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67) 도약 12

오늘의 쉼터 2015. 4. 21. 15:56

(467) 도약 12

 

 

 

 

 

 그러나 일단 진실은 알고 싶다.

 

조만간 어떡하든 친부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도대체 엄마는 왜 그렇게 복잡한 남자관계를 가졌던 거야?

 

그 시절에 엄마도 나처럼 책상다리 같은 서너 명의 애인에 의해 떠받들어져 사는 여자였을까?

 

그래도 어떻게 자기 자식의 씨가 누군지도 모를 수 있었을까?

 

성인이 될 때까지 아버지란 남자를 모르고 상상 속에서 이상적인 아버지를 꿈꾸어 왔다.

 

최고위 과정 강의를 하면서 인연이 되어 윤동진과 만나 연애를 하게 되면서 부딪히게 된

 

윤 회장이 엄마와 인연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가 그렇게 윤동진과의 결혼을 악착같이 반대하고 유미를 곁에 두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은

 

지은 죄가 있어 그런 거라 생각했다.

 

조두식의 의견은 도둑이 제 발 저린 심리라고 했다.

 

그러나 신정희가 수집해 온 윤 회장의 샘플로 몰래 친자 확인 검사를 한 결과 윤 회장이

 

친부가 아니라고 나왔다.

 

시원섭섭했었다.

 

다만 윤동진과 이복남매가 아니라 남이었다는 사실에는 좀 홀가분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미가 친딸인 줄 알고 끝끝내 윤동진과 떼어놓은 윤 회장에 대한

 

원망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그리고… 이제 가장 강력한 친부 후보로 등장한 유 의원. 스무살 초봄에 우연히 만난

 

그를 매개로 지완과 친구가 되었다.

 

지완의 아버지인 그가 내 아버지였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는 유미 눈에 멋진 노신사로 보였다.

 

처음부터 그가 그렇게 끌렸던 것은, 뭐랄까 핏줄이 서로 당기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이 모든 것… 생의 이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이 회로가 운명이라면…

 

그 우연과 필연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소설의 플롯보다 더 정교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어서 이 모든 것이 완벽한 프로그래밍에 따른 것일까?

 

유미는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했다.

 

자신의 인생이 참 드라마틱하다고 늘 느꼈지만,

 

왠지 무언가 알 수 없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을 거 같다.

 

여태까지의 커다란 반전은 이유진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돈으로 용서를 구하건 어쨌건 죄책감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

 

아직 유진에게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은 남아 있다.

 

평생을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

유미는 그럴수록 황인규의 거취를 알고 싶었다.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 괴물 같은 ‘살인의 추억’이라는 트라우마를 벗겨내 줘야 한다.

 

그가 그렇게 정신병자가 된 직접적인 원인은 모종의 테러에 의한 상해에서 비롯되었겠지만,

 

평생을 시달려온 죄책감이 결국 그를 그렇게 몰고 갔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겉으론 대범한 척 강한 남자인 척하지만 황인규는 연약한 남자다.

 

아니 대부분의 남자는 덩치만 크지 심성은 한없이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어린아이 같다.

 

그에 비해 여자란 동물은 얼마나 질기고 강한가.

 

지완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물론 나는 더하고. 모종의 테러도 밝혀내야 하고,

 

황인규의 거취를 수소문해 봐야겠다.

하지만 갤러리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하게 되자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프랑스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하니 일단 갤러리의 명의자는 우승주를,

 

일종의 바지사장으로 앉히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유미는 실질적인 물주들인 재벌들이나 고급 컬렉터들을 소개받고 물밑에서 관리해야 했다.

 

작년부터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고 있는 김 교수도 만나고 그 외 아트페어의 실질 책임자와도

 

접촉을 했다.

 

그렇게 기초공사로 굵직한 미팅을 연달아 하는 나날이 이어지자 개인적인 업무를 볼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다.

그런 나날 중에 지완에게서 전화가 왔다.

 

왠지 언뜻 예감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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