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69) 도약 14

오늘의 쉼터 2015. 4. 21. 16:02

(469) 도약 14

 

 

 

 

 

 “그런데 쌤은 어떻게 그렇게 능력이 좋으세요?

 

다니엘 화랑에서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니 말이죠.”

“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 거지, 뭐. 다 윈윈하는 게 좋지.”

용준이 목소리를 낮췄다.

“맞아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윤조미술관도 비자금 조성하니 좋고.”

“내가 부탁한 모든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그 영수증 사본 잘 챙겨 놔.”

“쌤이 하란 대로 하고 있어요.”

유미는 윤 회장이 자신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늘 뭐든

 

카피를 떠놓는 철저한 인간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했다.

“참, 그런데 지난번에 갤러리에 들렀더니 우승주 관장님이랑 그 ‘살소’가 있던데….”

“살소?”

“예, 살인미소. 그 남자도 갤러리 식구예요?”

살인미소…고수익을 말하나 보다.

“음, 필요한 업무가 있어서 비상근으로. 왜 내가 전에도 얘기했잖아.

 

사업파트너라고. 앞으로 서로 도우며 잘 지내봐. ”

“쳇, 그럴 때 보면 쌤은 꼭 여왕봉 같아요.”

“남자를 일벌로 거느리는 여왕봉 그거 맘에 든다.”

유미가 웃었다. 유미가 갑자기 생각난 듯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냈다.

“받아. 윤조에서 월급은 좀 올랐겠지만, 낚싯밥이야.”

“어, 괜찮은데. 저야 뭐 쌤 그물에 걸린, ‘잡아놓은 물고기’인데요, 뭐.”

“아버지 요양병원비에나 보태 써.”

“그걸 어떻게 아시고…?”

“언젠가 치매로 장기요양병원에 계신다 말했잖아.”

“기억력도 섬세하시긴. 쌤, 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쌤은 미워할 틈이 없네요.” 

 

“언제 미워했어?”

“가끔. 내 맘처럼 쌤 맘이 안 느껴질 때요.”

그러니까 돈이 필요한 거야.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땜방질을 해줄 수는 있다.

 

그리고 윤활유도 된다. 돈이란 그래서 좋은 것이다.

 

한국에 오자마자 설희를 만나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유학자금을 대주겠다고 말하고 용돈을 듬뿍 주었다.

 

그 애의 눈빛에 선망의 빛이 가득했다. 부모자식 간에도 돈은 좋은 것이다.

 

유미는 머지않아 펌프질을 하듯 돈이 가속도를 내며 콸콸 쏟아지는 상상을 해 본다.

며칠간 일처리를 해놓고 파리행 비행기표를 예약하려니

 

왠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업진행은 순조롭게 잘되고 있지만 무언가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파리에는 기껏 일주일 정도나 있다 다시 와야 할 것 같았다.

 

중간에 런던에도 한 번 다녀와야 하고, 유진도 만나고 싶었다.

 

유진에게 사진전을 후원하도록 격려하고 싶다.

 

그의 예술혼을 북돋워 그가 남은 인생에 좀 더 애착을 갖게 하고 싶다.

 

인규에게도 너는 살인자가 아니라고, 정신 차리고 살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가 베네치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유미가 도와줄 수 있기라도 한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악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동반자로서

 

나름대로 인규를 의지했던 부분도 있었던 걸 부인할 순 없다.

 

그렇게라도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의 상태가 어떤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데다 인규로부터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대신 유미는 파리로 떠나기 전, 마음먹은 일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면 성가시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471) 도약 16  (0) 2015.04.21
(470) 도약 15  (0) 2015.04.21
(468) 도약 13   (0) 2015.04.21
(467) 도약 12   (0) 2015.04.21
(466) 도약 11   (0) 20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