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마지막 눈물-6
“왠지 자꾸 조바심이 나. 로즈를 이번에 꽉 붙잡지 않으면 놓쳐버릴 거 같아.”
“다니엘, 다니엘이 없으면 나는 배터리 없는 휴대폰이나 마찬가지예요.
다니엘은 내 삶의 원동력이에요. 계속 날 충전해줘요.”
유미가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사랑엔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지만 마음은 서로 통해야겠지.
로즈의 의견을 존중해주겠어.”
“고마워요. 일단 먼저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게 지원을 좀 팍팍 해주셔야 해요.”
유미가 다니엘의 목을 껴안자 다니엘이 허허, 하고 웃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업을 하려는 거지?”
“당신은 몰라요. 당신처럼 태생이 부자인 사람은.”
유미는 다니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니엘에게 선물받은 그림들과 그동안 커미션으로 받은 돈으로 재투자한 그림들을
챙기기만 해도 유미는 단기간에 큰돈을 벌었다.
그림들은 한국에 돌아가 로즈갤러리에서 팔면 서너 배의 이윤은 남길 것이다.
아니 열배의 이익을 남길 그림들도 있다.
다니엘이 거저나 다름없이 염가로 판매한 그림도 꽤 많았다.
다니엘 화랑의 초특급 그림들은 서울 화랑에서 전시하고 팔게 되면
그 이익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기다 그림 값은 고무줄이며 돈세탁이 가능한 품목이라 재벌들과 할 만한 사업이다.
유미는 이미 서울에서 재벌 그룹들의 구매의사를 물밑에서 타진해 보았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 화랑 오픈을 할 날만 정하면 되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내실 있고 실속 있는 알토란 같은 사업으로 단기간에 미술계를 장악하는 게
유미의 목표라면 목표다.
“로즈가 곧 서울로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살맛이 안나네.”
“일단 오픈해놓으면 실무자들에게 좀 맡기고 제가 이곳에 와서
당분간 당신과 함께 지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라서… 이해해줘요.
대신에 오픈식할 때 오셔야 해요.”
“물론 당연히. 나도 여기 화랑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지만,
내가 서울에 로즈 옆에 붙어 있어 봤자 찬밥 신세가 될 거 같아. 안 갈래.”
“당연하죠.”
유미가 다니엘을 놀리듯 말하자 다니엘은 약 오른 어린애처럼 얼굴이 발개졌다.
나이만 많다 뿐이지 이 남자는 사육이 가능한 어린 말 같다.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잘만 쓰면.
약을 올리는 김에 유미는 슬쩍 화제를 에릭으로 돌렸다.
“에릭이 우리 결혼을 반대한다면 어쩌실래요?”
다니엘이 그 말에 발끈했다.
“그놈이 반대한대? 지가 뭔데!”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게 싫대요.”
“왜?”
“그야 모르죠. 에릭이 말하는 표정이 좀 묘하긴 했어요.”
“그 자식이 당신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
다니엘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다니엘은 에릭이 게이인 줄은 모르나보다.
“젊은 남자니까 그럴 수 있죠.”
“당신도 끌려?”
“에릭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긴 하죠.”
유미가 무심한 척 말하자 다니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전 단호해요. 에릭이 설사 유혹해온다 해도 난 당신밖에 없어요.
동양 여자의 정절 아시죠? 제가 전에 춘향이라는 한국의 정절녀 얘기 해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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