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71) 도약 16

오늘의 쉼터 2015. 4. 21. 16:05

(471) 도약 16

 

 

 

 

 

 유미는 수익이 모는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달리고 있다.

 

자칫 파리행 비행기를 놓칠 판이다. 왜 그리 늦잠을 잤을까?

 

하긴 밤에 잠을 설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마 수익이 아침에 전화를 해서 겨우 깼다.

 

어제 유미는 종일 혼란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친자 확인 검사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믿을 수 없었다.

 

유병수가 친부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 들고 유미는 고개를 저었다.

 

심증 99%였는데…. 다만 1%의 확인만이 필요했는데….

 

과학은 오유미의 유전자가 ‘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허방을 디딘 듯 허탈했다.

 

그리고 더 깊은 미스터리에 빠져들었다.

 

유 의원이 친부가 아니라면, 그는 왜 내 인생에 그토록 간여했을까?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짐작건대 유병수야말로 익명의 후원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병실에서 유미에게 보여 준 그의 눈빛과 눈물의 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유 의원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유미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한 여자처럼 설??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야 만다는 필연의 법칙에 전율했다.

 

그리고 이제 마음으로부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찾는 여정을 홀가분하게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유미의 생래적 결핍이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버지는 누구란 말인가?

공항에 도착한 유미가 카운터에서 겨우 수속을 마쳤다.

 

걱정이 된 수익이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테이크아웃한 커피 두 잔을 들고 웃고 있었다.

“비행기 놓치면 이 기사가 다시 태워 가려고 대기 중이었지.”

탑승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까지 35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수익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일어섰다.

“유진 형에게 안부 전해 줘. 다음엔 나도 동행하고 싶다.”

“알았어. 우 관장 도와서 갤러리 일도 좀 봐 주고. 잘 있어.”

유미는 작별인사와 부탁의 말을 늘어놓다가 여태껏 정신없어서

 

휴대폰 확인을 못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열었다.

 

몇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언뜻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별거 아니겠지. 곧 탑승할 텐데 귀찮아.

 

부재 중 전화 이후로도 문자가 한 통 들어와 있었다.

 

10분 전에 온 문자였다.

 

무심코 들여다보던 유미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모르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보낸 문자는 유미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전화를 받지 않는군. 이제 어떤 후회도 원망도 남아 있지 않아.

 

두렵지도 않고. 모든 죄와 고통을 품고 난 떠난다.

 

이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속죄다.

 

벼랑 끝에서 나눈 너와의 치명적인 사랑은 내 인생에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베네치아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내 삶도 이제 흔적 없이 지워지겠지.

 

저 눈부신 물비늘이 나를 유혹한다. 안녕. 우리 하늘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인규다!

“유미씨, 왜 그래? 얼굴 색이….”

수익이 사색이 된 유미를 불렀다.

 

유미는 손이 떨려 왔다.

 

그 전화번호로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정신없이 수속을 하는 동안 유미가 놓쳤던 두 통의 전화번호가 문자를 보낸 번호와 일치했다.

 

그러니까 인규는 전화 통화를 시도하다 포기하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유미는 카운터에 탑승 캔슬을 일방적으로 알리고 무조건 수익에게 울 듯이 소리쳤다.

“당장 날 양평으로 데려다 줘!”

차 속에서 유미는 간절히 기도했다.

 

아아, 인규씨! 제발… 제발 나를 좀 기다려 줘.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473) 도약 18  (0) 2015.04.21
(472) 도약 17  (0) 2015.04.21
(470) 도약 15  (0) 2015.04.21
(469) 도약 14  (0) 2015.04.21
(468) 도약 13   (0) 20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