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60) 도약 5

오늘의 쉼터 2015. 4. 21. 15:35

(460) 도약 5

 

 

 

 

 

지완과 헤어져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화랑으로 가는 중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돼지’였다.

 

한두 번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안 받더니 드디어 그가 전화를 했다.

 

유미는 한때 장난스럽게 붙인 ‘돼지’란 닉네임을 본명으로 바꿔 입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제 그가 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아! 이크! 고수익씨, 오랜만!”

“그러게. 전화했던데 미안….”

“일부러 안 받은 거야?”

“응.”

“왜?”

“무서워서…. ㅋㅋ”

수익이 말끝에 웃음을 달았다.

“지은 죄는 있어서… 정말 괘씸해.”

유미도 그동안 고수익이 정체를 숨기고 접근해왔던 걸 생각하면서 일단 쏘아붙였다.

“얘긴 들었어. 형한테서.”

“그래서 이제 나한테 전화한 거고?”

“맞아. 형이 부탁하더라고. 형을 어떻게 구워 삶은 거야?”

“구워 삶긴. 진실이 통한 거지. 참, 한번 보자. 지금 어디야?

 

 난 인사동 잠깐 들렀다가 숙소로 들어갈 건데.”

“나도 인사동 쪽에 있는데….”

“그럼 우리 만나. 당장 만나!”

유미는 인사동에서 고수익을 만나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둘이 처음 만나 홍어삼합과 막걸리를 마셨던 한식집이었다.

 

고수익은 변함없이 예의 그 눈웃음을 달고 나왔다.

 

이제야 그 눈웃음이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확연해졌다.

 

이유진과 닮은 그 눈웃음은 고종사촌지간인 두 남자네 집안의 유전형질이었던 것이다.

 

아, 저 살인미소에 내가 두 번을 죽다니.

 

유미는 마주 보고 말없이 한동안 웃기만 했다.

 

정작 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만 어수선한 밥집에서는 꺼내기가 뭐했다. 

 

“밥 마저 먹고. 나 화랑 들러서 상황만 확인하고 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해.”

“조용한 데 좋지. 그런데 화랑은 왜? 아, 그 대학 동창 친구네 화랑?”

“내가 요 근처 인사동에 화랑을 하나 내려고 준비 중이야.”

“와우! 화랑? 멋진데!”

수익을 데리고 나와 공사 중인 화랑으로 가니 마침 승주가 안에 있었다.

“어?”

수익이 놀라자 승주가 반갑게 다가왔다.

“어머, 내 고객! 작년에 우리 화랑에서 500만원짜리 작은 그림 하나 샀잖아요?”

승주는 수익을 기억했다.

 

노처녀 승주가 그의 눈웃음만 보면 미주알이 어쩌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더니….

“아, 예에… 샀죠. 저로서는 첫 컬렉션이었죠.”

수익이 씨익 웃었다.

“참, 승주가 도와주고 있어.

 

국내와 해외로 나눠서 나와 함께 동업 비슷하게 시작하려고 해.

 

이 친구가 국내 작품은 담당하고.”

승주가 끼어들었다.

“그때 보험회사 다닌다는….”

“아, 그거요. 그만뒀어요.”

“그럼 요샌 뭐 해요? 그때도 꿈이… 컬렉션도 하고 화랑 같은 거 하고 싶다 그랬잖아요?”

수익은 그냥 씨익 웃기만 했다.

 

수익이 내게 접근하려는 작업의 일환이었는지 모르지만,

 

작년에 수익이 그림을 하나 샀다고 승주가 확인해주었었다.

“예, 하고 싶어요. 여기서 우선 일도 배우고요.

 

저를 한번 써 보시죠. 후회하진 않으실 테니.”

갑자기 수익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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