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도약 2
“스카우트야. 보수도 나쁘지 않게 주려고 해. 내가 구해놓은 중요한 작품들,
그리고 다니엘 화랑의 인맥과 전폭적인 지지로 한국미술판을 주무를 거야.
난 자신 있어. 머지않아 윤조미술관을 누를 거야.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야.
자기도 알다시피 우린 팀워크가 끝내주잖아.”
“그렇죠. 하지만 제가 당분간 윤조에 있으면서 쌤을 물밑으로 도와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좋아, 그럴 수도 있지. 그것도 다 생각해봤어. 그렇다면 내가 미션을 줄 거야.
하지만 명심해. 만약 날 배신하면 죽음으로 갚게 해 줄 거야.”
용준이 자신만만한 투로 말했다.
“미션을 잘 수행하면요?”
“그럼 당연히 보상을 해주지.”
“제가 원하는 보상을?”
“원하는 게 뭐지?”
“쌤을 갖고 싶어요. 영원히.”
“그건 말도 안 돼! 난 물건이 아닌데? 그리고 난 자유로운 여잔데?
그리고 영원한 소유가 어디 있어? 완전한 순간적 합일이 소유지, 안 그래?”
유미가 와인 잔을 들어 동의를 구했다.
“날 1인자로 인정해줘요. 그동안은 윤동진을 1인자로 인정했기에 참아왔어요.
하지만 이젠 쌤이 윤동진을 향해 복수하는 걸 도와주는 마당이니….”
유미는 용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참 남자들은 왜 그렇게 서열에 집착해? 뭐 부동산 경매 배당 순위도 아니고.
난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 다만 전에도 말했듯이 난 계산만큼은 철저하게 할 거야.
윤조보다는 더 실속 있게. 월급이 아니라 이익금을 배당할 생각이야.”
“그래요? 윤조보다 더 이익이 크다면 당연히 전 쌤을 도와야죠. 명령만 내려주세요.”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도 어떤 남자보다도 박용준을 믿고 있다는 거야.”
유미가 술잔을 살짝 올리며 용준의 눈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용준이 목이 타는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속삭였다.
“쌤, 제 초심은 변함없어요.”
용준의 욕망이 속에서 널름대고 있는 걸 알아챘지만, 유미는 모른 척했다.
용준이 와인을 물마시듯 마셨다.
급기야 용준이 유미의 입술에 키스했지만 유미는 용준을 살며시 밀어냈다.
용준이 머쓱해했다.
“쌤이 전과 좀 달라진 거 같아요.”
유미는 돈을 대신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는 감정을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한 건 없어. 우리도 이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매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쳇!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섹스 파트너와 비즈니스 파트너, 떡을 양손에 쥘 수는 없나요?”
“미안, 게다가 오늘은 하필 또 날짜가… 꿉꿉한 날씨에 피비린내는 별로잖아?”
유미는 아래를 가리키며 거짓말을 둘러댔다.
오늘은 머리가 복잡해서 욕구가 전혀 일어나질 않는다.
“대신 일이 잘 진행되면 기분 좋게 상큼하게 하자. 알았지?
이렇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중요해.
자기도 그럴 수 있지?”
오랜만에 잔뜩 기대를 했던 용준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 앞에만 서면 바지 속의 이놈은 뻣뻣해져도 이상하게 용준 자신은
유미의 말을 거부할 수 없다.
결국 술 취한 용준은 충견처럼 물러나 폭우를 뚫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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