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48) 프렌치 커넥션-12

오늘의 쉼터 2015. 4. 20. 23:14

(448) 프렌치 커넥션-12 

 

 

 

 

문이 열리자 어제 보았던 이자벨이라는 여자가 나왔다.

“들어오세요.”

여자가 유미가 서있는 복도 뒤를 살펴보더니 유미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어두침침한 거실엔 낡은 3인용 소파와 식탁이 놓여 있었다.

 

실내를 잠시 휘둘러보던 유미의 눈에 특별한 액자가 두 점 보였다.

 

하나는 유미가 보기에도 자신임을 알 수 있는 사진 액자였다.

 

한때 유미가 이유진의 모델을 섰을 때의 작품이었다.

 

고흐가 마지막 한때를 보냈던 오베르 시르 와즈의 밀밭에서 바람 부는 날

 

머리카락을 날리고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진 액자는… 누드 사진이었다.

 

왠지 사진이 낯설지 않았다.

 

갑자기 머릿속에 불이 확 들어왔다.

그건 예전에 유미가 처음으로 유진의 방에 들렀을 때 보았던

 

그 누드 사진을 확대한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자의 얼굴이 교묘하게 어둠에 잠겨 있는 사진.

 

그러나 젊은 여체의 굴곡이 모래사막의 음영처럼 매혹적으로 드러났던 누드.

 

누구냐고 물었을 때 유진이 대답을 피하던 사진.

 

유미는 의혹에 찬 눈빛으로 사진과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이 여자가 바로…?

여자는 유미의 마음을 읽은 듯 희미하게 웃기만 했다.

“… 이유진씨는 외출하셨나 보죠?”

“먼저 약속한 걸 확인해야죠?”

여자가 유미가 들고 온 가방을 턱으로 가리켰다.

 

유미가 가방을 열어 보여 주었다.

“1유로도 빠지지 않게 현금으로 다 만들어 왔어요.

 

하지만 이건 이유진씨에게 제가 직접 전하고 싶어요.”

여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이런 협상을 제안하기까지 이유진이 결코 찬성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유진은 당신을 만나지 않겠다고 고집 피우고 있어요.

 

하지만 전 유진의 여자니까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유진이 살아있는 걸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무슨 소리죠?”

“유진은 이 집 안에 있지만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 한다고요.

 

그러니 돈을 놓고 가세요.”

“유진을 만나지 않고는 전 이 돈을 드릴 수 없어요.”

여자가 잠깐 생각하더니

 

“따라 오세요”라고 말하며 어느 방 앞으로 갔다.

 

여자가 노크를 했다.

“유진, 오유미씨가 왔어. 유진을 만나고 싶어해.”

그러자 방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뜩 격앙된 감정을 누르고 있는 남자의 어눌한 목소리였다.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돌아가!”

저게 유진의 목소리인가! 여자가 애원했다.

“유진, 내가 약속했단 말이야.”

“이자벨, 너도 필요없으니 당장 꺼져버려!”

이쯤에서 유미가 나섰다.

“유진… 오빠…? 나 유미야.

 

오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데 오빠를 꼭 보고 싶어.”

방 안이 잠잠했다.

“…….”

“오빠….”

사실 유미는 유진을 꼭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두려웠다.

 

예기치 못했던 이 순간의 해후가 너무도 끔찍했다.

 

그러나 여자가 요구한 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살인죄가 아닌 살인미수죄이긴 하지만

 

그 죗값을 깔끔하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자벨이 쓸데없는 짓을 꾸몄구나.

 

난 네게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인데 날 그냥 네 기억에 묻고 돌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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