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 도약 8
“요지는 내가 고수익씨를 이제부터는 믿어도 되냐고.”
“애초부터 나의 대빵은 이유진이었고,
그 와중에 조두식을 통해 오유미에게 접근한 건데
대빵이 화해협정을 맺었다니까 우린 동지 아냐?
게다가 내 진심이 이제야 확연히 확인이 되네.”
“확인?”
“응. 내가 오유미를 실상은 사랑하고 있었던 거 같아.
그런 의미로 우리 결연식 맺어야지.”
“결연식?”
“몸도장 찍어야지. 우린 이제 한배를 탔잖아.”
수익이 그윽하게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 눈웃음.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이유진의 것과 닮은 저 눈웃음.
이유진의 고종사촌이라는 걸 알고 보니 정말 둘이 닮았다.
어쩌면 꿈에도 그런 일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죽었으리라 생각한 이유진과 고수익이 맘먹고 접근한 걸
어떻게 알고 막을 수 있었겠는가.
수익의 얼굴을 바라보자 유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매력적인 눈웃음을 잃고 한쪽 눈이 실명되고 휠체어에 의지하는 신세가 된.
“나 솔직히 홀가분하고 기분 좋아.
전에 섹스할 때는 형의 옛 여자라 좀 그랬는데
형도 유미씨를 만나고 나니까 오히려 오랜 미망에서 벗어났대.
형이 유미씨를 행복하게 해 주래.”
이유진의 그 말이 가슴에 아프게 박혔다.
이유진을 정말 좋아했는데 사람의 인연과 운명이 참 묘하게 흘러간다.
그래도 유진을 이자벨이라는 첫사랑이 돌봐 주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익이 따라 준 위스키를 수익의 잔과 부딪쳐 함께 스트레이트로 원샷하고 나자
두 사람의 마음은 좀 나긋나긋해졌다.
갑자기 수익이 유미에게 달려들었다.
유미는 잠깐 저항하다가 수익을 받아들였다.
함께 침대로 쓰러진 채 두 사람은 예전의 격렬한 키스신과 베드신을 재연하기 시작했다.
수익이 유미에게 입을 맞춘 채 하나씩 옷가지를 벗으며 유미의 옷도 솜씨 좋게 벗겨 냈다.
유미가 그 틈에 헐떡이며 말했다.
“이거 적과의 동침 아닌가 몰라.”
“일단 적의 속을 알아야 백전백승이지.”
수익이 유미의 귓불을 물며 속삭였다.
오랜만에 보는 수익의 몸이었다.
그의 몸은 변함없이 매끈하고 그는 여전히 침대에서 정열적이었다.
유미가 늘 침실 문손잡이로 쓰고 싶다고 했던 수익의 물건이 잡아 달라는 듯이
되똑하니 까딱거렸다.
백자 다기 주전자의 손잡이처럼도 보였다.
유미는 그것을 살짝 쥐고, 그가 적이라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내 편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몸은 참 이상도 하지.
수익과 절교하고 유진을 만나 수익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마음이 닫힌 듯
어색하더니 몸이 열리자 마음은 옛날의 추억과 리듬으로 금세 빠져들었다.
유미에게 접근하기 위해 작업을 했든 어쨌든,
유미를 사랑했다는 수익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말보다 몸은 정직하니까.
예의 수익의 그 ‘손잡이’를 열면 신비로운 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처럼
유미는 연방 ‘손잡이’를 비틀고 밀고 당겼다.
어느 순간, 수익의 몸과 마음이 유미에게 자연스레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미의 몸도 서서히 열렸다.
수익은 유미를 보고 빈틈이 있으면서도 순수한 여자라고 했던가.
빈틈이란 말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유미는 빈틈없이 수익의 몸을 바짝 조이고 수익 또한 빈틈없이 유미를 밀어붙였다.
절정의 순간, 유미는 어느 비밀의 방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찬 온통 하얗고 환한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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