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75)마지막 눈물-2

오늘의 쉼터 2015. 4. 22. 16:27

(475)마지막 눈물-2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고 있어요?”

“아아, 잠깐 다니엘 생각이 나서.”

“아버지가 왜요?”

“글쎄… 이번에 저를 보고 결혼하자고.”

유미가 에릭의 얼굴을 살짝 일별하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걷혔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나?

 

두 부자(父子) 사이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유미지만, 에릭의 속마음을 떠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로즈는 뭐라 그랬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어요.”

“미친 영감! 딸 같은 여자를 데리고 뭐하는 거야.

 

아버지와 결혼한다면 로즈도 미친 여자야.”

에릭이 흥분했다.

 

여태껏 흥분하는 에릭의 모습을 처음 본 유미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부자지간에도 수컷의 본능은 어쩔 수 없구나.

“아버지에게 속으면 안 돼요.

 

아버지는 결혼 생활을 잘해 나갈 사람이 못돼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사랑했지만 2년 만에 끝났어요.

 

난 그 결혼 반대예요.”

에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유미가 물었다.

“왜죠? 에릭이 뭔데 반대하는 거죠?”

“그건, 그건…. 로즈가 행복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요. 저는 행복하고 싶어요.”

유미가 에릭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즈가 새엄마가 된다면 난 앞으로 로즈를 보지 않을 거예요.”

에릭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였다.

“다만, 그래도 아버지와 결혼한다면 우리 약속합시다.”

“무슨 약속? 그리고 아직 난 아무것도 결정한 게 없어요.”

“그래요. 그럼 그건 나중에….”

유미가 샴페인 잔을 들며 살짝 웃었다.

 

취기가 서서히 퍼지는 게 느껴졌다.

 

에릭도 얼굴이 분홍빛으로 변했다.

“당신 얼굴이 지금 붉은 장미꽃 같아요.

 

당신, 그 늙은 영감탱이에게 가긴 너무 아까운 여자인데.”

에릭이 더 이상 말 없이 감정 표현을 절제하자

 

유미가 살짝 낚싯대를 흔들듯 여운을 주는 말을 흘렸다.

“그래요. 인생이 돈이 다가 아니죠.

 

난 살아 있는 행복한 순간을 즐기며 살고 싶어요.”

“로즈, 좀 취한 거 같은데, 들어가 쉬는 건 어때요?”

에릭이 속삭였다. 그때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에릭보다는 좀 나이들어 보이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건장한 남자였다.

“아! 윌리엄, 이리 와. 여긴 내 사업파트너인 로즈야.”

그가 다가와 두툼한 손을 유미에게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로즈예요. 이 시간에 손님을 초청한 줄 몰랐네요.”

유미가 에릭을 보며 말했다.

윌리엄이 어깨를 으쓱하자 에릭이 말했다. 

 

“뭐 셋이 밤새도록 마셔도 되고.”

“아냐. 나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자료를 좀 정리해야 해.”

윌리엄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럼, 로즈 이리 와요. 오늘 잘 방을 안내해 줄게요.”

에릭이 유미에게 어느 방을 안내해 주었다.

 

싱글 침대가 놓인 소박한 손님방인 거 같았다.

 

유미가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나갔다가 방으로 돌아오려니

 

어느 방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거실에는 미등만 켜 있고 아무도 없었다.

 

어느 방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다 유미는 숨이 멎을 듯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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