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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프렌치 커넥션-13

오늘의 쉼터 2015. 4. 20. 23:20

(449) 프렌치 커넥션-13 

 

 

 

이유진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유미의 가슴에 한 줄기 회오리바람 같은 격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때 여자가 나섰다.

“소파로 돌아가 계세요. 제가 설득해 볼게요.”

유미가 맥이 빠진 걸음으로 소파로 돌아가 앉자 여자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유미는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눈을 감았다.

 

몸이 계속 떨려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자가 나타나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요. 유진이 나오겠답니다.”

여자가 다시 아까 그 방으로 돌아가서 유진을 데리고 나올 모양이었다.

 

유미의 가슴이 계속 홍두깨로 다듬이질하듯 쿵쾅거렸다.

 

방문이 열리고 여자와 유진이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저 남자가 유진이 맞는 걸까?

 

남자는 짙은 색 안경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여자가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다.

“그때 그 사고로 유진은 시신경이 손상되어 한쪽 눈이 실명되었고,

 

허리 아래부터는 마비가 되었어요.”

안경 때문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남자는 유미를 보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진 오빠…?”

“그래. 네가 죽였던 이유진이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 있어서 미안하다.”

예전보다 말투가 좀 어눌했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여자가 대신 말했다.

“이 사람은 사건 직후를 기억 못해요.

 

당시 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버려졌었는데

 

곧바로 발견되어 병원에 옮겨졌다는군요.

 

1년을 식물인간처럼 지내다 기적적으로 회생한 걸요.

 

한동안은 말도 못했는데 지금 많이 좋아진 거예요.

 

나중에 병원에서 제게로 연락이 와서 알게 되었죠.”

유미가 소파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유진의 손을 잡았다.

 

유진은 뿌리치려 몇 번 꿈틀거리는 것 같았지만 그대로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요. 오빠, 용서해줘.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

 

순간적으로 내 정신이 아니었어.”

표정을 알 수 없는 유진이 거칠게 숨을 쉬었다.

“이렇게… 이렇게… 오빠가 고통스럽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어.

 

하지만 나 또한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

유미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유진의 손등에 떨어졌다.

 

유진의 손이 꿈틀했다.

“난 널 용서하지 않으려 했다.

 

네게 복수하기 위해서 살려고 했어.

 

하지만 나 또한 네게 못할 짓을 한 부분을 부인할 순 없기에….”

그때 여자가 끼어들어 소리쳤다.

“유진! 그따위 소리는 집어 치워!

 

그 구차한 목숨 당장 먹고살아야 할 거 아냐!”

그 소리에 유진이 갑자기 손으로 휠체어를 돌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유미씨, 이제 됐죠? 이제 보셨으니 약속, 이행하셔야죠?

 

당신 때문에 멀쩡한 남자의 인생이 망가졌어요.”  

 

“약속대로 하겠어요. 대신에 이유진씨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둘이 얘기할 기회를 주세요.”

“안 돼요. 우리 거래는 여기까지예요.”

유미는 텃세를 부리는 조강지처처럼 구는 유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유진 오빠를 많이 사랑하시는 거 같군요.”

여자가 쓸쓸한 표정이 되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과의 운명을 피해서 프랑스 남자랑 결혼했어요.

 

그런데 난 금방 미망인이 되었고,

 

저 사람이 저렇게 되고 이상하게도 다시 얽혀 있네요.

 

저 사람은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고 나도 저 사람을 버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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