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61) 도약 6

오늘의 쉼터 2015. 4. 21. 15:36

(461) 도약 6

 

 

 

 

“어머! 난 좋은데. 근데 월급 주는 사장은 오유미야. 여기 잘 부탁해 봐요.

 

볼수록 너무 매력적이셔!”

승주가 딱, 내 타입이야 하는 얼굴로 헤헤거렸다.

“진담이야?”

유미가 수익에게 묻자 수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요. 유진 형을 예술가로 만든 것도 난데.”

“그건 무슨 소리야?”

“유미씨는 사실 나를 잘 모르잖아.”

수익이 유미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옛날부터 사진작가를 꿈꾸고 사진을 찍었던 건 바로 나야.

 

유진 형이 그런 나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자기 인생의 새 목표로 삼은 게 사진작가였고.”

그제야 유미는 어느 날 윤동진이 내민 사진들과 나중에 유미에게 보내진 사진들이

 

고수익이 찍은 사진들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이크는 예술가는 못되고 파파라치가 되었던 거야?”

유미는 일부러 슬쩍 비틀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고수익과 깊고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유미는 그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어색해서 유미는 양주를 꺼냈다.

 

한때 멧돼지처럼 저돌적이던 수익도 머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유미가 위스키 잔에 입술을 대며 말을 꺼냈다.

“왕년의 애인인데, 정체를 알고 나니까 분위기 좀 그러네.

 

막 화는 나고 어처구니가 없는데 화를 내긴 그렇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이 상황이 참!”

“화를 내긴. 누가 할 소리! 운 좋은 줄 알아.

 

유진 형의 복수로 내 손에 일을 치르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

“정말 복수할 생각이었어? 나를 죽일 생각이었어?”

“처음엔 그랬지. 그런데 점점 접근할수록 너무 끌렸어.”

“사랑에 빠진 척 연기하며 내게 접근했다니 용서할 수가 없어.”

“한 가지 오해하는 게 있는데, 내가 미션으로만 오유미를 상대했던 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당신을 좋아했다는 얘기야. 이렇게 예쁜 여자를 괴롭혀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

 

이러니 유진 형이 갈팡질팡하다 그런 꼴을 당했구나 싶었지.

 

하지만 불쌍한 형을 생각하며 복수할 기회를 노릴 수밖에.

 

그래도 내가 오유미씨를 도와준 적도 있었잖아.”

“뭐를?”

“내게 SOS 요청했을 때 곽 사장 혼내 준 일.

 

그리고 유미씨가 윤동진에게 사진으로 협박했을 때 그 사진들 생각 안 나?

 

몰래 내가 찍은 사진들을 당신에게 보냈던 거야.

 

재벌 2세 놈이 너무 비겁해서 말이야.

 

재벌과 양아버지란 두 인간에게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고통당하는 게 안쓰러워서….”

수익의 말을 들으니 몇 가지 일들이 아퀴가 맞는다.

“안쓰러워서 완전 잔인해질 수가 없더라고. 덕분에 형의 마음도 많이 누그러졌지.

 

그런 연민이 혹시 사랑이 아닐까 헷갈렸던 적이 많았다는 얘기야.

 

간혹, 아니 사실은 당신을 미워할 수 없었어.”

“왜? 내가 예뻐서?”

유미가 농반진반으로 웃으며 물었다.

“아니, 사랑에도 욕망에도 심지어 악에도 솔직하고 열정적인 당신이

 

또한 연민도 많은 여자라는 걸 알게 됐거든.

 

완벽한 척하지만 내 눈엔 빈틈도 보이며 인간적인 귀여운 악녀로 보이기 시작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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