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 도약 10
엄마의 마지막을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다.
엄마의 유품 중에 예전에 보았던 일기장이 보이지 않는 걸 기억하고 물었다.
“글쎄다… 혹시 내가 네 엄마 유품이 있다면 언제 만나서 돌려주마.
하지만 내 짐이라는 게 동가식서가숙하다 보니 온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 이제 전화 끊자.”
조두식이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유미가 다시 번호를 눌렀으나 연결이 더 이상 되지 않았다.
조두식과 통화를 하면 이상하게 더욱더 혼란에 빠져들어 기분이 찝찝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화면을 보니 국제전화였다.
다니엘이었다.
“오, 다니엘!”
“로즈, 내 사랑. 잘 있었어?”
“그럭저럭요.”
“그럭저럭이라니. 난 살맛이 안 나는데…
로즈가 없으니 빈자리가 정말 크게 느껴져.
내가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나도 다니엘을 떠나오니 허전해요.
하지만 여기 일이 너무 바빠서… 건강하죠?”
“모르겠어. 우울해서 그런가 여기저기 안 좋아. 언제 와?”
“조만간 여기 갤러리 오픈 전에 잠깐 들러야 할 거 같아요.
작품 선정도 하고요. 여기 갤러리 오픈 때는 다니엘도 초대할게요.”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알짜배기 작품을 얼마나 대 주는데.”
“맞아요. 다니엘이 없으면 난 꿈을 이룰 수 없어요.”
“그래서 행복해?”
“그럼요. 당신은 내 구세주예요. 정말 행복해요.”
“그래.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지 뭐.”
“너무 보고 싶어요, 다니엘.”
“나도. 키스를 보내요. 쪼옥!”
“저도요.”
유미가 전화기에 대고 쪽! 소리를 내고 끊었다.
그러다 생각난 듯 전화를 걸었다. 에릭이었다.
“아, 에릭!”
“오! 로즈! 잘 지내요?”
“네. 에릭도? 참 다음 달에 할 경매 리스트 봤어요.
제가 조만간 그림 구매하러 런던에 갈 거예요.”
“아, 그래요? 기대돼요. 보고 싶고….”
“참, 윤조미술관에서 원하는 건 이제 일단 다 구해 줬죠?
영수증도 알아서 다 완벽하게 처리했죠?”
“물론, 당연히! 데미안 허스트는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 봤자 ‘나비’는 흔하잖아요.
갤러리 오픈때 맞춰서 ‘신의 사랑을 위해’를 전시하면 정말 좋을 텐데.”
“그거야 로즈 하는 거 봐서 내가 데미안이 그 해골을 들고 나타나게 할 수도 있지.
‘나의 사랑을 위해’ 말이지.”
“정말?”
“나의 사랑에 로즈는 뭘로 보답할 거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랑에는 사랑 아닌가요?”
“암튼 내가 가장 원하는 걸 줘야 해요.”
“좋아요.”
에릭의 사랑을 보상하기 위해 주어야 할 것은 어쩌면 뻔하지 않은가.
그가 다니엘의 아들이라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가 원한다면…
유미는 그와 몇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절제와 긴장 속에서 쿨하게 대처하던
에릭의 세련된 매너를 떠올렸다.
신사의 도시 런던에서는 누구나 신사가 되는 건 아닐 텐데 껄떡대고 질척대지 않는
그의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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