로 달려갔다.

 

유 의원과 속 시원히 소통할 날을 기다려 왔지만 현실은 그런 바람과는 점점 멀어졌었다.

 

유 의원의 상태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가 친부가 아니라는 검사 결과 때문에 그를 향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 무언가 새로운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다.

병실에 도착하니 유 의원의 얼굴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유 의원은 간병인을 내보냈다.

 

그가 성한 오른손을 들어 유미의 손을 잡았다.

 

유미가 두 손으로 맞잡자 그의 눈빛에 심한 동요가 떠올랐다.

“아버님….”

유미가 늘 부르던 대로 유 의원을 부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빼내 머리맡을 가리켰다.

 

머리맡 테이블 위에는 공책과 볼펜이 있었다.

 

유미가 그것을 건네주자 그가 볼펜을 들고 떨리는 글씨로 공책에 뭐라고 썼다.

 

크고 기운 없는 필체는 예전의 그가 보낸 편지의 호방한 필체와는 너무도 달랐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의미를 잘 알 수 없었다.

‘아마 마지막’

아마 이 만남이 마지막이란 뜻일까?

“안 돼요. 아버님은 다시 일어서야 해요.

 

제가 너무도 힘들고 죽고 싶을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분이 아버님 맞지요?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세요.”

유미는 힘겹게 볼펜을 놀리는 그를 위해 천천히 질문을 했다.

 

유 의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프랑스 유학을 도운 키다리 아저씨가 맞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직 아버님께 은혜를 갚지도 못했는데 다시 일어나셔야 해요.”

그러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볼펜을 들어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써내려갔다.

‘나를 용서해라’

유미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무슨 소리예요? 아버님은 제 은인인데.”

그러자 그의 눈에서 드디어 눈물이 흘렀다.

 

그가 다시 볼펜을 들었다.

‘나를 이해해 주길’

그가 손을 들어 유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을 꼭 잡았다.

 

그가 뭐라고 입을 열어 소리를 냈지만 벙어리처럼 버벅대기만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유미가 다시 그에게 공책을 내밀었다.

‘내 딸’

‘네 엄마 진심 사랑’

‘자살 X’

두서없이 내갈겨 쓴 글씨로 미뤄보건대 유 의원은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유미를 친딸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유미는 그의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궁금한 걸 물어볼 수밖에. 

 

“자살이 아니라면 누구 짓이죠?”

그가 다시 연필을 잡더니 공책에 무언가 숫자를 적어 나갔다.

 

휴대폰 번호 같기도 했다.

 

그리고 모르는 이름 하나를 덧넣었다.

 

‘김경훈 변호사’

유 의원은 감정이 격해지는지 유미를 껴안고 이상한 소리로 오열했다.

 

그러다 온몸의 진이 다 빠졌는지 갑자기 침대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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