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68) 도약 13

오늘의 쉼터 2015. 4. 21. 15:59

(468) 도약 13

 

 

 

 

 

 “어, 지완아. 웬일이니?”

유미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유 의원이 눈을 감았다거나 그런 일은 아닐까?

“유미야, 잘 지내지? 많이 바쁘지?”

“응, 요즘 많이 바쁘긴 해. 게다가 며칠 후에 파리에 들어가 봐야 해서….”

“갔다가 또 오지?”

“응, 앞으로 왔다 갔다 하게 될 거 같아. 넌 어때? 재미있니?”

“그냥 그래. 인생이 왜 이렇게 복잡하니?”

“뭐가 그리 골치 아파? 연애 때문에? 아버님 때문에…?”

“두 가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뭐부터 말할까?”

“좋은 소식부터 말해 봐.”

“아빠가 일반 병실로 옮기셨어.”

“정말!? 잘됐다, 얘.”

“그런데 의식은 있지만 말은 못하셔. 몸 움직임도 둔하시고.”

“그래도 한 시름 놨겠다.”

유미도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런데 나쁜 소식이 있어.”

“뭐야?”

“시댁에서 연락이 왔어. 애들 아빠가 어제 병원에서 탈출했대.

 

그런데 시댁에도 오지 않았고 찾을 수가 없나 봐.

 

연락도 물론 안 되고…. 날더러 그리 알고 보게 되면 꼭 알려 달라고 하더라고.”

“황인규씨가!?”

유미는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혹시라도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인규씨에게서 연락이 오거나 보게 되면 꼭 알려 줘.

 

이 사람, 끝까지 속을 썩인다. 전생에 웬수였나 봐.”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상태가 어떤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 안 본 지 오래됐잖아. 꽤 안 좋은가 봐.”

지완과 통화를 끝낸 유미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진작에 그의 거취를 알아내 면회라도 가서 그의 짐을 좀 덜어 줄걸.

 

인규를 꼭 만나고 싶다.

 

하지만 지완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인규를 어디서 찾아낸단 말인가.

저녁에 일 때문에 용준을 만난 유미는 우울하게 인규의 소식을 전했다.

“그거 참, 안됐네요. 작년에 나한테 찍자 붙고 한판 붙은 거 생각하면 그렇지만.”

“그래서 말인데, 그 사람의 행방을 어떡하든 알 수 없을까?”

“그러지 않아도 병원 측과 경찰에서 찾으려 할 텐데요,

 

뭐. 그나저나 그 남자랑 뭐, 있어요?”

“왜?”

“왜 그렇게 서로가 관심이 많아요?

 

작년에 미술관 와서 그 남자가 난동 부릴 때 그 남자 눈빛을 봐도 좀 이상했어요.

 

광기로 번득이긴 했지만, 뭔가 쌤에게 매달리는 절박한 남자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됐네. 그런 거 없어.”

“그나저나 조만간 파리에 가셨다 언제 오세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림도 더 골라 와야 하고.”

“그 다니엘이라는 남자와 그 젖소부인처럼 가슴 컸던 애인이랑은 잘 있죠?

 

그 저택의 위층 방에서 쌤과 보냈던 밤이 떠오르네요.

 

파리, 다시 가 보고 싶은데, 윤조미술관 일이 지금 장난이 아니라서.” 

 

용준이 입맛을 쩝, 다셨다.

 

용준은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모른다.

 

일사천리로 진척된 다니엘과의 관계나 에릭의 경매회사와 베르나르까지 낀

 

비즈니스의 실태를. 어쩌면 다니엘도 에릭도 베르나르도 서로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유미의 청사진에서 그들은 다만 큰 점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연결하면 원하는 별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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