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 프렌치 커넥션-19
이유진의 집에서 돌아온 유미는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안개 속에서 겨우 과녁을 찾은 것 같았지만 그 과녁이 첩첩이 겹쳐서 뒤로 늘어서 있는 꼴이었다.
조두식에 대한 분노와 고수익에 대한 어처구니없음에 흥분과 실소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사실 프랑스에 오기 전에 냄새를 맡은 사냥꾼처럼 조두식이 찾아왔었다.
윤 회장으로부터 돈이 입금된 이틀 후였다.
지난번 얘기한 컨설팅비 어쩌구 하면서 앞으로도 자신의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주겠노라며 돈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나쁜 놈이고 부자니까 앞으로도 돈을 더 뜯어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유진의 정보에 의하면 조두식이 놀랍게도 과거부터
윤 회장과 유 의원 사이를 오가며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다.
유 의원은 윤 회장과 과거부터 인연이 있었던 사이긴 했지만
조두식이 또 연결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유 의원이라면…지완의 아버지 유 의원은 옛날부터 유미가 좋아했던 인물이었다.
나도 지완이처럼 저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했었다.
두 인물 중 한 인물이 유미의 새 인생을 위해 지원을 했고,
한 인물은 유미의 삶을 꺾으려 했던 인물이다.
두 인물 중 어느 누가? 아니면 두 인물의 공모?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수로 우연히 저지른 살인 미수사건의 배후에 이렇게 복잡한 그림이 숨어 있을 줄이야…
1건의 대형사고 뒤에는 29건의 작은 재해가 있고 그 뒤에는 300건의 가슴 철렁한
일들이 있다는 실패 확률에 대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이유진이 죽었다면 진실은 영원히 유폐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미의 머리에 번개가 번쩍 내리쳤다.
혹시…Y?! 공교롭게도 윤규섭의 이니셜도 Y이지만,
유병수의 이니셜도 Y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유미는 벌떡 일어나 서랍에 간직했던 상자를 꺼냈다.
무겁더라도 엄마의 유품과 자신의 일기장과 기록을 프랑스에 올 때도
신주단지 모시듯 가져왔었다.
분실되면 안 되는 분신 같은 소중한 물건이었다.
유미는 그 속에서 엄마의 일기장을 꺼냈다.
그리고 예전에 보았던 그 구절,
‘아아, Y… 평생을 그의 숨겨진 여자로 산다 해도 나는 괜찮아… 하지만 언젠가는…’
이라는 구절을 찾아냈다.
그리고 눈물로 얼룩져 있는 ‘나의 인숙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도 찾아냈다.
이 편지를 쓴 인물이 Y라는 건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유미는 무섭게 솟아오르는 흥분으로 자신의 일기장과 편지들을 뒤졌다.
그게 아직 있을까…
예전에 유미가 돈이 없어 잠깐 지완의 집에 기거하다가 한 달 만에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유 의원이 월세 보증금에 보태라며 돈봉투를 준 적이 있었다.
그 안에 간단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유미에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살라는 내용이었다.
너무도 고마운 데다 호방하고 멋진 만년필 글씨가 멋져서 일기장에 붙여 놓고
자주 들여다보던 편지였다.
편지는 접힌 채로 일기장 어느 페이지에 붙어 있었다!
유미가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유품에서 나온 낡은 편지와 대조해 보았다.
아아,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씨는 육안으로도 너무 비슷했다.
20년이 지나면 사람의 외모는 변해도 글씨는 변하지 않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유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실이 저만치 등대의 불빛처럼 흐리게 깜빡거리는 듯했다.
프랑스에 오기 전에 유미는 맹인안마사 정희에게
윤 회장의 칫솔과 머리칼을 채집해 오길 부탁했었다.
조두식의 말마따나 꼬리춤을 추든 복수를 하든
유미는 윤 회장이 친부인지 아닌지를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윤동진의 일도 마음으로 정리를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친자 확인을 위해서 유전자 감식 연구소로 샘플을 보냈었다.
결과는, 부(父)로부터 물려받은 대립유전자가 없다는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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