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마지막 눈물-8
“일 끝내고 저녁 시간대에는 저도 한가합니다.
‘호텔 뒤 루브르’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있을 예정입니다.
언제든 한가하실 때 틈내서 들러주시면 제가 영광이겠습니다.
식사나 차나 와인이나 다 좋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죠. 감사합니다.”
“윤조미술관에서 이번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대대적인 전시를 조만간 엽니다.”
“실무자인 미스터 박에게서 들었습니다.”
“다니엘씨가 조만간 서울에 오신다는데 저희 미술관에서 로즈씨도 함께 초청하겠습니다.
꼭 오시면 좋겠습니다.”
“실무자에게 초청장을 보내라고 해주세요.”
“물론 그러죠. 그런데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파리에서든 서울에서든. 제 개인 연락처 필요하면 드리겠습니다.”
“제가 좀 바쁘니 일단 문자로 개인 휴대폰 번호를 보내주세요.
파리든 서울이든 저도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제가 꼭 필요하길 바랍니다.”
서로 정중하게 사업적인 대화만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제가 꼭 필요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윤동진이 남긴 그 말을 다시 되새기며 유미는 픽 웃었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주며 제가 필요하길 바랍니다란 말을 남기는 윤동진의 심사는 무엇일까.
목소리에서 허전함이 느껴졌다면 유미의 착각일까?
아들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강애리와의 결혼생활에서 성적으로 만족감을 제대로 못느끼며
살았을 테지.
그마저도 강애리의 임신으로 오래 굶주렸을 남자의 우아한 SOS?
유미는 윤동진의 근황과 모습이 궁금했지만 다음 날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서울로 날아갔다.
서울에서 갤러리 오픈을 윤조미술관의 대형 해외전 바로 전날에 앞당겨 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서둘러?”
우승주가 갑작스러운 유미의 결정에 놀라 물었다.
“마음이 갑자기 변했어. 내가 프랑스로 날아가서 속전속결로 일처리 했는데 안 될 것도 없잖아?”
“하긴. 오너 마음이지 뭐. 서두르면 실수할까봐 그러지 뭐.”
“작은 실수보다 더 중요한 건 큰 실속이야.”
유미는 윤조미술관보다 더 비싸고 멋진 작품을 대관하여 일단 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재벌 미술관이 아닌 일개 개인 갤러리가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나 프란시스 베이컨 같은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 자체가 미술계의 일대 사건일 것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걸물 화가 데미안 허스트가 에릭과 함께 서울로 오겠다는 언질을 받아놓았다.
그가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충격을 받아 개를 잡는 일련의 과정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보인다고 했다.
언론이 나서서 대서특필할 특종감이다.
유미가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며칠이 지나자 휴대폰 화면에 낯선 전화번호가 떴다.
받지 않으려다가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이제야 전화를 받으시네.”
“누구…시죠?”
“나, 병원의 유 영감님 간병인이에요.”
“그런데요? 그분한테 무슨 일이라도?”
“자꾸 나보고 전화를 좀 하라고 하셔서….”
“제게요?”
“왜 아니에요. 오늘 낼 시간 되면 병원에 좀 들르시라고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봐요.”
“어머, 이제 말씀을 하세요?”
“아니, 손에 힘이 좀 나는지 볼펜 들고 수첩에다 겨우 쓰시지. 언제 오시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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