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 프렌치 커넥션-17
아, 그날 그는 그런 복잡한 심사로 나를 찾아왔던 거구나.
그날, 쫓기듯 불안해 보이던 그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네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난 목숨을 걸고 너를 지켜주고 싶었다.
너를 살해하는 대신에 너를 데리고 몰래 달아나고 싶어서…
연락 없이 은밀하게 너를 찾아갔던 거였다.”
유진이 감정을 참는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목울대가 힘겹게 오르내리는 게 보였다.
유미도 가슴이 먹먹해서 숨을 참으며 가만히 유진을 응시했다.
“내가 너를 살해하는 걸 자꾸 미루니까 그에게서 암암리에 협박이 느껴졌어.
그날도 그의 전화를 받고는 몰래 너와 도망갈 결심으로 네 집으로 간 거였어.
그때 네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걸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유진은 잠시 치를 떠는 것 같았다.
유미는 화제를 돌렸다.
“그 이후 조두식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연락이 전혀 없다.
이제 살아도 산몸이 아니니 관심조차 없겠지.
하지만 내 측근을 통해 조두식을 알아보았더니 너의 의붓아버지라고 하더라.
그 관계도 놀라웠지만, 그의 작태가 갈수록 이해가 안 갔어.”
“아아, 그가 그런 일에 개입되어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랬을 거야. 내 정보에 의하면 조두식은 최근에서야 10년 만에 네게 접근을 하더군.
그러니 넌 전혀 몰랐겠지.”
유미의 마음속에도 서서히 분노가 피어올랐다.
“조두식에게 원수를 갚고 싶어요?”
“그랬지. 내 측근이 나 대신 조두식에게 접근해서 그를 관찰하고 있지.
하지만 조두식을 조종하는 최후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
조두식 역시 어떤 식으로든 명령을 수행하는 하수인에 불과한 거지.”
유미는 최후의 조종자가 누굴까 궁금해졌다.
“최후의 조종자가 누구죠?”
이유진은 잠시 한숨을 쉬었다.
“최후의 한 사람? 그건 나도 정말 알고 싶어.
현재로서는 일단 두 사람으로 귀결이 되긴 했어.”
“두 사람요?”
“으음… 네가 새 인생을 살도록 비밀리에 지원한 사람과
너를 무슨 이유에선가 없애려고 했던 사람. 그 두 사람인 거지.”
“두 사람이 각자 목표가 달랐던 거라는 말이죠?”
“아마도… 하지만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 같고 조두식이 중간에서 이용을 했던 거 같아.”
“그 두 사람은 누군지 알아요?”
유미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바짝 물었다.
“내 측근이 알아 본 바에 의하면 유병수와 윤규섭이라고 해.”
“유병수와 윤규섭?”
유미의 입이 벌어졌다.
유 의원과 윤 회장?
무언가 확연해지는 것도 같고 오히려 미로에 들어온 것도 같다.
그때 이유진이 물었다.
“하나, 물어보자. 당시 너와 네 집에 함께 있던 남자는….”
“황인규라고… 내 친구의 남편, 어머 그러니까!”
유미는 갑자기 머리를 무언가에 맞은 듯 멍했다.
“작년에 내게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 남자, 유병수의 사위라고 하던데 맞니?”
“그래요!”
갑자기 유미의 눈앞에 촘촘하게 짜인 거미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럼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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