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 프렌치 커넥션-18
“그 사람 역시 작년에 모종의 테러를 당하고 지금 정신적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했는데….”
“아무래도 모종의 음모가 배후에 있었던 거 같아.
유미야, 나 또한 이제 그저 벌레처럼 살아도 어쩔 수 없다만, 진실을 알고 싶다.
그래서 결국 나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응징하고 싶어.
우린 꼭두각시였어. 네가 도울 수 있으면 힘을 보태 주면 좋겠어.
내가 너를 만나서 이 얘기를 하려고 마음을 돌린 것도 그 이유야.”
유미는 유진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그런데 그런 정보를 주는 오빠의 측근은?”
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넌 이미 그를 만났어. 그가 네게도 접근했지.”
“내가 만났다고?”
“내 인생을 아주 가여워하는 놈이 있어. 내 사촌동생.”
“사촌동생?”
“걔가 내 대신 복수해 주겠다며 조두식에게도 접근했고,
네게는 작년 여름쯤에 일부러 접근했을 텐데…. 나와 좀 닮은 놈인데.”
“아! 그럼….”
유미의 머리에 고수익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완전 사기꾼 같던데.”
“맞아. 천하의 사기꾼 같은 놈이라 할 수 있지.”
이유진의 얼굴에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지금은 거의 해체됐지만 내가 알려 준 조직의 루트를 타고 올라가
지금은 조두식의 꼬붕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세상에! 그럼 조두식과 한패?”
“무늬만.”
“그럼 나와는 적이에요? 동지예요?”
“어쨌든 그 놈이 내 편이라는 것만 확실해. 걔 덕에 너에 관한 정보도 알게 됐지.”
유미는 그동안 일어났던 어둠 속의 비밀들이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진실은 아직도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숨어 있다.
“조두식은 고수익의 정체를 알고 있나요?”
“모를 거야. 내 동생도 재주가 보통 놈이 아니거든.”
“정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유미는 타고난 연기자 같던 고수익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고수익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를 믿을 수 있을까요?”
프랑스로 오기 전에 유미는 고수익과 절교를 선언했다.
하지만 조두식을 통해 어떤 진실에 이르려면 고수익을 이용해야 할지도 몰랐다.
“내 말에 달려 있지. 조건은,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그렇다면 쌍두마차를 타고 함께 달릴 수도 있겠지.”
“오빠, 난 진실의 끝까지 가 보고 싶어요.
오빠 도와주세요. 나 또한 오빠를 믿을 테니,
나를 용서해 주고요. 나를 믿을 수 있죠?”
“믿는 도끼에 발등을 두 번은 찍히지 않겠지?
하긴 이젠 찍어도 다리에 감각이 없지만.”
유미는 유진의 뼈있는 농담에 머쓱했다.
유진이 안경을 벗었다.
유진의 오른쪽 눈은 성했지만,
왼쪽 눈은 먼 피안을 보듯 눈동자가 흐리게 상해 있었다.
“내 눈을 똑똑히 보아라.
오른쪽 눈에 보이는 네 얼굴의 진실을 믿어라.
난 내 왼쪽 눈에 찍힌 너의 영혼을 믿을 테니.”
유진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유미의 눈에 마침내 이슬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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