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 도약 18
수익이 유미를 직접 만나기 전인 작년 봄.
수익은 그날 밤, 유미의 아파트 앞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다.
조두식의 명령으로 그 무렵 오유미와 관계된 남자들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유미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간혹 유미의 주변에서 지켜보거나 촬영을 하곤 했다.
조두식이 원하는 일도 하면서 이유진을 파멸로 이끈 오유미라는 여자에게 접근할 자료와
빌미를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수익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유진의 복수를 대신해주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공범으로 파악된 황인규를 혼내주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날 아파트 앞 주차장에 재규어 한 대가 나타나더니
말쑥한 남자가 유미의 아파트로 올라가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얼마 후 또 한 남자가 아파트로 올라가는 걸 목격했다.
거의 같은 시간에 두 남자가 올라간 걸 보고 호기심에 기다렸는데 한 남자가 내려왔다.
그는 자신의 지프에서 뭔가를 꺼내 두리번거리더니
흥분된 포즈로 재규어의 타이어에 대고 박아 넣었다.
수익은 그걸 몰래 촬영했다.
수익은 그 남자가 황인규라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차에 앉아 술병을 입에 대고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얼마 후 재규어 주인이 아파트를 나서는 게 보였다.
수익은 몰래 그 남자도 촬영했다. 그가 YB그룹 윤규섭의 둘째 아들 윤동진이라는 건
나중에 조두식을 통해 알았다.
윤동진은 차를 출발시키다 금방 이상을 느꼈는지 나와서 타이어를 살펴보았다.
주변을 살피다가 휴대폰으로 긴급출동서비스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걸 보자 황인규가 탄 지프가 슬슬 그곳을 벗어났다.
그런데 황인규가 술이 취했는지 차도 좀 비틀거렸다.
펑크난 윤동진의 차가 문제가 아니라 술 취한 황인규의 차가 더 위험해 보였다.
순간 수익은 황인규를 미행하기로 했다.
어쩌면 유진 형의 한을 풀어줄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인이 된 유진 형을 보았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복수를 하겠다고 맹세했다.
유진도 복수를 원한 일이었다. 유진은 황인규에 대해서는 단호했지만 왠지
오유미에 대해서는 머뭇거렸다.
그녀를 한때 먼저 죽이려 했던 건 자기였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불안정하게 운전하던 황인규는 양평의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어둡고 한적한 야밤에 그가 아찔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하는 건 별일도 아닐 거 같았다.
명백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위장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강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주저앉아 마시던 양주를 마저 병째로 마셨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수익이 다가가서 물었다.
“이유진을 기억하십니까?”
그러자 그는 펄쩍 뛸 만큼 놀라더니 소리쳤다.
“넌 누구야!?”
“이유진의 최후를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나름대로 공평하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피에는 피.”
그 말에 인규가 갑자기 쥐고 있던 술병을 깨어 들고 대들었다.
“좋아. 오늘 밤 다 죽여버릴 거야!”
깨진 술병을 들고 으르렁거리는 인규의 그 모습이야말로 피를 부르는 행위였다.
수익은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인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술 취한 인규도 깨진 병을 들고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수익은 자신의 목을 향해 오는 술병을 피하기 위해 손에 잡히는 돌을 주워
인규의 머리를 후려쳤다.
인규는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똑똑히 기억해라. 당한 대로 해주마.”
수익이 다시 커다란 돌을 들어 인규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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